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은 우리, 함께 걷는 길
이해와 존중이 필요해
사람은 서로 다르다. 비슷한 점도 있지만, 각자가 가진 고유한 습관과 취향은 한 사람을 특별하게 만든다. 나와 아내 역시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나서 수건을 걸어두는 방식도, 좋아하는 음식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우리 사이에는 차이가 참 많다. 하지만 그런 차이 속에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자주 느낀다.
어느 날, 아침에 화장실에서 나와보니 수건이 눈에 띄었다. 나는 늘 수건을 반듯하게 접어서 걸어두는 편이다. 하지만 아내는 수건을 대충 걸쳐두는 것에 가까웠다.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자기야, 수건 좀 이렇게 똑바로 걸어봐. 삐딱하잖아."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아내는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뭐 어때. 걸려 있으면 됐지! 자기는 너무 깐깐해~"
그 순간, 우리는 서로 다른 습관과 태도를 다시 한번 느꼈다. 하지만 그런 차이가 우리를 갈라놓지 않는다. 수건을 걸어두는 방식은 다르지만, 수건의 깨끗함과 화장실의 정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은 같았다. 우리를 이어주는 공통된 가치가 있었다.
이런 차이와 공통점은 음식 취향에서도 드러난다. 나는 양념 맛을 좋아하고, 아내는 담백한 맛을 선호한다. 식당에 가면 서로 다른 메뉴를 시키는 일이 있지만 칼칼한 된장찌개는 한마음이다. 결국 한쪽이 상대방의 메뉴를 맛보며 “이것도 괜찮네”라며 웃곤 한다. 다름을 존중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우리 사이를 채운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든 면에서 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며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 서로를 대하는 태도, 삶의 지향점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따뜻한 마음과 진심 어린 대화로 서로를 보듬는다. 옳고 그름, 삶을 대하는 태도 등 삶의 본질에 대한 생각이 비슷하기에, 일상의 작은 차이들은 오히려 우리 관계를 더 풍요롭게 한다.
"우린 참 많이 다르다, 그렇지?"
아내가 어느 날 불쑥 말을 꺼냈다.
"응, 다르지. 근데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아. 다른 걸 하나씩 배울 수 있으니까."
내 대답에 아내는 미소를 지었다. "맞아. 서로의 다름 덕분에 배우는 게 많지."
그날의 짧은 대화는 우리 관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했다.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비난하지 않고, 그 차이를 통해 배우고 있었다. 서로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나와 다른 방식도 괜찮다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서로 다른 수건이 나란히 걸려 있는 화장실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우리도 마치 저 수건들 같다. 각기 다른 색과 모양을 가졌지만, 결국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다름이 모여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삶은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다.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의 가치를 존중할 때, 비로소 함께하는 삶은 더욱 의미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