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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동사였다!

이미 오래된 꿈

by 햇살나무 여운


2025년 7월 1일을 생일로 한 《서점 일기》가 세상에 나와 읽히기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을 향해 갑니다. 두 번 다시 없을 첫 책의 첫 한 달이지요. 정말 감격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결코 잊을 수 없을 크고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받고 있습니다. 부족하고 어설픔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분들의 축하와 응원, 격려와 사랑을 기대 이상으로 넘치도록 받았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보답해야 할까요.


며칠 전 휴대폰 일정에 브런치스토리 작가 2주년 알림이 떴습니다. 2023년 7월 26일에 브런치 작가 합격 메일을 받았었네요. 기분은 마치 12년쯤 된 것 같은데 겨우 2년 되었군요.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613번째 글입니다. 발행된 글 개수와는 별개로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하얀 빈 화면이 열리면 링크에 생성되는 숫자가 지금껏 쓴 모든 글의 개수를 알려줍니다. 아휴, 참 많이도 열심히도 썼습니다. (출간하게 되면서 거둬들여서 서랍에 다시 넣어둔 글이 많습니다.)


브런치 2년 만에 출간작가라니 다시 한번 느끼지만, 저는 정말 정말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새삼스럽게 알게 된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저는 참으로 오래도록 쓰는 사람이었다는 걸 그만큼 오래된 친구들을 통해서 들었습니다.


"넌 그때도 뭔가 열심히 쓰고 있었어."


이번에 만난 고등학교 때 친구가 15년 전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며 말합니다. 빼박입니다.


"언니는 꿈을 이뤘네요. 그때도 늘 다이어리와 펜을 손에 쥐고 있었는데."


대학 때 함께 편입 공부를 하며 만났던 동생도 몇 년 만에 만난 제게 그러더군요.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도 의심의 여지없이 저는 늘 책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했었다고 말해줍니다. 30대에 사회생활에서 만난 친구도 제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늘 글을 쓰며 그 언저리에 있었다고.


저는 한 번도 꿈이 작가라고 분명한 명사형으로 입 밖으로 감히 꺼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분명히 좋아하기는 했었나 봅니다. 오래된 목격자들이 제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제 모습을 증명해 줍니다. 그리고는 알았습니다. 꿈은 동사라는 것을. 저는 늘 꿈 쪽으로 걸어왔다는 것을. 이미 아주 오래도록 한 길로 걸어온 꿈이라는 것을.


어리고 젊은 시절 뭘 그리도 늘 열심히 쓰고 있었을까 가만히 돌이켜 보면, 일기와 편지였습니다. 저는 특히 편지 쓸 일이 참 많았습니다. 제 글쓰기의 8할은 편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때 별명이 '날마다 편지 쓰는 여운'이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엄마와 떨어져 있을 때는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아버지와 떨어졌을 때는 (그래도 아버지라고) 아버지께 편지를 쓰고. 무엇보다 오랜 친구들과 헤어졌을 때는 날이면 날마다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 시절엔 펜팔도 참 많이 했었네요. 저는 손 편지를 참 좋아합니다. 이메일은 이상하게도 누군가 쫓아오는 것 같아서 꼭 필요한 경우나 업무용 이외에는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일기도 좋지만 글쓰기로서 편지가 더 좋은 점은 '독자의 관점'을 생각하는 글쓰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필연적 거리를 두고 시간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편지를 받아 읽는 사람의 입장과 눈높이를 생각해 가면서 써야 하니까요. 본의 아니게 참 좋은 글쓰기 연습을 오래도록 해왔네요. 그러고 보면 여전히 편지체의 글쓰기가 가장 친근하고 잘 써지는 듯합니다. 지금처럼이요.


저는 저의 읽고 쓰기가 두텁지 못하고 얄팍함을 늘 느끼고 있습니다. 정말 많이 깊게 읽고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현실을 늘 마주하면서 한계도 욕구불만도 대놓고 많습니다. 그래서 더 폭넓게 다양하게 읽고 싶고 좀 더 공부하고 탐독하며 깊어지고 싶은 갈망도 큽니다. 자꾸만 갈급해지려는 저를 현실의 제가 스스로 붙들어 줍니다. 급할 것 없다고. 하나씩 차근차근 하자고.


찐무명 쌩초보에게 참으로 과분하고 영광스러운 한 달이었습니다. 제가 받고 있는 이토록 큰 격려와 응원은 제 책이 아니라 제 삶을 향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오래오래 소중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감사 편지를 쓰고 싶은 밤입니다. 사실, 오늘 정말 힘든 하루였거든요. 삶의 최전선에서의 고군분투는 여전하지만, 저는 여지없이 또 쓰고 있네요. 책 한 권 나온다고 해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현실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끼는 제 삶은 분명 달라졌고 달라질 것입니다. 그 큰 사랑 가슴에 품고 꿈 쪽으로 좀 더 오래 계속 걷겠습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15년 전 사진에서도 뭘 저리 열심히 쓰고 있는지





네이버 책방에도 오르는 영광을 누리고,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도 곳곳에,


블로그 이웃 게으르니 님의 인덱스 가득한 독서자국


마치 루뻬(확대경)를 끼고 살피듯이 행간 너머까지 세밀히 읽고 또 읽고, 숨은 마음까지 헤아려 오래 품고 고심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게 리뷰 써주신 정성에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마음이(어깨가) 닳도록 찐 현실 걱정해 주시는 큰언니 생긴 듯 든든합니다. 고맙습니다, 르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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