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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도sido Sep 04. 2021

여름이 지나간다, 지금 오고있어

왜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슬픔을 가졌는지

슬픔을 말하지 못하는 게

어째서 또 다른 슬픔이 되는지


나의 슬픔이 단단한 톱니바퀴가 되어 누군가를 할퀼 때

알면서도 달칵 달칵 부지런히 돌아갈 때

그만 죽고 싶은 마음

출혈이야,

남은 피는 없어


적셔지는 빛


그 속에 나를 휘감는


그런 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어

말 못 하는 슬픔은 이번 생에 그대로 두고

나를 톱니 모양으로 다듬는 세공사와  그만 이별하고


슬픔을 휘감는 빛이 되어

영영 휘발하는 아픔

적셔지는 빛으로


그런 내 곁을 축축이 적셔두고

여름이 지나간다


지금 오고 있어



밤새 기도하는 내 머리 위로 누군가 알려주는 쏜살의 존재


쏜살같이 지나갈 거야

빛의 속도로 너는

영영 함께 달리는 삶을 살겠지 

빛과 빛의 속도로

말 못 하는 슬픔을 버릴 수밖에 없는 속도로

이전과는 아주 다른 삶


태연한 표정을 짓고 모르는 척

사랑에는 지도가 필요 없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슬픔을 발설하지 않으려 입을 꾹 다문 동안에


지금 오고 있어,


여름이 지나간다


출혈이야,

남은 피는 없어

정말이야


눈물을 다 털어낸 어느 날에



우리에겐 더 이상 지도가 필요 없지

손을 휘감는 힘에 이끌려

슬픔을 버려두고 갑니다

나의 슬픔을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톱니바퀴


남은 눈물은 없어

정말이야


지금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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