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아침에 느즈막하게 일어나 커피를 마시다가 우연히 들은 김진호의 흰 수염고래
괜찮은 척 숨기고, 체한 줄도 모르고 웃었던 청춘에도 YB 노래를 들으며
많이도 토해내고 힘을 얻으며 그렇게 흰수염고래 따라 여기까지 왔다는 김진호
그는 언제나 영혼을 담아 가슴으로 노래를 부른다.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우리도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듣게 되고 영혼은 촉촉이 이슬을 담아 내린다.
YB는 김진호에게 흰수염고래였다.
힘들 때 지칠 때 따라가며 용기를 내고 다시 일어나 따라갈 수 있었던..
당연한 듯 익숙하게 가던 길이 지치고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어디 젊은이들에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오늘 문득 이 노래가 나를 감성을 두드렸던 것은
조금 지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씩씩했던 건강에 살짝 문제가 생겼을 뿐인데
강하다 자신했던 정신력에 금이 가버렸다.
건강을 자부하던 내가 갑자기 수술이란 걸 하게 되었고
그렇게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익숙한 내가 아닌 다른 나를 만나는 것은
낯선 경험이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루비콘 강을 건넜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은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진작에 병원엘 갔으면 간단하게 끝났을 일을
아픈 것도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믿으며
곰스러운 미련을 떨었던 나의 무지함 덕분(?)에
참다가 일을 크게 만들어 버렸으니…
계획(?)에도 없던 은하수 나들이를 갈 뻔했다.
건강한 사람이 의학 지식까지 없으면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맞을 수 있는 거구나
온몸으로 경험했다.
밤새 안녕이란 말이 다르게 와닿는다.
맹장이 터져 복막염으로 이어진 덕분에 수술도 회복 기간도 길어졌고
덕분에 귀한 삶의 레슨을 고통 속에 배웠다.
정말 오랜 투병생활로 고통 속에 계신 분들은 어떻게 견뎌내시는 걸까?
그분들을 위한 기도가 절로 나왔다.
무의식 속에 행해지던 일상의 사소한 부분까지 귀하고 감사한 것임을
고통 속에 느껴야만 했다.
잔인한 교훈이었다.
물조차 넘기지 못하고 토해내야 하니
몸이 아프니 정신력까지 바닥으로 떨어지고
몸도 마음도 쉬이 지쳤다.
몸과 마음이 지치니 모든 게 힘들게 느껴지고
그 안에 두려움이 조금씩 몸집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신체적 회복은 좋아졌는데
집중력은 여전히 바닥이고 쉬이 피로를 느끼니
야심 차게 시작했던 공부도 근 한 달 반을 손을 놓고 있었다.
이유가 어찌 됐든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함에서 오는
불안감과 그림자처럼 뒤따라오는 정체불명의 죄책감까지
이 모든 것이 줄줄이 사탕처럼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엉뚱하게 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다 들은 음악으로 터져버렸다.
그래도 이만한 게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시간을 놓쳤으면 어쩔 뻔했나
기운 내서 다시 시작하자.
초라해 보이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고 다시 시작하자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가는
그런 사람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두려움이 생겨도 지치고 힘들어도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한 발자국 떼어내는
그런 나일 수 있기를.
.
.
흰수염고래 - 김진호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길
바다로 바다로 갈 수 있음 좋겠네
어쩌면 그 험한 길에 지칠지 몰라
걸어도 걸어도 더딘 발걸음에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 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더 상처 받지마 이젠 울지마 웃어봐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 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 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그런 사람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