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슬픔을 가졌는지
슬픔을 말하지 못하는 게
어째서 또 다른 슬픔이 되는지
나의 슬픔이 단단한 톱니바퀴가 되어 누군가를 할퀼 때
알면서도 달칵 달칵 부지런히 돌아갈 때
그만 죽고 싶은 마음
출혈이야,
남은 피는 없어
적셔지는 빛
그 속에 나를 휘감는
그런 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어
말 못 하는 슬픔은 이번 생에 그대로 두고
나를 톱니 모양으로 다듬는 세공사와 그만 이별하고
슬픔을 휘감는 빛이 되어
영영 휘발하는 아픔
적셔지는 빛으로
그런 내 곁을 축축이 적셔두고
여름이 지나간다
지금 오고 있어
빛
밤새 기도하는 내 머리 위로 누군가 알려주는 쏜살의 존재
쏜살같이 지나갈 거야
빛의 속도로 너는
영영 함께 달리는 삶을 살겠지
빛과 빛의 속도로
말 못 하는 슬픔을 버릴 수밖에 없는 속도로
이전과는 아주 다른 삶
태연한 표정을 짓고 모르는 척
사랑에는 지도가 필요 없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슬픔을 발설하지 않으려 입을 꾹 다문 동안에
지금 오고 있어,
빛
여름이 지나간다
출혈이야,
남은 피는 없어
정말이야
눈물을 다 털어낸 어느 날에
빛
우리에겐 더 이상 지도가 필요 없지
손을 휘감는 힘에 이끌려
슬픔을 버려두고 갑니다
나의 슬픔을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톱니바퀴
남은 눈물은 없어
정말이야
지금 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