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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예지 Mar 19. 2024

득근 희망 엄마와 단호한 아들


득근.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탄탄한 근육을 갖고 싶었다. 심지어 좋아하는 동물도 탄탄한 근육을 가진 말이다. 근육을 얻고자 하는 희망의 크기는 일상에 따라 달라졌다. 나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희망의 크기, 딱 그만큼의 적당한 노력만 했다. 노력은 커졌다가 줄어들었다가 끊어졌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괄목할만한 근육은 생기지 않았다.


나이는 차곡차곡 쌓였다. 체지방도, 셀룰라이트도 같이 차곡차곡 쌓였다. 양쪽 허벅지 간 친밀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아픈 곳도 늘었다. 몸도, 정신상태도 맑지 못했다.


이러다 뭔 사달이 나겠다 싶어, 몇 년 만에 헬스장을 다시 찾았다.






헬스를 시작한 뒤, 근육질 남녀가 있는 헬스장 광고판을 만날 때마다, “나 저런 몸이 될거야.”라고 호제에게 말했다.


탄탄한 근육질을 가진 인플루언서를 찾으면, 가족들에게 쪼르르 가서 “이 분 너무 멋지지 않아?”라고 물었다.


어느덧 1년 4개월이 지났다. 운동 초반 하향 곡선을 보이던 체지방 그래프는 우상향으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헬스장은 갔으나 운동 빈도는 적었고, 영양 밀도 낮은 음식을  내 몸에 비해 꽤나 많이 먹었다.






살기 위해서, 체지방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나를 떨쳐내기 위해서, 내 기필코 다른 행동을 할 거라고 다짐하고 행동한 이튿날이었다.


호제와 풋살구장으로 이동하던 길에 헬스장 간판을 만났다.  여성 트레이너 1명, 남성 트레이너 2명이 근육을 뽐내고 있었다. 호제가 내게 물었다.


“엄마, 저렇게 되고 싶다고?”

“응!!! 저 남자 선생님만큼 울퉁불퉁은 아니더라도 온몸에 근육이 단단해지고, 많아졌으면 좋겠어.“



<결국 해내는 사람 특징>을 읽고, 손으로 써내려간 목표. 무식하면 용감하다. 근육량 26kg이라니. 나도 한때는 저체중이라 헌혈 퇴짜 맞은 적이 있다. 몸아, 기억을 더듬어주렴.





그날 저녁, 실내 사이클도, 식단도, 스쾃 200개도 거뜬히 해냈다. 그만큼 열정, 보람, 자신감이 충만했다.


보통 토요일 저녁이면, 가족 셋이서 꽤나 많이 먹어 배가 볼록하다. 이날은 아니었다. 배가 홀가분한 느낌이 들어 상의를 살짝 올려보니, 복근이 보인다! 근육이 돋보일 수 있는 핀조명 아래 서서, 곧장 호제에게 물었다.


“호제야, 이거 봐봐. 어때? 나 복근 좀 희미하게라도 보이지 않니?“


호제는 나의 복부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아주 단호하게 얘기했다.


“엄마! 지금보다 100배의 노력을 해야겠다!!! 잉?! 권예지야!!!!”


나는 웃음이 빵 터졌다. 호제도 웃음이 터졌다. 호제도 생각한 걸 여과 없이 말로 내뱉었나 보다.


호제에게로 다가가 “뭐라고?! 하하하하”라며 호제를 간지럽혔다. 호제도 나를 간지럽혔다. 호제와 나는 매트 위를 뒹굴뒹굴 거리며 깔깔거렸다.






호제 말이 맞다. 희망하는 몸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100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100배라 함은 강도뿐만 아니라 지속력도 포함한다.


햇수로 4년째 뵙는 동안, 기복 없이 근육을 성장, 유지시킨 제완 선생님(호제 펜싱클럽 사브르 코치님)께 득근 비결을 물었다. 군더더기 없이 알려주셨다.


”열심히 하면 됩니다. 꾸준히!!!“


득근하고 싶은 희망이 커졌다 줄었다를 반복할지언정, 희망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매일’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 크기와 강도를 ‘꾸준히’ 해내는 것. 이것이야 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100배의 노력이 아닐까 싶다.


비장하지 않고,

매일 꾸준히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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