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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댈 곳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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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예지 Apr 13. 2023

입학: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

국기에 대한 경례와의 첫 만남


입학(入學): 학생이 되어 공부하기 위해 학교에 들어감. 또는 학교를 들어감.


그날이 왔다. 부모에서 학부모가 되는 날. 유치원생이 초등학생이 되는 날. 초등학교 입학식!


호제가 직접 고른 파란색 책가방과 남색 실내화가방을 들고, 학교로 향했다. 집을 나와서 사진 찰칵, 밖으로 나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찰칵, 호제가 학교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찰칵, 입학식장 체육관 문 앞에서 찰칵. 사진을 찍어대는 횟수가 올라갈수록 주책없이 내 가슴이 벅차올랐다.


체육관 안에 들어가 호제 반 표지판을 찾았다. 담임 선생님께 나와 호제는 인사를 드렸다. 호제 스스로 자리를 찾아 앉고, 가방을 벗어 의자 밑에 놓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또다시 한번 울컥. 아, 분명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날 것 같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이었는데. 아이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감정이 울그락불그락거렸다.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했다.




호제는 저 멀리 옆옆옆반에 있는 아는 친구들을 발견하고 갑자기 일어났다. 뱃속 저 깊숙한 곳에 있는 에너지를 끌어올려 고래고래 친구이름을 한 명씩 불렀다. 아주 거세게 손을 흔들었다. 격한 반가움의 표현이었다. 행사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벌떡 일어나 친구를 부르며 인사하는 모습이 마치 두더지게임에서 두더지들이 뿅! 하고 위로 올라온 모습 같았다.


장내를 정리하는 멘트가 나왔다. 곧이어 식을 알리는 멘트가 나왔다.


“2023년 초등학교 입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국기에 대한 경례가 있겠습니다. 국기에 대하여~ 경례!”

 




국기에 대한 경례! 외침 후, 다들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런데 웃음이 빵 터지는 소리가 주변에서 들렸다. 7-8세 꼬꼬마들의 뒷모습을 보며 울컥울컥 거리던 나도 같이 웃었다.


한 아이만 거수경례를 하고 있었다. 한 아이의 오른쪽 팔만 위로 치켜올라와 있었다. 176명 중 혼자 가운데에 서서 거수경례를 하니 톡 튀어 보였다.


엇?! 어어엇?!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거수경례를 한 아이는 바로 호제였다.


잠시 뒤, 호제는 주변 친구들을 보고, 손을 내려 가슴으로 옮겼다. 뒤이어 애국가가 이어졌다.




남의 아이면 귀엽다로 끝났을 텐데, 나의 자식이 거수경례를 하는 걸 보니 귀여우면서도 엉뚱한 모습에 기쁘기도 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 등등 여러 감정이 뒤섞였다. ‘아이들은 어디서 애국가를 배웠을까. 축구경기였을까, 유치원이었을까, 정말 애국가를 아이들이 큰 소리로 부르는구나, 국기에 대한 경례는 어디에서 배웠을까’ 등등의 생각이 스쳤다.


그러다 문득 초등학교 졸업식 때의 호제는 어떤 모습일까 그려봤다. 국기에 대한 경례는 능숙하게 할 것이며, 애국가도 거침없이 부를 것이다. 조직 규범에 벗어난 행동, 생각을 할 때면, 두더지 게임처럼 뽕망치를 맞는 순간들을 맞이할 것이다. 그렇게 학교에서의 사회화가 진행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Yes! 를 외칠 때, No! 를, 모두가 No! 를 외칠 때 Yes! 를 외치는 호제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봤다. 아니야, 슈퍼 노멀도 괜찮지. 꼭 나만의 색깔이 진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을 하며 갈팡질팡 거렸다. 그 무엇이건 차곡차곡 쌓인 시간 위에 호제는 어떻게 자랐을지 심히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그 무엇이건 즐거운 나날들의 연속이길, 기억하고 싶은 추억을 많이 쌓는 학교 생활이길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그러나 등교한 지 열흘도 채 안 될 무렵부터 호제는 학교 가는 게 좋았다, 싫었다, 재미있었다, 재미없었다를 반복했다.


할머니, 초등학교 안 다녀 봤어?! 3월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 (말랑 할머니: 다녀봤지. 할머니도 학교 가기 싫을 때가 있었어. 3월 힘들지. 그렇고 말고. 그래도 학교는 가는 거야.)

학교는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 왜 생긴 거야?

화, 목만 학교 가면 안 돼?

점심 먹고 광장에 앉아 하늘을 보며 엄마아빠 생각을 했어. 학교 가면 엄마가 보고 싶어.


입학식 이후 3월 한 달 동안 이외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 친구들과의 일상, 학교 선생님들과의 관계, 급식까지 주제가 꽤나 다양했다. 3월 한 달간 호제는 나에게 많은 생각거리와 여러 가지 첫 경험을 안겨주었다. 호제의 질문과 생각에 대한 답은 차근차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우여곡절 많았던, 우당탕탕 초등학교 1학년 첫 달,

3월이 드디어 갔다!!!!!!!!!!!!


우리 모두에게 모든 게 처음이었을 3월,

굿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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