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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i eun Feb 26. 2024

“사장이 맛있는 커피를 다 망쳐놓았어!!”

이것은 칭찬일까, 야단일까


한 여름날, 아침 이르게 방문한 부부분이 있었다.

굉장히 드레시하게 차려입으신 모습에, 음식과 커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오시는 것이 정겹거나 푸근한 인상이 아니라 꽤나 많이 까다로우신 손님이셨다.

카페에 들어서서 내부를 한번 둥글게 바라보시곤 자리에 착석해 처음 내게 건네신 한 마디.


“아유, 아가씨. 여긴 뭐 이렇게 오기가 복잡해? 나 원래 가려던 카페가 있었는데 거기가 아직 문을 안 연 모양이더라고. 그 집 커피가 맛있는데.”

“내가 맛없는 커피는 절대 안 마시거든. 커피 맛없는 거 마시면 기분이 별로야. 어쩌다 찾아보니 여기가 일찍 문을 열길래 와봤는데, 커피가 맛이 없으면 어떡하지?”


“…”


그리고 마지막 회심의 일격!


“커피 맛 없으면 입도 안대는데. 걱정되네. 여기 커피 맛있어요? 먹을 만 해?”



이런 경우가 매우 드문데다, 아니다. 드문 게 아니라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다. 등장부터 날 긴장하게 만든 손님분들은 꽤 있었지만 (예를 들자면 꽤나 음식 비평에 냉정할 거 같은 미식가의 모습이나, 대포카메라를 묵직하게 들고 오시는 블로거분들이나, 공간과 메뉴, 음식 하나하나를 꼼꼼하고 세밀하게 관찰하시는 분들이나, 자리에 착석할 때부터 어쩐지 표정이 밝지 않은 손님이라거나. 그럼 나는 음식을 먹고 난 이후의 그들 반응을 살피려 애를 쓰고 안도를 하고 긴장을 푼다. 어쨌든, 음식이라는 것과 서비스라는 것은 손님의 기대에 만족을 드려야 마땅한 일이니까!) 어쩐지 기분이 상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말하자면, 참 감사하게도 나는 무례하다거나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진상손님’을 만난 일이 없다. 보통은 서비스직에 일하면 손님과 사람에게 상처받고 이리저리 치이다가 심신이 지쳐 그날 저녁을 술로 달래며 ‘이 일을 때려쳐, 말어’를 수십 번 토로하곤 하지만 정말이지 나는 몽상가에서 일하며 그렇게 날 술잔 앞에 앉게 만든 이를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물론 이건 전적으로 손님에 대해서 말이다! 일하면서 속으로 울고불며 '이제 그만하고싶어!!!' 외친 적이 설마 없었으랴. 주마등처럼 그 수많은 순간들이 다시 지나가니... 눈물이 나려한다!! 쥬르륵..) (손님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신기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즐겁고 놀라운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훗날 이 부분에 대해서 ‘어쩜 그럴 수 있었을까’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도 했다. 정말 이곳은 좋은 사람들만이 모였으니까.) 오히려 나 스스로의 미숙한 실수로 인해 몇 날 며칠 떨쳐내지 못하고 괴로워한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말이다.

그건 또 어떻게 다들 그리 눈에 잘 보이는 건지, 만나는 지인들마다 그리고 손님들마다 “여긴 진상손님이나 그런 사람 없죠? 왠지 그런 사람 여긴 없을 거 같애.” 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정말로 그렇다고. 무례하다고 할만한 손님을 만나본 일이 없다고. 그런 걸 어떻게 아느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똑같은 대답을 듣곤 했다.

‘신기할 만큼 여기는 사장님이랑 분위기가 비슷한 사람들이 다 오는 거 같다, 왠지 이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어떠한 부류의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거 같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거 같고 하나같이 감수성이 풍부하고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들인 거 같다, ‘카페 몽상가’하면 떠올려지는 여러 이미지들 중에 손님들의 모습 또한 늘 한결같다, “그리고… 몽상가의 sns만 봐도 그렇지 않나요. 어쩜 다녀간 사람들의 인상이 한결같이 선한지. 정말 이 공간에 있을 만한 사람들 같아 보여요.”’라고.

그러게, 나도 그것이 늘 신기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이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나도 모르는 사이 매우 진해져 갔던 것도 같은데 그 덕에? 그 때문에? 덕인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뭐랄까, 카페에 들어서려다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시는 분들이 간혹 있었는데 그런 분들의 분위기는 또 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사진 꽤나 찍길 좋아할 인플루언서의 모습을 한 화려한 모습의 젊은이들. 화려한 사람들도 물론 몽상가에서 많이 만났지만 본인의 사진을 한가득 카메라에 담아 sns에 올리며 예쁜 외면을 즐기는 분들이랄까. 유독 앞가슴이 깊게 패인 옷을 입고 딱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고서 뾰족 구두를 신고 온 그런 분들! 그런 멋쟁이들은 카페 문을 열고나면 조용-히, 살포시 다시 닫고는 발을 들이지 않았고 나중에 퇴근하고 보면 일명 ‘패션피플’에게 ‘핫’한 카페 앞에서 열심히 멋진 자세들을 곁들이며 사진을 찍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 카페에 들리는 목적 중 사진을 남기는 것도 매우 큰 분들이셨으리라. (그 즐거움을 나도 모르진 않으니까! 푸하하.)

그 모습을 볼 때면 나름 속으로는 그래도 ‘우리 카페도 사진 예쁘게 잘 찍힐 텐데….’ 조금은 섭섭하고 아쉬워하면서도 어쩐지 결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차분함이 곳곳에 묻어나고 서정적인 이 공간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핫함’과는 조금 동떨어진 이곳이니, 어쩌면 그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해 실망을 드릴 바에는 만족이 될 만한 공간에서 그들의 유희를 즐기는 것이 되려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는 ‘덕’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여튼 그러하니, 나는 매번 감수성이 풍부하고 서정적이고, 평온함을 지향하는 많은 손님분들을 늘 맞이하였고 그 분위기에 나마저도 늘 편안함을 가지며 이 공간에서의 안락함을 영위하는 일상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일상에서 아주아주 큰 내면의 균열을 내게 준 손님이었으니, 첫 만남부터 얼마나 진땀을 빼고 긴장을 했는지 모른다.

마스크로 긴장된 얼굴이 역력한 나의 아마추어같은 표정을 내보이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긴장과 긴장의 연속 속에서 어떤 대답을 내놓아야 할지를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또 손님을 만족시켜 드릴 자신은 있었다. (그 자신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거람?)


우물쭈물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라하다가 내 입에서 나온 말이란, 조금은 소심하고도 조금은 당찬 포부가 들어찬 대답.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꼭 맛있게 만들어드릴게요.”였다. 사실, 말을 하면서도 부르르르 긴장된 마음으로 떨림의 연속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정말로 진심이기도 했다.


‘꼭 만족시켜 드렸으면 좋겠다…!’



첫 만남부터 날 긴장하게 만드셨던 어머님은, 따뜻한 카페라떼를 주문하셨다.

내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메뉴이기도 하고, 나의 단골손님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했던 hot latte!

일단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자신있는 음료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떼를 만들며 내가 이렇게 긴장하고 걱정하면서 만든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예쁜 라떼아트를 만들어, 넘치는 찻잔을 조심스레 들고서 어머님께 건네드렸고 돌아서서 부엌으로 돌아오는 그 짧고도 짧은 순간에는 이마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시간같던 몇 분이 지난 후, 커피를 몇 모금 드신 손님께서 뒤돌아서 외치셨다.


“사장님, 커피 좀 하네.
맛있어요.
나 엄청 까다로운데. 맛있네.”


심장이 쿵 -



그 순간

심장이 정말로 쿵.

쿵.

쿵.

어찌나 쿵덕쿵덕 뛰어버리던지.

이 엄청난 두근거림이 안도감에서 나오는 두근거림인지, 긴장이 풀려서 나오는 두근거림인지, 두려움에서 해방된 눈물과 같은 두근거림인지, 어쩐지 큰 고객님의 산을 넘은 것만 같은 성취감과 뿌듯함에서 오는 희열과 같은 두근거림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확실한 사실은, 가슴이 엄청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정말,

다행이다! 해냈어!

다행이야!!!!’




그렇게 긴장의 연속이었던 짧은 헤프닝이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나 싶었을 즈음, 약 삼십 분쯤이 지나 손님께서 잔에 조금 남아있던 라떼를 내게 가져오셨다.

“사장님, 이거 전자레인지에 30초만 데워주시겠어요? 식어버렸는데 따뜻하게 먹고 싶어서요. 꼭 30초만 돌려야 합니다. 그 이상은 안 돼요. 꼭 30초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여기서 문제는, 가게에 있던 전자레인지는 초단위 설정이 안 되고 분 단위로만 설정이 가능하다는 거였고, 다른 손님분들도 있었기에 정확히 삼십 초가 될 때를 바라보며 전자레인지 앞에 있을 수만은 없었다는거였다. 그리고 나의 어리석음이었다면, 30초만 데워서 따뜻해질까, 싶어 괜한 마음을 쓴 거였다.

그래서 내 마음으로는 조금 더 따뜻하게 드셨으면 하여 좀 더 돌려버린 것이 화근이 되었다.


전자레인지에서 커피잔을 꺼내 들었을 땐 김이 모락모락 나게 되었는데, 그 커피잔을 보자마자 손님께서 화를 내기 시작하신 거였다!

그때부터 시작된 또 다른 두근거림.


맛있는 커피를 다 망쳐놨다며 몇 번을 내게 소리를 치시고 핀잔을 주시며 화를 내셨는데, 우유가 뜨거워지면 비린내가 나는 것을 모를 거 같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뜨겁게 돌리면 어떡하냐고 화를 내시는 거였다.

그러니까, ‘우유가 뜨거워지면 비린내가 나는 것을 모를 거 같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에는 바리스타로써 나에 대한 인정과 신뢰가 담겨있는 말이었고, 내가 만들어드린 커피를 ‘맛있는 커피’라고 칭해주신 것 또한 바리스타로써 나에 대한 칭찬과 다르지 않은 말이었는데, 결국 ‘무지한 당신이 이 커피를 다 망쳐놨다’라는 말은 바리스타로써의 자격을 아둔하는 것과 같았다.


‘이건 칭찬일까.. 욕일까..’ 생각하며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는데, 사실 그 순간 나의 아둔함에 스스로 질책하고 당황하느라 나도 어찌 대응해드려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도 “이 맛있는 커피를 사장이 다 망쳐놨네, 다 버려놨네”라는 말을 내게 끊임없이 하셨다.


연신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리면서도 ​‘커피를 딱 30초만 데웠어야 했는데…. 손님이 그렇게나 말씀하신 이유가 있었는데…. 30초만 전자레인지 앞에서 기다리면 됐었는데…. 괜히 더 따뜻하게 만든다고..’ 하고는 나는 끝없이 속으로 자책하고 있었다.


“너무 죄송해요. 커피 한잔을 다시 만들어드리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될까요?”

정중히 여쭤봤지만 손님은 너무도 냉랭하게 거절하셨다.

더 이상 손님의 기분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어버린 거 같아서 절망적인 기분에 휩싸였지만 이젠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거 같아 보여서 그저 ‘죄송합니다’만 되풀이하며 사과드릴 뿐이었다.


그렇게 손님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 시간을 좀 더 보내었고, 곧이어 자리를 일어나셨다.

나가시는 길에도 너무 긴장을 했던 터라 “감사합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하며 간신히 인사를 건네드리는데, 내가 인사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일절 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웬걸.

손님께서 나가시다 말고 뒤를 돌아보며 나에게 딱 한마디를 건네시곤 사라지셨다.


“잘 먹었어요.”


순간 다리가 후루룩 풀릴 거 같았던 내 마음.


그러니까, 그 짧은 순간에 한 손님으로 인해 내 가슴이 몇 번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 것인지!


손님이 가게 문을 나서고나서 단연코 강하게 다짐한 그날의 마음가짐이 있다.

‘손님이 원하는 니즈가 있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저 그 니즈를 충족시켜 드리면 된다!!!!!!’


그러면서도 연신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다시금 그 일을 생각해 본 건데….

또 나쁘지만은 않았던 거 같다며 생각한 것이, 칭찬도 들었으니까.

‘맛있는 커피….’

맛있는 커피라며 화색을 보이면서 내게 “사장님 커피 좀 하네!”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나는 손님에게 칭찬을 들은 걸까, 욕을 들은 걸까!?

이렇게 소심한 나는 또 그날의 일을 하루동안 복기해 보며 다짐했더랬다.



다음부터 남은 커피를 데워달라고 누군가 내게 부탁을 한다면, 절대! 기어코 30초 이상을 데우지 않겠노라!!!!

하고.


나의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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