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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i eun Feb 21. 2024

태양의서커스 단원이라니!!! 영광이에요!!!!

학창 시절 나의 우상, 태양의 서커스 단원들을 만나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좋은 경험만 있다면 좋겠지만, 아찔한 경험도 많았다. 그 아찔함의 종류도 참으로 다양한데 이 날은 그 아찔함도 겪고 엄청나게 두근거리며 말로 표현 못할 익사이팅한 경험도 함께 했던 날.

무려, 태양의 서커스 [cirque du soleil] 의 단원들을 만났다는 것!!!

아마 그들과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면 그들이 내가 어릴 때 무수히 봐왔던 영상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떠나보낼 뻔했을 테다.

이제는 알만한 단골손님분들은 꽤나 알게 된 사실인데 사실 나는 고등학생, 대학생, 졸업 후에도 연극인으로써의 삶을 살아왔었다.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대학시절엔 수많은 희곡과 소설, 공연들과 영화를 접하며 대다수의 시간을 보내었고 졸업 후엔 혜화동 대학로와 예술센터, 그리고 영화와 연극 오디션, 각양각색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거쳐왔었다. 영화오디션을 볼 때면 꼭 마지막에서 떨어질 때 들어야 했던 말이, “살을 좀 더 빼고 와야 할 거 같다”였다. 그래서 나는 식사와 운동 강박이 아주 심했었고, 매번 수많은 극단적 다이어트와 폭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이 나로 하여금 식습관과 식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쏟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듯하다. 나는 총 두 번의 심각한 폭식증 시기를 경험했는데 그 두 번째 시기에 연기를 그만두고 언니와 아빠가 살고 있으며 내가 가장 오랜 시간 살아왔던 부산, 해운대로 완전히 내려오게 되었다. (물론 배우라는 업을 그 계기로 그만둔 것은 아니었지만, 돌이켜 연기를 그만두었던 것에 대해 가장 잘했다고 위안하거나 생각하는 것은 어떠한 압박감이나 강박없이 자연스러운 식습관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꼭 내가 빼짝 마르거나 카메라 화면 속에서 예쁘게 나와야 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그렇게 연기를 그만두고 부산에 내려와서는, 어떤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봐야만 했다. 그건 꽤나 즐겁거나 유쾌한 일은 아니었는데 당연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시절, 배우라는 직업을 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한 후로 줄곧 나는 연기를 하고 창작을 하는 일 말고는 다른 일은 내 인생에서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물론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보고 싶다, 세계여행을 해보고 싶다, 북카페를 운영해보고 싶다 등등의 상상은 자주 해보았지만 그건 엄연히 직업으로써 생각해 본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내가 그 일을 그만두게 되었으니 앞 길이 막막하고 당장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곧장 갈피를 잡지 못하며 당황스러워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당장에 돈을 벌기 위한 일들을 여럿 해오다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커피와 빵 그리고 음식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조금이나마 모아둔 돈을 한데 모아 커피 학원과 제과제빵 학원을 등록했고 공부를 하면서 여러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일을 거쳐 경험을 쌓았다. 바리스타로도 경력을 쌓았고 레스토랑의 총매니저로써, 그리고 유명한 브런치가게의 셰프로도 경험과 경력을 쌓았다.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경험과 경력이지만 그 기간 동안 얼마나 세심하게 업무에 집중하고 관심을 기울이는지에 따라 기간에 상관없이 일에 대한 전문성과 숙련도,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때엔 연기를 그만둔 후로 하고 싶다고 생각 든 유일한 또 하나의 일이었으니까, 지나온 시간들에 미안하지 않도록 이 또한 최선을 다하고 진심을 다하고 싶었다. 참 행운처럼 그런 마음과 태도를 알아준 감사한 대표님들을 만나서 짧은 시간에 크고 바쁜 레스토랑의 총 매니저가 될 수 있었고, 유명한 브런치가게에 신뢰받는 셰프가 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도 해본다.

그런 경험들을 지나쳐 왔기에 지금의 몽상가를 온전한 내 힘과 열정으로 열 수 있었고 메뉴부터 인테리어구상, 조리, 운영, 마케팅 등등을 오롯이 혼자 다 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몽상가를 열기 전, 마지막으로 일했던 브런치카페에서. 요리의 즐거움을 가장 많이 느꼈던 곳이었다.


그렇게 음식을 요리하고, 커피를 내리고, 식재료를 만져가면서도 오랫동안 내가 업으로 몸담아왔던 관심사, 취미이자 일의 하나였던 문화는 늘 함께 했다. 희곡, 소설, 문학, 책, 영화, 연극, 노래, 전시회, 공연 등…. 그것이 자연스럽게 카페에 녹아났고, 그 관심사로 인해 연결고리가 되어 문화와 취향을 나누게 된 손님분들도 많이 만났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면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며 영화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1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먼 나라에서 영화얘기로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도 생겼다. 출판업계에 일하시는 분, 글을 쓰시는 분, 에디터까지도 만나 이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반갑기도 했으며 독서사랑이 남달랐던 감성적이고 따뜻한 손님분들과 각자 읽은 책을 주고받으며 공유하기도 했다.

그런 나이니, 깊고 얕게 알고 있는 문학가와 예술가들이 폭넓게 있는데 그중에서도 [태양의 서커스]는 모를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이었을 때 매일같이 하굣길 야자시간을 나와 내가 향한 곳은 연기학원이었다. 연기학원에 도착하면 밤 11시 혹은 그 넘어서까지 있다가 집에 도착하는 것이 매일의 일상이었는데, 그때 연기학원 친구들과 내가 아주 자주 즐겨보던 영상이 [태양의 서커스]였다. 그리고 물론 대학시절에도.

연기입시를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것이, 연극영화과 실기시험 때엔 연기뿐만 아니라 일정한 시간 안에 특기도 준비해서 보여야 한다. 각자 자신있고 확실하게 준비한 것들로 뮤지컬노래, 발레 혹은 무용, 댄스, 아크로바틱, 등등을 주로 하는데 [태양의 서커스] 영상은 그때 우리에게 엄청난 영감과 센세이셔널한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사람의 신체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묘기로 보였고 가히 경이로웠다. 지금 봐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경이로운 공연인데 그 어릴 때에, 심지어 공연 업계에 몸을 담그고 싶어 하는 배우지망생들에게는 얼마나 큰 세계적인 존재였겠는가.

그렇게 나의 큰 청춘의 한 필름 속, 존경과 우러러보며 선망의 대상이었던 [태양의 서커스] 단원들을 바로 여기, 몽상가에서 만나다니!!! 그것도 손님으로 말이다! 우리 가게에 식사를 하러 왔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당시 서울에 내한을 왔던 [뉴일레그리아] 포스터


누군가에겐 그게 그렇게 큰 일이야? 할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나에겐 엄청난 설레임을 안겨다준 경험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자랑하고 싶었는지, 인스타그램 개인계정과 카페계정 모두를 켜 스토리에 커다랗게도 요란법석을 떨며 올렸더랬다. ‘분명 이걸 보고 나와 같은 반응을 해올 친구들과 동료들이 있을 거야!!!!’ 그리고 그걸 보고 반응을 하며 연락이 왔던 건 역시 함께 연기를 해왔던 동료들. “세상에!” “대박!”

덩달아 나만큼이나 그것이 반가웠나 보다. 그래서 내심 뿌듯함과 벅참이 또다시 피어올라 오래도 즐거웠던 기억이다.

이때엔 [태양의 서커스] 내한을 , 잠실에서 공연을 하던 중이었다. 공연기간  이틀간의 오프데이에 부산을 들려 잠시 휴식을 취한 것이었고  시간  몽상가도 포함이  것이었다. 그것이 나에겐 얼마나 벅차던지! 이미 몇몇의 동료들과 친구들이 공연을 보러 , 경탄하며 스토리를 올렸던 기억도 있고  역시 너무 가고 싶었으나 서울까지   없는 환경이었고 가게를 운영해야 하니 아쉬움만 자리잡고 있었던 터였다. 그런데 이런 내게 행운이 오다니!  가게, 나의 가게, 몽상가에서 말이다!!!

 

그들이 핸드폰을 꺼내어 처음 나에게 태양의서커스단원이라고 알려주며 보여준 화면이었다. 그리고 곧장.. "뭐??!? 태양의 서커스 단원이라고??!!!???" 하는 내 거친 소리가 터져나왔고, 그들은 웃음이 터져버렸다. "맞아.!"


내가 너무 호들갑을 떨어 버렸다. 마냥 신나고 들떠서, ‘팬이에요! 정말이에요! 대단해요!!’ 를 나도 모르게 남발해 버렸는데 다행히도 그 반응을 즐거워해주셨다. (정말이지 진심으로 신이 났었으니까!!!) 그리고 네 분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알게 되었고, 반가운 마음 담아 사진도 담아내었다.

여전하게 뜨는 게시물에서 엄청난 묘기들과 상상할 수 없는 퀄리티의 공연 모습들, 연습의 모습들을 보곤 한다.


‘이 엄청난 분들을 만났다니…!’ 여전히 새로운 게시물이 뜨면, 반갑다. 세계를 돌며 공연하는 어릴 적 나의 우상들이 멋지게 삶을 펼쳐나가는 모습을 보면 에너지를 받고 희열을 느낀다. 이런 멋진 인생을 또 하나 마주해, 나는 또다시 넓고 넓은 세상을 실감했다. 다양한 삶과, 다채로운 인생이 있음을. 그리고 그러한 만남도, 인연도 있음을.

나는 이렇게, 몽상가에서 또 다른 멋진 경험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겪었다.

나는.. 축복이야.

몽상가로 인해 세상을 여행하는 축복받은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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