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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나를 키운 회장님

작은 기적들

by 햇살나무 여운


류시화 님의 책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배우 김혜자 씨와 함께 네팔을 여행할 때의 일이다. 카트만두 외곽의 유적지에 갔다가 길에 장신구들을 펼쳐 놓고 파는 여인을 보았다.

그런데 김혜자가 걸음을 멈추더니 그녀 옆으로 가서 앉는 것이었다.
그 여인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울고 있었다.
놀라운 일은 김혜자 역시 그녀 옆에 앉아 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말도 없이 여인의 한 손을 잡고 울고 있었다. 먼지와 인파 속에서 국적과 언어와 신분이 다른 두 여인이 서로 눈물의 이유도 묻지 않은 채 쪼그리고 앉아서 울고 있었다.

이윽고 네팔 여인의 눈물은 옆에 앉은 김혜자를 보며 웃음 섞인 울음으로 바뀌었으며, 이내 밝은 미소로 번졌다.

헤어지면서 김혜자는 팔찌 하나를 고른 후 그 노점상 여인의 손에 300달러를 쥐어 주었다. 그 여인에게는 거금이었다.

내가 왜 그런 큰돈을 주었느냐고 묻자 김혜자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횡재를 하고 싶지 않겠어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힘들잖아요."

김혜자는 그 팔찌를 여행 내내 하고 다녔다. 그 무렵 김혜자 역시 힘든 시기를 보낼 때였다.


훗날 내가 네팔에서의 그 일을 이야기하자 김혜자는 말했다.

"그 여자와 나는 아무 차이가 없어요. 그녀도 나처럼 행복하기를 원하고, 작은 기적들을 원하고, 잠시라도 위안받기를 원하잖아요. 우리는 다 같아요."


공감은 '나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관심을 갖겠다는 선택'이다.


-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중에서


그렇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횡재를 바라고, 작은 기적들을 꿈꾼다. 아마도 지난 두 달 동안의 시간이 내게는 그런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살아오는 내내 참 박복하다 싶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나는 참말로 인복이 넘친다는 걸 요즘 새삼 느끼고 있다.


2025년 8월 31일!


《서점 일기》가 세상에 나온 지 꼬박 두 달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내 소중한 벗들은 물론이고, 말 그대로 기적 같은 인연, 선물 같은 만남과 행운들, 그리고 책과 글로 만난 든든한 글벗들과 작가 선배님들과 더없이 혜자로운 블친 큰언니들의 환대와 격려, 좋은 어른들의 진심 어린 축하와 지지 덕분에 정말 꿈같은 축복을 누렸고, 지금까지도 누리고 있다. 매일 수없이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 책의 세상에서 그것도 찐무명 작가의 에세이라니 당연히 며칠도 안 돼서 사라질 줄 알았는데 용케도 무사히 잘 버텨냈다. -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바라보는 세상에서나 커 보이는 천진하고도 순진무구한 관점이다. 설마 다른 작가님들처럼 벌써 1쇄가 다 팔려서 2쇄 찍는다거나 하는 일은 꿈도 안 꾼다. 물론 지금까지 《서점 일기》가 1500권 중 몇 권 팔렸는지도 모른다. 출판계의 현실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차마 무서워서라도 계속 모르고 싶다. (100쇄를 찍은 중견 작가도 뭐니 뭐니 해도 2쇄가 제일 기쁘다던데, 언젠가는 나도 그 제목으로 글을 쓰고 싶다.........) - 그런데 오픈발 특수효과가 다 끝난 지금도 종종 SNS에 리뷰가 올라온다. 책은 그런 것이다. 천천히 늦더라도 멀리 오래간다. 내게는 기적과도 같은 이 모든 일은 정말로 한 사람 한 사람 책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드러내놓고 활동하지 않는 수줍음 많은 내향형임에도 일부러 찾아와 비밀 댓글로 용기내어 마음을 전해준 독자님들 덕분에 마음이 오래 떨렸다. 책을 써줘서 고맙다고, 왠지 좋은 책을 읽으면 마음이 뭉클해진다고 벌써 다음 책도 기다린다는 블로그의 오랜 독자님의 말씀에 나 역시 마음이 애틋하고 뭉클해졌다.


그리고, 바로 그 한 사람! 나의 단 한 사람들 중에 한 사람!


노점상 여인에게 선뜻 거금을 건네던 김혜자 님처럼, 오늘의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존재할 수 있게 해 준 어른 김장하 선생님처럼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 바로 나의 후원 회장님! 지난 주말 바로 그 분과 써포터즈들이 다녀갔다. 여운 써포터즈 팬클럽 소수 정예 평생 멤버들!



언제나 꽃다발과 몸보신을 챙기는, 진정한 나의 팬클럽 회장님! 온라인 어플도 낯설고 브런치에 가입하고 들어오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번거로운 일인데, 회장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내 글을 하나하나 챙겨 읽고 꼭 댓글을 남기고 기억해 준다. 특별히 내 글만 읽는다. 매달 카페인 충전하라고 다정한 응원도 잊지 않고 챙겨주시는 정철님, 고맙습니다. 우리끼리 "정철스님"이라고 불러요!


맨 처음 나의 독립출판물《여운상회》를 만나고부터였다. 평소 자신은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고 고백하면서, 새벽까지 그 책을 완독하고 여운이 오래 남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그리고는 그때부터 덮어놓고 무조건 응원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로 그는 그 말을 그대로 행동으로 표현하고 실천했다.


그의 위대함은 역시나 꾸준함에 있다. 주 6일 가장으로서 생업에 책임을 다하고 아이들과 가족들을 챙기고 새벽 남들 잘 때 운동하며 자기 관리를 하고 또 그러면서도 주변 사람들도 살뜰히 챙기면서, 그 와중에 아무리 바빠도 일부러 꼭 시간을 내어 내게 마음을 써주었다.


《여운상회》가 《명자꽃은 폭력에 지지 않는다 》전자책이 되는 과정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가슴 아파하기도 하고 함께 슬퍼하고 기뻐해주고, 그리고 또 지금에 이르러 《서점 일기》가 세상에 나올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응원하고 축하하며 늘 그 자리에 있어줬다.


정말 힘겨웠던 시기에는 아무 말 없이 선뜻 먼저 시간을 내서 달려와 손 내밀어 나를 붙잡고 일으켜 준 든든한 후원자였다. 포기하지 말라고, 그 펜 부디 꺾이지 말라고... 그가 햇살나무 꿈나무를 지키고 물주고 거름주고 햇볕과 바람도 주면서 키웠다. 그리하여 마침내 첫 열매를 맺은 것이다.


내가 그에게 감사를 넘어 존경을 보내는 것은 그 과정이 '굳건한 의지를 지닌 노력'임을 알기 때문이다. 평소 아이들과 가끔 도서관은 가지만 자신이 책과 가깝다거나 읽는 데 익숙한 사람이 아니고, 온라인 서점도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작가' 한 명을 후원하기로 한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그는 불교에서 말하는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라'라는 뜻의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을 그대로 행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자신 역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고, 일찍부터 지금껏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서 스스로를 일궈낸 평범한 가장이다. 그러면서도 늘 언제나 바라는 바 없이 순수하게 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나눠주었다. 설령 뭘 바란다고 해도 내가 보답할 것이라고는 책뿐이다. 그 모든 책임을 다하느라 시간이 안 나면 뒤늦게 잠 안 자고 새벽에라도 내 글을 읽고 응원 댓글을 남겨주는 정성스러운 노력으로 말 그대로 '여운 작가'를 믿고 지지하며 키워주었다. 그리고 바로 그의 옆지기, 나의 오랜 벗이 늘 함께 있기에 더욱 든든하고 감사하기 그지없다.


이번에 오면서《서점 일기》를 선물하고픈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적어달라고 여러 권 미리 준비해서 챙겨 오기까지 했다. 나는 그냥 또 감동이 헤픈 사람이 되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가 말했다. 일터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치이고 육아로 지친 늦은 밤 《서점 일기》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정화되는 기분이었다고.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쓸 수도 있었는데,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친구여서 고맙고 뿌듯하다고. 나는 그대들이 나의 친구여서, 내가 그대들의 친구일 수 있어서 고맙고 든든하고 뿌듯합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오면서 거의 매일 같이 일상을 나누는 사이이다 보니, 책이나 글로 쓰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있는 친구이기에 행간을 읽고 더 마음 써준 친구의 그 말에 때로는 무엇을 쓰는지보다 무엇을 쓰지 않는지가 작가에 대해 더 많은 걸 보여준다는 걸 새삼 되새기게 된다. 그 중심과 철학 잃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쨔잔! 허락 받고 얼굴 공개 ㅎㅎ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 (앵글 밖에 더 있어요^^)



《서점 일기》를 읽어주신 독자님들!
제 글을 읽어주시는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저의 프로필에 쓴 것처럼
36.5℃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이 책과 함께
제 마음이 천천히 스미고 오래 남아서
멀리까지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곳 브런치가 나의 첫 발판이 되어 주었고, 브릿지가 되어 주었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나의 팬클럽 회장님을 비롯해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나의 소중한 단 한 사람들과 연결시켜 주었고, 덕분에 계속 쓸 수 있었다. 아무도 없었던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던 내가 2년 만에 출간작가라는 꿈까지 이루었다. 쓰고자 하는 열정과 열망이 응집된 이 무형의 공간은 글 쓰는 이들에게 정말로 큰 에너지를 주는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다. 이 공간이 부디 변하지 않고 초심을 간직한 채로 오래 지켜지길 소망한다.


그리고, 함께 글을 쓰며 그 고독한 길에 벗이 되어 서로 북돋워주는 작가들이 있고, 그 글을 꾸준히 읽어주는 독자가 있기에 작가는 다음 꿈을 꿀 수 있다. 그리고 덕분에 나는 계속 쓰는 사람으로, 내 글을 기다리는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해서라도 연재와의 약속을 지켜 나갈 것이다. 어제보다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더 공부하고 더 고뇌하고 더 노력할 것이다. 치열하게!


어느 덧 9월, 가을입니다.

브런치와 함께 다음 꿈을 향하여 나아갑니다. 오늘도 씁니다.

고맙습니다.


고기 앞으로!




http://aladin.kr/p/5R4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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