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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여운 Dec 12. 2024

동지의 안부

- 최진영 《어떤 비밀》


잘 지내고 계신가요?

잘 지내고 있지?


우리 서로 조금 일찍 안부를 묻고

미리 축복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빛도 죽었다 다시 살아나고

사랑도 철렁했다가 다시 숨을 돌리니


더할 나위 없이

메리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가장 춥고 긴 밤을 지나 다시 환한 빛으로 

우리 부활하는 그날까지

잘 지내고 있기로 해요.


부디 사랑의 마음 잃지 말고 꼭 간직하고 있기로 해요.





동지입니다.
비로소 겨울에 이르렀어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동지는 낮이 가장 짧은 날,
옛사람들은 동지 무렵을 '태양의 부활' 시기로 삼았습니다.
동양에서는 동지와 부활을 같은 의미로 생각했고
서양의 성탄절 또한 이즈음이니

겨울에 이르러 태양은 부활하고
부활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뜻.

빛도 죽는데 하물며 사랑은
빛이 살아나는데 더욱이 사랑은.

밤이 가장 긴 날 되살아 납니다.

사람들은 따뜻한 곳에 모여
마음을 풀고 축복을 건넵니다.
고생 많았지. 애썼어. 고마워. 미안해. 덕분이야.
메리 크리스마스.

- 최진영 <어떤 비밀>




최진영 <어떤 비밀>




기다려봅니다.

엉엉 울고 일어나 글자를 씁니다.
폐허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채우자.
불행과 비난을 쓰던 이 펜으로.
꽃을 심으면 나비가 날아올 거야.


나약한 마음의 밑바닥엔 언제나 찰랑찰랑 흔들리는 사랑이 있으니까요.
매일 그것을 확인합니다.

폐허에 꽃을 심고 하늘을 바라볼 겁니다.

- 최진영 <어떤 비밀>







울며 웃는 사람. 생색내지 않는 배려. 드러내지 않아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심성. 애정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말투와 눈빛. 밤을 지새고 아침을 걸어오는 사람. 눈부신 햇빛 속에서 멀어지던 뒷모습.

잘 지내고 있지?
나는 잘 지내고 있어.

그처럼 깨끗한 말을 왜곡 없이 주고받기 힘들다는 것 또한 따뜻한 기억이다. 꽉 붙들지 않아도 남아 있는, 향기처럼 배인 기억.


   - 최진영 《어떤 비밀》 중에서







그리고 몰랐다.
소중한 사람과 오래 연결되려면 나도 같이 애써야 한다는 걸. 누군가를 향한 이유 없는 걸음과 무리 없는 만남이 절대 흔치 않음을 이젠 안다.

- 최진영 《어떤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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