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폴챙 May 17. 2024

한국 주차장은 왜 이리 좁은 건가요?



미국에 오래 살다 한국에 방문하니 운전대 잡기가 겁났다. 길좁고, 앞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면 뒤차가 빵빵 거리며 바짝 따라붙었고, 무엇보다 주차장이 좁았다.


한국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주차를 잘한다. 한국 주차장은 미국에 비해 주차 공간 한 칸의 크기가 굉장히 좁은데, 그렇게 좁은 공간에도 차들이 반듯이 주차되어 있다. 어쩌면 좁은 주차공간이 대한민국 평균 주차 실력 향상에 기여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몇 주를 지내다 보니 운전자들의 주차 실력에 대한 내 기대치도 올라갔다. 가끔 옆 차가 비뚤게 주차를 해 놓으면 자연스레 입에서 불만이 튀어나왔다.


아니, 무슨 차를 이렇게 가깝게 대놓은 거야. 문도 잘 못 열겠네.


좁은 주차공간의 단점은 옆 차의 비뚠 주차가 내게 큰 불편을 끼친다는 것이다. 좁은 주차 공간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어느 누구의 작은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






미국에 다시 돌아오니 주차 공간이 시원스레 넓었다. 옆 차가 비뚤고 가깝게 주차해 놔도 문을 열고 나갈 공간이 충분했다. 가끔 비상식적으로 내 공간의 선만 넘지 않는다면 말이다. 넓은 주차장 덕에 내 마음도 한결 넓어진 것 같았다.


내 마음을 너그럽게 만들어주는 널찍한 주차공간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속 주차장의 크기는 얼마나 널찍할까 생각해 보게 됐다.


내 마음속 주차 공간은 옆 사람의 작은 실수를 용납할 수 있을 만큼 널찍할까. 혹시 옆 사람이 아무리 조심스레 들어오려 해도 짜증이 날 만큼 좁지는 않을까.


내 주위 사람들은 좁은 내 마음에 불편을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 항상 내 곁에 붙어 있어야 하는 내 아내는 얼마나 불편할까.


아무래도 대대적 마음 넓히기 공사가 필요할 듯하다.





같이 읽으면 좋은 에세이: 재미교포가 한국에서 운전할 때 의아한 것 3가지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의 봄>을 보고 아내와 함께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