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서로의 마음이 교차하는 찰나들을 겪으며 깨달았다. 사람 사이에서 굳이 좋다, 싫다를 가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누군가의 진심은 시간이 흐르며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그때부터 나는 섣부른 판단 대신 시간을 들여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말이나 표정에 이끌리기보다, 더 깊이 있는 무언가가 자연스럽게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을 믿기로 했다.
나 역시 내 마음의 빛깔을 비춰가며 다가간 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서둘러 다가온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어쩌면 너무 빨리 가까워지려는 마음이 오히려 관계를 깨뜨리는 순간을 경험한다. 마음이란 속도를 맞춰야 하는 것이고, 꽃이 피는 계절을 기다리는 것처럼 인내와 기다림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다.
시간은 관계를 증명한다. 그 깊이를 재는 잣대가 되어 주기도 하고, 반대로 얕은 관계의 허상을 벗겨내기도 한다. 모든 관계가 시간을 견뎌내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단단해진다. 진심이란 결국 시간의 손을 빌려 빛을 발하는 것이다.
서둘러 얻은 성공도, 급하게 맺어진 관계도 그 깊이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나만의 것을 빚어간다.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지켜낸 것들, 버텨낸 마음들, 그것들은 나의 본질을 이루는 힘이 된다. 쉽게 얻어진 것에는 쉽게 흔들릴 이유가 깃들지만, 지난한 시간을 견디며 만들어진 것들은 흔들리지 않는 무게를 지닌다. 그런 시간 속에서 나는 나를 믿고, 내 삶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시간은 관계를 얕게도, 깊게도 만들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진심이다. 우리는 때로 그 진심을 서둘러 찾으려 애쓰지만, 진짜 마음은 서두름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기다림 속에서, 시간이 빚어낸 관계만이 우리에게 진정한 울림을 준다.
시간이 말해준다. 그 어떤 속도보다도 느리고 단단한 것들이 우리를 지탱한다고.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 진심은 결국 그 시간 속에서 빛을 발하게 되어 있다. 우리가 진정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그 기다림을 견뎌낸 순간들 속에서 시작된다.
“시간은 진심을 드러내는 가장 정직한 거울이다. 느리고 묵직하게 기다리는 마음만이 진짜를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