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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냥이 Sep 09. 2024

내 인생의 터널은 언제쯤 끝날까.

책 <마음 지구력>을 읽고.

내겐 홍대병 기질이 있다. '나만 알고 싶은 밴드'라는 말처럼 유명한 것들에는 선뜻 손이 안 간다. 그보다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거나 지금 막 뜨고 있는 것들에 열광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진짜 좋은데 사람들이 잘 모르네”며 허세 부리길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책이 <마음 지구력>이다. 정신과 의사인 윤홍근 작가님의 세 번째 저작이다. 전작이었던 <자존감 수업>이 메가 히트를 쳤다. 각종 매체나 심지어 도서관 추천도서에도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올해에 써져서 그런가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거기다 난 심리분야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미 6월에 이 책을 한 번 읽었었다. 그때 보고 좋아서 최근에 한 번 더 보게 됐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가 쓴 자기 계발서다. 저자는 성공하기 위해선 회복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실패 과정을 겪기 마련이고 그것을 극복하는 회복력을 뛰어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는 것이다.


이런 회복력은 세 가지 힘이 상호 작용하는 결과이다. 그것은 각각 지구력, 공감 능력, 적응력이다.


첫 번째 지구력은 무언가를 시작하고 꾸준히 해내는 능력이다. 뭔가를 시작해야 뭐라도 되고 그것을 지속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게 부족하면 번아웃에 빠진다.      


두 번째 공감 능력이다. 이것은 내 처지나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능력이다. 중요한 점은 공감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알지만 실천하고 있지는 못하는 능력이다. 또한 타인에 대한 공감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한 공감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적응력이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의지를 불태우며 뭔가를 해내는 게 아닌 상황에 맞게 자신을 바꿔가는 능력이다. 유명 스트리머 침착맨이 말한 "비빌만한 언덕에서 비벼야 한다."란 말이 떠오른다. 노력도 될만한 상황에서 해야 한다. 이 능력은 될만한 상황을 알려주거나 만드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 세 가지 중요 개념과 그에 대한 사례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도 제공한다.


정신과 선생님이 썼음에도 책이 어렵지 않다. 쉽게 이해되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팁들이 즐비하다. 덕분에 책에 인상 깊은 부분이 있으면 형광펜을 칠하는 습관이 있는 내게 이 책은 형광펜으로 도배됐다. 특히나 저자 자신의 자기 고백이 인상 깊다. 저자는 잘 나가는 정신과 의사이기도 하고 유명한 베스트셀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이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이다.


하지만 본인이 학창 시절에 겪었던 힘듦과 정신과 의사가 됐음에도 다른 사람들과 본인을 비교하고 부족하게 느꼈다는 점을 가감 없이 고백한다. 이 환자가 내가 아닌 다른 의사를 만났다면 더 치료 경과가 좋았을 거라고 이야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런 힘듦 때문에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꾸준히 들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사실 이 부분이 심금을 울렸다. 나도 힘들 때 즉문즉설을 꾸준히 들었었고 많은 도움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유명한 정신과 의사조차도 듣는다고 하니 내가 약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줘서 너무 고마웠다.


이 책에서 공감이 갔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64p 그나마 다행인 건 주변에 정신과 의사들이 많다는 거였다. 그날 10년 이야기를 들었다. 잘하고 있다는 피상적인 위로보다 훨씬 현실적인 팁이었다. "10년 버티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일 못한다고 쫓겨나는 곳은 아니니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착하게 살자" 그날 그렇게 다짐했다.     


209p 간섭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대개 불안도가 높다. 그러니 공감하는 방식으로 간섭과 거리를 두자.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어떨까. 어차피 그 의견을 따를지 말지 정하는 건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여유를 가져야 한다. 간섭하는 사람의 생각을 바꾸려고 힘쓰기보다는 "넵!"하고 자리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회피라고 생각하지 말고, 독립하는 연습이라고 생각하자.   

  

317p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해도 생산적인 활동은 제한을 두어야 한다. 하루에 몇 시간만 공부하기, 직장 생활을 6개월만 열심히 하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것만큼은 군소리 없이 해주기, 고민이 될 때는 이 사람들과 상의하기, 이런 설정이 있어야 한다. 늘 열심히 하려고 하거나 너무 많은 사람과 의논하려 하면 오히려 누수가 생긴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 힘이 빠진다.     


현재 현실이 암울하게 느껴져 미래가 캄캄하게 느껴지는 사람이나 힘든 상황인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그리고 현재가 만족스럽더라도 더 나은 삶을 위한 예방 차원에서 봐도 좋을 것 같다.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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