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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예지 Jun 07. 2024

잘 됐으면 좋겠다


‘당신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주말, 호제는 누군가의 잘됨을 비느라 긴장했다가, 즐거웠다가, 속상했다가를 반복했다. 끝에는 기뻐했다.


제62회 전국남녀종별펜싱선수권대회가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렸다. 호제가 다니는 클럽에서는 5-6학년 에페와 사브르 형들이 출전했다. 토요일에는 개인전, 일요일에는 단체전이 열렸다. 종별펜싱선수권대회는 동호인대회와 다르게 전문선수로 등록한 선수들만 모여서 진행한다. 초등부터 일반부까지 거의 일주일간 이어진다.


금요일 저녁, 펜싱클럽에서 짐을 챙겨 나가면서 유빈이는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금메달 모두 따서 올게요!!”라고 외치며 집으로 향했다. 여기다 대고 난 “엄마랑 사진도 꼭! 찍고 와!”라고 외쳤다.


 




경기 당일 토요일, 오후 내내 호제는 대한펜싱협회 웹사이트를 확인하느라 바빴다. 대한펜싱협회에서 주최, 주관하는 대회는 대한펜싱협회 웹사이트에서 대진표,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에페와 사브르를 번갈아 확인하며, 두 손을 불끈 쥐며 “형! 이겨라!”라고 외쳤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왜 그랬을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짐작해 보며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경기 영상을 보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개인전에서는 에페 종목 은메달 1개, 사브르 종목 금메달 1개를 획득했다.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호제는 기뻐하기도, 아쉬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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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전이 열리는 일요일 아침부터 호제는 또다시 대한펜싱협회 웹사이트를 부지런히 확인했다. 쫄깃쫄깃하게 진행했을 단체전 경기, 점수 차가 꽤 났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을 단체전 경기 기록을 보며 호제는 경기장을 상상했다.


“와, 이때 역전했네. 시율이형이 역전시켰네. 와, 사브르 형들 마음이 쫄깃쫄깃 했겠다. 와.”


마침내 형들은 에페 단체전 금메달,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경기기록을 보며, 호제도 환호했다. 두 손을 불끈 쥐며, “나이스!!!!!”라 외쳤다. 자신의 일처럼 아주 기뻐했다. 우승 결과를 보며, 형들의 노력을 떠올려보고, 경기장에서 코치 선생님들이 외쳤을 모습을 상상해 보고, 곧 있을 개인전에서의 자기를 꿈꿔보고, 12월에 있을 단체전 전략을 짰다.


 


“형들 열심히 했잖아. 이때 제완 선생님이 ‘생각해, 생각!’이라고 했을 것 같아. 나 이번 경기 때 이런 스텝을 써볼까? 이번 단체전에 우리 삼총사랑 다른 친구나 동생이 같은 팀이 될까?”


 




대회가 끝나고 또다시 이전과 똑같이 반복해서 연습하는 형들을 보며, 꾸준함을 배웠을 거다. 내가 속한 집단을 뿌듯하게 생각하고, 형들의 성실함과 꾸준함, 노력을 배우는 시간이었길 바란다.


더불어 내가 기분 좋은 성취를 하는 건, 나의 노력만으로 이뤄낸 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이뤄진다는 걸 호제도 아는 기회였길 바란다. 순도 100%로 누군가의 잘됨을 빌어주는 다정한 사람들 덕분에 감사한 기회와 경험을 얻는 거라는 것. 나는 호제 나이 때 몰랐지만, 호제는 조금이라도 더 일찍 알았으면 하는 엄마로서의 욕심을 부려본다.


다른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다를 빌며 응원하는 경험, 내가 속한 집단의 잘됨을 빌며 집단 정체성을 건강하게 쌓아나가는 시간, 참 고마운 시간이다.



당신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

축하해요, 형들! 선생님들! 부모님들 모두 모두!

https://www.chungnam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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