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글쓰기
#철파엠 #영철본색
SBS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 영철본색 코너에서 제 책 《서점 일기》를 읽어주셨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DMWxkWopkAi/?igsh=MTJ4aHJiZGM2MnJiaw==
라디오 방송에서 벌써 두 번이나 언급되었네요. 라디오에서 읽어주면 뭔가 더 낭만적으로 들린다고 할까요? 책이 라디오와 참 잘 어울리는 까닭은 사람 사는 이야기와 더불어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있기 때문이겠지요? 듣기가 읽기의 시작이자 일부이기도 하고, 듣는 독서가 유행이기도 합니다. 평소에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꾸준히 하면서 늘 성실하기로 유명한 영철님이 읽어주셔서 더 뜻깊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책도 다양하게 소개해주시고 독서모임도 하시면서 공감되는 에피소드가 많으셨나 봐요. 책을 읽으시면서 배시시 웃는 모습에서도, 이야기를 전하면서 정말 책을 좋아하고 설레어하시는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정말 고맙고 감동이었습니다.
이 얘기만 하고 끝내면 안 되겠죠? 아무리 온라인이라도 읽으시는 분의 시간과 하얀 지면을 낭비하면 안 되니까!
누구라도 들을 수 있는 아침 시간 공중파 라디오에서 읽힌다는 건 《서점 일기》는 전체관람가 등급의 안전한 책이라는 뜻도 될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고유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그 고유성이 혼자만의 고유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읽고 듣는 사람 누구에게라도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중성을 지녔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누군가 차별받는다는 느낌이 들거나 상대적 박탈감이나 소외감이 들지 않도록(글이라도 평등해야지, 휘장 안 걸어도...) 누구라도 누릴 수 있는 평등함으로서의 책과 서점이라는 소재가 이미 그렇고, 라디오 사연이 그렇듯이요. 대중에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책임감이든 부담감이든 막중하게 느껴야 하는 일임을 새삼 느낍니다.
글을 쓸 때 제 기준이 그런 것 같습니다. 구체적 에피소드(이야기)가 있고, 유머나 감동이 있으면서, 쉽고 친절해야 한다고. 거기에 덧붙여서 어떤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배울 수 있다면 또 좋겠지요. 저는 제 주제와 분수를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있어 보이는' 어려운 단어를 써가면서 막 멋지게 유려한 문장을 뽑을 줄도 모르고, 저부터도 길고 어려운 글을 안 좋아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눈높이를 최대한 낮춰 쓰려고 합니다. 《서점 일기》의 경우는 어린이 손님 이야기도 있어서 저도 모르게 더욱 그런 듯합니다. '친절한 글쓰기'는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하면 자신감으로 장황함을 좀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짧은 문장 짧은 글이 물론 좋다지만, 짧다고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니지요. 출간을 염두에 둘 때 너무 짧은 글은 나중에 어느 정도 분량을 보충해야 합니다.
친절한 글쓰기의 연장선으로서, 브런치에서 책 출간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서 그것을 초고로 삼을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사진이 없어도 되는 글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라디오에서 읽어줘도 되는 글인 것처럼이요. 또 너무 당연한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브런치 역시 아무래도 온라인 SNS의 특성이 없잖아 있기 때문에 사진이 꼭 들어가는 편입니다. 지금 제가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 《뛰는 사수 위에 나는 조수 》를 예로 들자면 집수리 현장을 담는 글이고 전문적인 용어나 도구가 언급되기도 하기 때문에 현실감과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을 첨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본문은 사진 없이 글만 읽고도 맥락이 이해되도록 써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투고를 위해 1차 퇴고를 할 때 고칠 일이 적어집니다. (《서점 일기》는 첫 책임에도 불구하고 2교까지 했습니다. 적은 편?) 사진에 의존하지 않고 귀찮다고 건너뛰거나 생략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쓰되 너무 장황하거나 지루해지지 않도록 고삐를 단단히 쥐어야 합니다. 압니다. 당연한 소리라는 걸. 그런데 사실 습관이 잘못 들면 쉽지 않습니다. 전부 처음부터 다시 쓸 자신이 없는 한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인용은 예전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인용은 다 돈이다! 생각하면 됩니다. 다른 글을 빌려서 책에 넣는다 생각하면 출판사가 일이 아주 많아지거나, 돈이 많이 듭니다. 아니면 다 빼거나 어떻게든 고쳐야 합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내가 쓴 글을 언제든 내가 다시 읽어도 읽고 싶어야 다른 사람도 읽고 싶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당신의 귀한 시간을 제 글을 읽는데 내어주시는데, 잠깐이라도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브런치에서의 시간 역시 책을 읽는 시간이다' 여기면서 최대한 덜 고쳐도 될 만큼 스스로 충실해야 한다고 정신줄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꿰뚫는 단 한 가지가 진솔한 글쓰기이겠지요. 어마어마한 고수분들이 한눈에 다 알아보십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솔직함과 진솔함은 거리가 좀 있겠지요. 나 혼자만 솔직하고 나 혼자만 속 시원하고 후련한 글로 끝나면 안 되잖아요. 글을 발행한 후에도 계속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은 조사 하나까지도 살짝살짝 고치기도 합니다. 물론, 전혀 출간과는 거리가 먼 글이나 영감을 풀어놓기 위해 느슨하고 자유롭게 쓰는 글은 제외하고요.
절대 제가 다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계속 노력 중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쌩초보로서 출간 과정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나눠 봅니다. 동반성장! 동반출간! 그 길을 향하여! 저도 사진 없이도 되는 글로 왕창 고치러 갑니다. 갈 길이 멉니다......
나는 여전히
진솔한 당신의 이야기를
읽고 잇는 사람이고 싶다.
- 여운 《서점 일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