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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냥이 Feb 15. 2023

여보 혹시 차 좀 빼줄 수 있어?

작은 시도가 쌓여 큰 변화가 된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에 와서 잠깐 쉬고 있는데 와이프인 HJ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슨 차를 지하철 역 근처에 대놓았는데 전신주 공사를 위해서 빼달라는 연락이 왔고 나에게 혹시 차를 빼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어차피 HJ는 회사에 있고 난 오늘은 쉬는 날이니 내가 갈 수 밖엔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간다고 대답하고 차가 있는 곳으로 십 분 정도 걸어가 우리 집 주차장으로 차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 일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난 어떤 고난(?)이 닥치면 이 일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곤 한다. 이 습관은 삼 남매의 막내로서 겪어야만 했던 불합리함을 견뎌내고자 했던 나의 눈물겨운 노력 중 하나였다.     


여하튼, 가장 먼저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서 사람 귀찮게 하냐”라고 말하는 어디 드라마에서 본 것만 같은 한 남편이 떠올랐다. 이건 내가 이 일에 대해 반응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편한 방식일 거다.      


이렇게 한다면 내 순간의 감정을 표출할 순 있겠지만 HJ는 기분이 상할 테고 이것은 결코 우리 부부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은 아닐 거다.     


그때 난 HJ가 한 새로운 시도에 눈길이 갔다. 뭐 지하철역 근처에 주차한 게 무슨 시도까지 되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 집에 사는 일 년 내내 차를 타고 회사에 가거나 역까지 십 오분 정도 걸어가 지하철을 타왔다.      


만약 HJ가 평소와 같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일은 그녀에겐 새로운 도전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새로운 도전을 한 HJ가 자랑스럽게까지 여겨졌다.      


와이프의 평소 지론인 작은 것도 못하는 사람이 큰 것을 할 수 없다는 말처럼 이런 작은 시도들이 쌓여 긍정적

인 큰 변화를 이루는 밑바탕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쨌건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선 변화는 필수적이니까. 편하고 익숙하다고 여겨지는 안전지대에서만 있어서는 결코 극적인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     


물론 변화에는 항상 좋은 것만이 따르진 않는다. 내가 중간에 차를 가지러 간 상황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시행착오는 변화의 과정 속에서 당연하고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영광의 상처 같은 거다. 갑작스러운 외출에 귀찮은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또 한편으론 기쁘기도 했다. 우리 와이프가 성장할 사람이라고 생각돼서 그랬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 시행착오에 내가 일말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그리고 나도 차를 가지러 간 덕분에 집에서 무기력하게 누워있지 않고 독서하러 카페에 갈 수 있었고 말이다.


사진: Unsplash의 Jukan Tate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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