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 묻히지 않기 위해 고민하는 말기 암환자의 일상
예전보다는 조금 줄은 어지럼증, 딱 밥을 차려먹을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이다.
시간이 내 앞에 놓였지만 나는 세상의 자극에 너무나 약해져 그것을 채울 적절한 무엇이 없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힘듦을 버티려고 큰 자극을 즐거움 삼아 찾았는데 이젠 자극을 버틸 수 없는 몸과 마음이 되었다. 3주간 크게 앓고 난 뒤 매운 것을 먹기 어려워진 것처럼. 유투브에는 매일같이 널린 것이 컨텐츠이지만 비방하고 흠집내고 혐오의 밈에 절여진 것들을 걷어내고 나면 거의 무엇이 남지 않는 것처럼.
겨우 좋아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꼭 그럴 수 없는 착취의 진실이 나타나 괴롭힌다. 세상에 방어적이 되어버린다. 소비하는 것 하나하나가 전혀 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동시에 편견이 자꾸 쌓인다. 세상에 관심을 두는걸 멍청하게 여기고 슬프게만 돌아간다.
그래도 무사히 버티고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