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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댈 곳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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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예지 Apr 21. 2023

학부모상담: 첫 학부모상담의 세 가지 목적

3가지 목적을 밝히다


학부모(父母): 학생의 아버지나 어머니라는 뜻으로, 학생의 보호자를 이르는 말.
상담(相談): 문제를 해결하거나 궁금증을 풀기 위하여 서로 의논함.


4월, 첫 학부모 상담이 잡혔다. 입학한 지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에서 학부모와 교사는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20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엄마로서, 내담자로서 나는 어떤 모습과 행동거지를 해야 하는 걸까? 엄마로서의 나와 나로서의 나는 과연 다른 것일까? 여러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정보의 홍수 아니던가. 책과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아래 영상을 주로 보며, 학부모상담을 준비했다. 큰 도움이 됐다.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은 어떤 생활을 하실까 궁금해 송주현 선생님의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 책을 읽기도 했다. 숱한 에피소드가 교실에서 생겨나고, 아이들은 자라는구나 싶다. 유치원 티를 못 벗어낸 아이들이 어엿한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모습을 보는 선생님의 마음은 어떨까 상상했다. 괜스레 내가 마음이 뭉클해졌다. ‘1학년이 되었어요’ 책을 버리지 말고, 1학년 끝날 때, 그리고 6학년 졸업할 때 얼마나 성장했는지 아이와 함께 비교해 보라고 알림장을 남기신 호제의 담임 선생님이 함께 떠올랐다.


 • 어디든학교
학부모 상담 효과적으로 하는 팁! 이건 잊지말고 준비하세요!
https://youtu.be/nX5 mqX5 FJCs

• 조작가의 스몰빅클래스
새 학기 학부모상담 때 담임선생님께 ‘이걸’ 물어보세요.
https://youtu.be/BFMGZKerP_0

• 슬기로운초등생활
3월 새학기 상담 때마다 담임선생님께 드리는 멘트는 이것입니다.
https://youtu.be/0FCtTlQSFZU

• 콩나물선생님 CongSSem
담임 선생님께 하면 좋은 말 vs 하지 않는 게 좋은 말
https://youtu.be/ybfdn-tJOvw


담임 선생님께 어떤 말씀을 드리면 좋을지, 어떤 주제를 내가 듣고 싶어 하는지 정리했다. 짬짬이 보고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약 2주의 시간이 걸렸다. 학부모상담에 임하는 나의 목적과 태도,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의 상세한 내용을 정리했다.


20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 귀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짬짬이 생각했다. 작은 메모지에 키워드를 적고 담임 선생님을 찾아뵀다.






교실 문 앞에서 상담시간을 기다리는데 어찌나 떨리던지. 문을 똑똑 두드리고 교실로 들어갔다. 인사를 드리고, 상담을 시작했다. 선생님께서 말씀 주셨던 좋은 내용을 잊을 때면 꺼내보고자 간략하게 기록해 본다.


“선생님, 전 오늘 학부모상담에서 3가지 목적, 말씀을 나누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꼭 이 말씀은 드리고 가고 싶어요. 첫 번째는 아이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고요. 두 번째는 요즘 집에서 아이에게 신경 쓰는 부분을 나누고,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추구하시는 부분을 듣고 집에서 무엇을 살펴보고 돌봐야 할지 알아가는 기회였으면 합니다. 세 번째는 감사함의 표현을 꼭! 꼭! 드리고자 합니다. 정말 3월 초 너무 감사드렸어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중략)


요즘 두 가지를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부분을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이기도 하고요. 첫 번째는 승부욕과 잘 지는 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승부욕이 어마무시하게 높고, 지면 많이 속상해합니다. (적고 보니, 당연한 말을 했네. 지고 나서 기분 좋은 사람이 그리 흔하지는 않지.)”


선생님은 미소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승부욕은 인생에서 필요한 부분이에요. 원탑이 되려면 꼭 필요하죠. 원탑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과정에서 승부욕이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잘 키워주시면 됩니다. 아이들이 졌을 때 나오는 행동들이 있습니다. 흔한 현상입니다. 학교에서 제가 사전에 졌을 때의 행동들에 대해 많이 얘기해 줍니다. 그리고 아직 호제의 승부욕으로 인한 부정적인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아! 속으로 감탄했다. 호제에게 승부욕은 고된 세상을 살아나가는 든든한 자신만의 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놓치고 있었다. 졌을 때 마음이 상하겠지만, 어떻게 다시 회복해내느냐를 배울 때 승부욕이 살면서 큰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테고. 과한 승부욕으로 생기는 단점은 잘 가꾸어 다듬으면 된다. 사람과 부대껴 살면서도 안 다듬어지는 부분이라면 그건 본인이 안고 가면 되는 일이다. 승부욕. 잘 가꿔보자.






“두 번째는 다른 의견, 타인이 하는 싫은 소리를 수용하는 법을 어떻게 잘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입니다. 선생님, 지혜를 주세요!!”


선생님은 지혜를 달라는 말에 웃음이 빵 터지셨다. 그리고 이런저런 말씀들, 살아오면서 느끼셨던 바, 마음과 다르게 잘 안 되었던 부분, 지금도 노력하는 부분들을 말씀 주셨다. 그리고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행동, 육아의 본질, 부모-자식 간의 기본을 다시금 일깨우셨다.


“호제 어머님이 말씀하시는 부분은 불교에서 말하는 일종의 해탈의 영역인데, 이제 6-7세 된 아이에게 너무 큰 걸 바라는 건 아닐까요.


부모가 자녀의 마음을 많이 읽어주세요. 훈육이나 야단이 아니라 자녀의 마음을 먼저 많이 읽어주고 알려주세요.


그리고 자식에게 원하는 행동이 있으면 집에서 부모가 행동으로 보여주면 됩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에요. 게임에서 졌을 때, 졌지만 아주 뜻깊은, 즐거운 시합이었다고 긍정적으로 얘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듣기 싫은 소리를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엄마아빠는 항상 네 편이라는 걸 알려주세요.”



엄마아빠는 항상 네 편






대학생 때 부모와 다른 곳에 산다면 이제 12년, 고등학생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산다면 이제 10년 남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아이와 몸을 부대끼며 일상을 공유할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본질에 충실하자고 되뇌어 본다. 교육이란 결국 시간의 힘이며, 아이들끼리 부대끼며 만들어갈 사회성이 선생님의 가르침을 뛰어넘을 거라는 송주현(2016) 선생님의 글도, 지나영(2022) 선생님의 부모는 쌀 짓기에서 물과 불의 역할만 하면 된다는 본질육아도 함께 떠올린다.


낯섦이 가득한 초등학교 1학년 생활에서 학부모 상담은 본질을 놓치지 말라는 길잡이 역할을 해줬다. 호제의 첫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이자 학부모로서 만나 뵌 첫 담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참고문헌

• 송주현 (2016).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 낮은산.

• 지나영 (2022).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21세기북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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