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하루의 끝에서 맞이한 식탁은, 그 자체로 위로였다. 아내는 내가 힘들어 보일 때마다 말없이 작은 손으로 기적 같은 한 상을 차려낸다. 오늘도 역시 그녀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정성을 담아 식탁을 가득 채웠다.
육해공의 조화로 이루어진 이 진수성찬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내의 사랑이 담겨 있었다. 소고기, 전복, 삼계탕, 가리비 찜까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이루어진 한 상이었다. 음식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정성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자기야, 이렇게까지 준비하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 물음에 아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힘들긴 뭐가 힘들어.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하는 건데. 맛있게 먹고 힘내~.”
나는 평소 집에 돌아와 업무는 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아마 최근 종종 집에서 밤샘 업무가 잦아지면서 아내가 내게 내린 특단의 조치인 듯하다.
작고 여린 체구, 그리고 평소에는 소식을 하며 조용히 하루를 보내는 그녀가, 이렇게 대단한 음식을 해내는 모습을 볼 때면 새삼 놀랍다. 음식을 만드는 순간만큼은 그녀가 대장부처럼 느껴진다. 특히 오늘은 평소보다 더 큰 손길이 느껴졌다.
“당신 요즘 너무 힘들어 보여서 말이야. 내가 뭐 대단한 걸 해줄 수 있는 건 없지만, 이런 거라도 챙겨줘야지.”
그녀는 말하면서도 요리하는 동안 느꼈을 고단함은 미소 뒤로 숨겼다.
가리비의 자줏빛 껍질은 바다의 향을 머금고 있었고, 전복은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풍미를 자랑했다. 삼계탕의 따뜻한 국물은 속을 달래주었고, 소고기의 부드러움은 입안 가득 행복을 채웠다. 그녀의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 한 상에는 나를 위한 아내의 사랑, 보살핌, 그리고 응원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이렇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나를 걱정하며 묵묵히 내 곁을 지키고, 내가 잘 먹고 잘 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음식을 만든다. 그녀의 작은 손끝에서 시작된 이 상차림은, 내 삶의 에너지를 다시 채워준다.
오늘 밤, 나는 그녀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으며 다시금 깨달았다. 사랑은 특별한 이벤트나 거창한 말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매일의 평범한 순간, 정성을 다해 차린 한 끼의 식사 속에 담겨 있다. 그것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손길에서, 나는 하루의 피로를 잊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손끝으로 전하는 것이다. 작은 손에서 시작된 정성이 누군가의 하루를 위로하고,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