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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i eun Mar 11. 2024

몽상가의 1주년, 엄마의 선물

어머님들과 독일어머님들.

23. 6. 8. 1주년의 일지.



“진짜로 1주년이 올까?”

“얼마나 있어야 1년이라는 시간을 채울까?”

“1주년이 되는 날은 뭘 하지? 파티를 할까? 아니면 소소하게 케이크에 초를 불까?”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정말이지 안 올 것만 같았던 1주년이 성큼 다가와 오늘이 되었다.

늘 그림만 그리던 상상 속 1주년은, 초도 불고~ 혹은 손님분들을 초대해 소소한 파티도 열고~ 혹은 지인들과 함께 작은 이벤트도 하는 그런 모습이었는데 막상 1주년이 정말로 나에게 다가오니, 조용하게 마음속으로 소중히 품고 가고 싶었다. 1주년이라고 뭐가 특별할까. 그저 이렇게 소소하고 따스하게, 아늑하게 하루하루 감사히 손님들과 추억들을 만들어가며 가게를 해나가는 게 중요하겠지. 그리 생각했다.


그러니까… 뭐랄까, 1주년이라고 신나게 알리는 것보다도 마음속에서 소중히 안고, 추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더 아끼듯 간직하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 내 마음이 그랬다.

 

이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고, 잊지 못할 깊고 깊은 나만의 추억도 생겼고, 손님들과 시간 속에 함께 쌓아온 추억들도 아주 많이 생겼다. 정말 많은 손님분들을 만났고, 너무 큰 인연들을 만들었고 꼭 가게 안에서 세계여행을 하는 것만 같이 전 세계의 다양한 손님분들도 만났다. 대화의 창구도 되었고, 문화의 장이 되기도 했고, 취향을 나누는 장터가 되기도 했다. 먼 국경을 지난 어떤 이들은 친구가 되어 가끔 안부를 묻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가게 밖에서도 만날 정도로 친분이 생겨 깊은 인연이 되기도 했으며, 어떤 손님분들은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고민을 상담하기도 하고, 손님분들의 애정 담긴 손편지도 여럿 받았다. 오래된 단골손님분들은 이제 이웃이 된 것 마냥 정을 주고받으며 하루하루 일상들을 채워주시기도 한다.

 

그 모든 시간들을, 흩날리고 싶지 않았으리라.

아마 내 마음이 그런 마음이었을 테다.

그래서 친구들에게도, 손님분들에게도 1주년을 알리지도 않았던 그런 날인데 기어코 그런 내 마음에 폭죽을 터뜨린 날이 되었으니, 눈물까지 흘린 1주년이 되었다.




오늘은 한 시 반에 예약손님분들이 있었다.

평소에는 손님분들이 어떻게 몰릴지 몰라(만석이 되거나 손님분들이 몰리는 시간이 늘 그때그때 다르다.) 예약을 섣불리 받지 않는데, 평일인 데다 한 시 반이면 보통 바쁜 시간대가 다 지나고 난 이후라 받았던 단체예약. 단체예약이라 해봐야 6명이지만 자그마한 우리 가게에선 손님 여섯분이 단체라고 불릴 수 있는 인원이다. 테이블 4개가 내부에 들어선 아기자기한 매장에서 6명이 앉으면 꽤나 복작복작한 모습이 연출되는 아담한 우리 가게.


한시부터 두근거리며 두 테이블에 음식들을 종류별로 하나씩 예쁘게 플레이팅을 하기 시작했다.

카프레제바게트는 3개를 2등분씩 하여 1인당 1조각씩 먹을 수 있도록, 미니크로와상샌드위치도 1인당 하나씩. 그리고 후식처럼 커피와 함께 먹기 좋은 프렌치토스트는 3명씩 앉아있는 테이블 당 하나씩_.

테이블마다 매일 생글생글한 꽃이 담긴 꽃병도 한번 더 가지런히 점검하고, 앞접시, 커트러리도 가지런히 예쁘게 놓아본다.

‘커피는 손님분들이 오시면 그 자리에서 주문을 받고 따스하게 내어드려야지.’

그리고 정말 약속처럼 한 시 반 땡! 하니, 들어오기 시작했던 오늘의 단체손님분들.

며칠 전 이틀 내내 오신 적이 있었던 어머님께서 친구분들과 함께 하시겠다며 예약을 주셨다.

그리고 한분씩 들어오기 시작하셨던 오늘의 손님분들은 정말이지 너무 멋진 옷차림과 스타일로 공간을 이내 환하게 채워주셨다.


‘참 고우시다.’


속으로 내내 생각했다.

어쩜 모두들 저렇게 곱고 아름다우신지.

곱고 아름답다는 내 생각이 스칠 때쯤, 곧이어 신난 템포들이 가게를 가득 메운다!

“아우~~~ 야~~~ 너무 예쁘다!!!”

그때부터 고운 어머님들께서 사진을 가득 찍기 시작하신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의 텐션과 호흡도 한껏 올라가기 시작한다.

손님분들이 이렇게 가게에 들어와서 즐거워하시면, 덩달아 즐거워지는 건 내 몫.

언제나 그렇게 나마저도 텐션이 한껏 올라간다!

어느새 여섯 분이 모두 자리에 앉으셨고, 신나는 대화들과 웃음, 즐겁고 행복한 기운들이 가게를 가득 메운다. 이 공간을 즐기고, 내가 내어드린 음식과 커피를 오롯하게 즐기시고 마냥 즐거운 얼굴로 신나게 시간을 보내시는 어머님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막막 행복해진다.

‘엄마가 딱, 저 나이셨을텐데.’

그 생각이 스쳐갈 때쯤,

손님 두 분이 들어오신다.

독일 손님.

우리 가게는 외국손님분들이 정말 정말 많다.

남미, 아시아, 유럽, 미국, 보통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국가에서도 늘 찾아온다.

그래서 모든 테이블이 외국손님일 때도 하루이틀이 아닌데, 보통은 가족분들 혹은 신혼부부 혹은 부부, 연인, 젊은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친구사이인 외국어머님 두 분이 오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오늘 처음으로 친구사이인 외국어머님 두 분을 손님으로 맞이하게 된 것!

‘어.. 어랏..?’

이미 한껏 신나 있던 어머님들 여섯 분들 사이에 또 다른 나라의 어머님 두 분이 가게에 들어서니, 모두들 격하게 환영하기 시작했다. 그 환영이 반가운 독일 어머님 두 분도 환대 속에 자리를 잡으셨고, 이내 메뉴를 주문하셨다. 주문받은 음식을 내어드리고 다시 부엌으로 돌아서는 때!

이미 자리에 있으셨던 어머님들께서 독일 손님분들에게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그게 발단이 되어 유쾌한 어머님들은 다 같이 사진을 찍자 하셨고, 마냥 신나는 분위기 속에 독일 어머님 두 분도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다 함께 그 사이 친구라도 된 듯 서로의 어깨에 손도 얹고 다정하게 포옹도 하며 너무 즐거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설거지를 하려다 말고 그 모습이 다들 너무 행복해 보이셔서, 나는 그 순간을 놓칠 수가 없었다. (내가 가게에서 카메라를 드는 순간은 늘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가게 안에서 손님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거나, 나에게 다가와 한껏 친절과 호의와 사랑이 담긴 말들을 쏟아내시면, 나는 그 눈빛과 마음이 행복해_ 순간을 남기고야 만다. 그렇게 손님분들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쌓였다. 그래서 먼 서울에 살거나 심지어 외국에 사는데 부산에 놀러 올 때마다 사진을 찍고 함께 추억하는 일화들도 여럿 생긴 것이다. 흐흐. 다시 생각해도 따숩네… 1년 동안 정말 많은 추억이 있었구나.) 그렇게 핸드폰으로 다 같이 사진을 찍고 계시는 모습이 예뻐, 나는 커다란 카메라를 챙겨 들고 “제가 사진 찍어드릴까요~~?” 했더니, 독일 어머님들까지 합세해서 다 같이 좋다는 표시를 신나게 하신다. 그 신남이 나에게까지 전달되어 이제는, 요리사가 아닌 카메라맨이 되어서 이 순간 다 같이 하나가 된 어머님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렇게 사진에 담고 돌아서려니, 이제는 독일 손님분들이 핸드폰을 내게 건네시더니, 그 핸드폰으로도 사진을 찍어달라셨다. 그리하여 우리는 한국어머님들의 핸드폰카메라로, 나의 디지털카메라로, 독일어머님들의 핸드폰카메라, 총 3대의 카메라로 여러 번 각자의 추억들을 챙겨 담았다.

그리고 다시 각자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나는 한숨 돌리기 위해, 손님들이 안 보이는 안쪽 부엌으로 들어갔는데, 어머님들의 북적북적 신나게 대화하는 소리들,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들을 듣고 있자니 또다시 너무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저런 모습이셨을까?

아마도 그랬을 거 같아. 꼭 엄마 친구들을 보는 거 같네.

스타일 멋지고, 유쾌하고, 정이 많고 순수함도 있고 사랑스런 모습도 많은 어머님들처럼, 우리 엄마도 그랬으니까.’ 나이대도 비슷하실 거 같아 보여, 정말이지 엄마의 친구들이 이 공간을 찾아온 것만 같았다.

갑자기 그 생각을 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질 거처럼 마음이 너무 벅차올랐다.

‘안 돼, 안 돼, 울지 말자.’

간신히 참으면서도 자꾸만 눈시울이 붉혀져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나중에 손님분들이 나가는 자리를 인사할 때에 이 모습이면 안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마음을 다독였지만 벅차오르는 마음은 식을 줄을 모른다.

엄마가 1주년의 몽상가에게, 그리고 나에게 꼭 고생 많았다고, ‘재밌었지?’ 하고, 선물을 건네주는 것만 같았다. 유쾌한 어머님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들이 꼭 나에겐 그리 들렸다.

“이게 선물이구나.
몽상가에게 주는 1주년 선물.”



오늘은 꼭 엄마의 선물을 받은 듯했던 날.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조용히 지나가더라도 1년 동안 손님분들에게 감사했던 마음은 꼭 표현을 해야지.

그리고 이 소중한 순간도, 소중히 담아 기록해야지.’

그리고 늦은 마감을 하기 전, 손님분들이 모두 나간 자리 뒤 작은 글귀들을 올려 포스팅했고,

오늘의 순간순간들을 소중히 복기하며 늦은 마감을 시작했다.

 

회사에서 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가는 남편이 조금은 늦게 오는 날이라,

나는 퇴근하고 간만에 드라이브를 하고자 송정 바닷가 근처 카페로 왔다.

늘 만드는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지 않고 새로운 맛으로 오물오물 사 먹으며 하루를 기록한다.

오늘도, 참 좋은 하루였다고 생각하며, 몽상가의 1주년을 축하하며.

사랑하는 엄마를 떠올리며.

좋아하는 커피와 샌드위치, 글, 그리고 멋진 노래를 벗 삼아.

feat.

아!

그리고 오늘 이렇게 다 같이 왔던 손님분들께서

“우리 마지막으로 노래 하나만 듣고 이제 정말 일어나자!” 하시며 내게 요청한 노래 한 곡이 있었다.

그리고 곧장 내가 사랑에 빠져버린 노래.

우리 가게와 너무 잘 어울려서 꼭 이곳에서 들으면 행복할 거 같다던 어머님의 요청곡.

가사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곧장 내 마음도 흔들던 노래.

오늘은 아무래도 il mondo 일몬도를 내내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거 같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없이 반복해서 듣고 있는데 자꾸만 울컥해 버리는 노래.

언제나 정말 많은 순간 생각하듯

또 한 번 생각한다.

“나는 정말, 복 받은 사장이야!”

라고.


너무 멋지고 사랑스러운 어머님들이셨다. 가게를 환하게 비추는 -



그 모습이 멋져, 나는 카메라에 모습을 담았고 -


이내 들어오셨던 독일 어머님 두 분도 하나가 되어, 공간에서 다같이 즐겨주셨다.

feat. 독일 어머님 두 분은 어릴때부터 같이 자라온 동네 친구라 하셨다. 그리고 우정여행으로 두분이서 한국으로 여행을 온 것.

나는 그 어떤 여행길보다도 낭만적이고 로맨틱하게 들렸다. 어릴 적부터 함께 한 오래된 친구와 나이가 들어 함께 해외여행을 추억하다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생각했다.



두 분은 자리를 일어나기 전에, 한참을 웃으며 무언가를 얘기하셨는데 그 말에 어머님들 모두 너무너무 행복해하셨다.


"어쩜 이렇게 다들 예쁘고 멋져요. 스타일이 너무 너무 멋져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사진을 남겨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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