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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융 Jun 20. 2017

바르셀로나에서 사랑하는 일을 찾은 그녀의 이야기

Typeform 브랜드 마케터 Bozena와의 인터뷰

이 글은 바르셀로나 스타트업 Typeform의 본사 방문기와 이어지는 두번째 글입니다. 직원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기 위해 리셉션 데스크는 Bar로 개조하고 사무실에 정글을 키우는 Typeform의 오피스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읽어주세요 :)



회사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그만큼 재밌는 이야기로 가득했던 타입폼의 브랜드 마케터 보제나와의 인터뷰입니다. 보제나와의 인터뷰는 캐주얼하고 친근하게 진행된 만큼 이해하기 쉽도록 반말체를 사용했습니다.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사랑하는 일을 찾다

타입폼 브랜드 마케팅 팀장 Bozena와의 인터뷰


보제나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타입폼의 브랜드 마케팅 팀을 이끄는 직원의 입장에서 회사 스토리가 궁금했고, 글을 쓰고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스타트업을 거친 개인의 스토리도 듣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재미난 이야기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아래부터는 보제나와의 인터뷰.



타입폼의 브랜드마케팅 팀장 Bozena


Q. 먼저 간략한 소개를 부탁해.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고 이 곳에선 무슨 일을 하고 있어?

원래는 호주에서 미국 정부를 위한 일을 했어. 그런데 아무래도 정부 일이다 보니 관료적이고 나를 위한 일이 아닌 것 같더라고.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어! 6개월은 발리에서 일하면서 동남아를 여행했고 6개월은 미국과 칠레를 여행했어. 1년이 지나고 유럽에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리서치를 하다가 타입폼을 발견했어. 웹사이트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고 알아볼수록 여기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지원을 해서 소셜 마케터로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브랜드 마케팅 팀을 리드하고 있어. 내 스티커를 보면 알겠지만 여행을 아주 좋아해서 가방과 비행기 표를 들고 있어!


Q. 발리에서는 무슨 일을 했어?

Growth Hacking 이란 스타트업에서 일했어. 대학 때 친구가 발리에서 창업을 해서 나는 4명의 멤버 중 하나로 일을 하게 되었어.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를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그 경험을 위해 거의 volunteer 형식으로 일했는데, 일을 하면서 아시아의 스타트업 씬에 대해 알게 되었어. 방콕, 말레이시아 등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재밌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이때 e27이랑도 스타트업에 대한 글을 기고하게 되며 일을 하게 된 거야.


Q. 일은 그냥 그만뒀던 거야? 여기는 어때?    

당시 호주에서 일을 관두는 건 나에게도 큰 결정이었어. 호주에서의 삶도 즐기고 있었고 돈도 잘 벌고 있었는데 일을 관둔다는 건 비자도 효력을 잃고 미지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걸 의미했으니까. 그래도 하고 싶었어. 왜냐면 나는 모험이 하고 싶었고 아직 어렸으니까.


여행은 나에게 아주 중요해. 여행 중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정말 소중한 경험이거든. 그런 면에서 타입폼은 '사람 경험'을 중심에 두고 있어서 나의 가치관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Q. 회사의 미션이 "to make things a little more human(조금 더 사람답게 만들자)"인데, 이게 정확히 무슨 뜻이야?

기존의 설문조사나 회원가입 폼 등은 인간다움도 없고 마음을 끄는 것도 없어. 우리는 기계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대화하는 듯한 인간적인 면을 다시 불러오고 싶었어. 특히 IT 산업계에선 숫자 뒤에 진짜 사람이 있다는 걸 잊는 곳이 많은 것 같아. 타입폼은 비즈니스 환경을 조금 더 인간적으로 만드는데 작은 기여를 하고 싶어 해. 고객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대하는 거야. 온라인 설문조사의 경우 정보를 얻기 위해 한 사람이 여러 명에게 보내기 때문에 대화하는 것 같은 기분을 잃어버려. 하지만 타입폼을 사용하면 다시 사람대 사람 간의 소통이라는 느낌이 돌아와. 스케일을 키운 커뮤니케이션이지만 여전히 개인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거야.


우리 오피스에서도 서비스에서도 '조금 더 사람답게'를 느낄 수 있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항상 사람 중심의 경험으로 돌아가거든. 회사에서 직원들을 위해 진행되는 이벤트도 '대화'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새로운 경험을 주는데 포커스 되어있어.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프로덕트로도 회사 문화로도 연결된 것 같아.


Q. 안 그래도 타입폼의 직원들을 보면 정말 행복해 보여. 비결이 뭐야?

하하. 맞아 사람들은 여기서 행복해해. 왜냐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거든.

일단 타입폼은 신뢰를 바탕으로 일하는 조직이야. 자유롭고 bottom-up으로 일해서 굉장히 많은 기회가 열려있어. 무조건 돈을 버는 것 만이 목적이 아니라 문화에 많이 집중하고 있어. 이 역시도 다시 '사람 중심'이란 타입폼의 철학으로 돌아가. 진심으로 직원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회사야. '사람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고 회사에 오는 걸 행복해하고 일을 진심으로 즐긴다면 성과도 더 잘 나오지 않을까?'란 생각을 가지고 있어.


타입폼의 코파운더 중 한 명이 디자이너라 굉장히 디자인 중심적이기도 해. 이게 왜 중요하냐면 '사람에 집중한다'는 철학이 모든 것에 '디자인'되는 것 같아. 무엇이든 간에 - 오피스든, 서비스든 - 사람이 먼저인 디자인을 하는 거야.


그리고 정말 작은 것들. 예를 들면 아침에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줄리오가 이탈리안 악센트로 '차오 벨라!'라며 나를 반겨줘. 매일 아침 '헬로 뷰티풀'이란 인사말을 듣는데 어떻게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있겠어. 이렇게 작은 것들이 나를 기쁘게 하는 것 같아. 사람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 작은 것들에서 그런 게 느껴져. 난 정말 회사에 오는 게 좋아.


Q. 타입폼에는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어? 사람을 뽑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떤 거야?

일단 당연히 일을 잘 할 줄 알아야 하고 (웃음) 무엇보다도 우리와 잘 맞을지가 중요해. 뽑는데 어떤 요소가 필요하다기보단 그 사람을 만났을 때의 느낌을 중요시하는 것 같아. 그래서 우리는 1:1 면접 말고도 그 사람이 바르셀로나에 있으면 회사로 불러서 같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셔. 조금 더 캐주얼한 세팅에서 그 사람을 알아가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게!

우리 마케팅 팀끼리도 종종하는 이야기인데 팀원들이 각자 다르면서도 비슷한 프로필을 가지고 있어. 한 곳에서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한 사람들보다 여행도 많이 다니고 다양한 곳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했던 사람들이 모였어.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이라기보단 삶을 대하는 태도?가 비슷한 것 같아. 어떻게 나중에 보니까 그런 사람들이 모여있더라고.


그리고 또 하나. 6개월간 아시아를 여행하며 일을 할 때 startuptravels라는 블로그를 위해 컨텐츠를 쓴 적이 있어. 그 곳의 창업자랑 스카이프로 몇 번 일했는데 그 친구도 지금 타입폼에 들어와서 일하고 있어. 가끔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하고 이상해. 우린 아시아에서 일하면서 만났는데 지금은 둘 다 이 곳에 있으니까. 내 생각엔 이런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이런 회사를 찾아오는 것 같아.

타입폼의 마케팅팀!


Q.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야?

음... 어려운 질문인데, 힘들기보다는 가장 챌린징했던건 회사가 급성장하고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우면서(scaling을 하면서)부터야. 1년 사이에 100명 정도가 늘어났으니까 정말 순식간에 커졌어. 우리의 코어는 지키되 변화하면서 성장하는 것과 마케팅팀을 키우는 건 큰 도전이었어. 그래도 팀이 소규모였을 때부터 커지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도 함께 자란 느낌이야. 어려웠지만 신나는 시기를 보낸 것 같아.


Q. 그렇게 급성장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 기존의 문화가 흔들리지 않아?

많이 바뀐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나쁜 방식으로는 바뀐 건 아니야.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니 당연히 이전과는 다르지만 지금은 지금대로 좋아. 앞서 말했던 대로 '인간적 경험'에 늘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걸 잃어버리진 않았어.


회사가 직원들의 행복에 신경을 쓴다면 '적극적으로 집중(actively focus)'해야 해. 스타트업 환경은 매력적이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스타트업이니까 저절로 그냥 멋진 문화나 회사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적극적으로 집중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타입폼에는 직원들의 행복을 목표로 일하는 팀이 있어.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좋은 경험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Q. 이 곳에서 이루고 싶은 다음 목표는? 드림 프로젝트 같은 거 있어?

지금 사실 리브랜딩을 준비 중이야. 아마 내년 초에 런칭할 것 같아. 새로운 프로덕트도 준비 중이고. 내년에도 뭔가 재미난 일이 많이 일어날 예정이야. 지금은 리브랜딩과 새 프로덕트 런칭을 성공적으로 하는게 내 드림 프로젝트야.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나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내 미국 친구들이랑 꽤 다른 인생을 살고 있어. 가끔 친구들이 페이스북에서 내 여행사진들을 보면 '와 최고다. 나도 해보고 싶다.'이런 댓글을 달아. 그럴 때마다 '나도 너랑 똑같은 사람이야! 너도 할 수 있어!'란 생각이 떠올라. 사람들은 어떤 정해진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꼭 그렇지 않아.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해봤으면 좋겠어. 밖으로 나가서 탐험도 하고.


지금 현재가 괴롭다면 그게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가장 좋은 이유야. 그리고 막상 나와보면 익숙한 곳을벗어나 미지의 세계를 모험 중인 사람들이 너무 많아. 혼자 여행하는 사람도 많고. 생각보다 많아서 나도 정말 놀랐어. 이런 생각을 지닌 건 국적과도 상관이 없고 유니버설 하기도 하지만 제너레이션 때문도 있는 것 같아. 사람들은 이제 더 많은걸 바라. 한곳에만 머무르는 것보다 조금 더 모험을 원하고.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던 그 1년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어. 시작해보고 싶은걸 진짜로 해보는건 분명 충분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 될 거야.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는 건 좀 무섭고 어려운 일인걸 알아. 그래도 진짜로 하고 싶다면 날 믿어! 무서운 건 알지만 새로운 경험에 마인드가 열려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거야.



비하인드 스토리

작은 비하인드 스토리. 인터뷰를 마치고 시간을 내줘서 고마운 마음에 한국에서 사온 동물 마스크팩을 선물해줬어요. 이 날 타입폼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페이스북에는 호랑이 마스크를 쓴 직원들의 사진이 인증샷으로 올라왔습니다 :)


이번 이야기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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