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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원 Sep 03. 2023

아버지의 구두

Licorice Shoes. Andy Yoder/2008


아버지의 구두


세상 어느 곳에라도

갔던, 가려했던 이의 발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때로는 유보하면서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를 위해

걷고 또 걸었던 한 가장의 발이다.


 

비가 와서 젖어들 때도

더운 여름날 숨 쉴 수 없는 더위에도

뚜벅뚜벅 걷게 하는 힘이었다.

눈이 펑펑 내린 미끄러운 길과

꽁꽁 언 얼음 위에서도

그를 전진하게 했던 지킴이었다.


 

이제는 주인 없는 신발이 되어

그리운 이의 얼굴을 소환한다.

한때 나의 신이었던 신발의 주인을.


다시 만나게 되는 날

당신의 검은색 옥스포드화를 찾겠어요.


  

-걷고 싶은 길은 어떤 길인가요?

-함께 걷는 이가 있나요?

 


Pictures at an Exhibition, 데이비드 호크니, 2018


Mobile(Le Corbusier), 자비에 베이앙, 2013


19th 구하우스 미술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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