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사람을 다 알 수 있을까? 아내를 보며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그녀는 겉으로만 보면 매력의 진면목을 파악하기 어렵다. 환한 미소와 여유로운 태도,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따뜻함까지. 그녀를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하곤 한다.
"밥이나 할 줄 알까? 살림은 잘 안 할 것 같은데?"
물론, 그런 말이 나온 이유는 이해한다. 그녀는 늘 자기 관리에 열심이다.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네일과 마사지를 받으며 늘 단정한 모습을 유지한다. 누가 보아도 당당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여자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는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하는 반전 매력이 있다. 바로, 말없이 깊은 정성과 따뜻한 마음을 담아내는 그녀만의 특별한 손길이다.
얼마 전, 내가 무김치가 먹고 싶다고 한 마디를 했다. 사실 큰 기대 없이 무심코 흘린 말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부엌에서 아내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싱크대에는 알타리 무가 한가득 쌓여 있었고, 아내는 장갑을 끼고 물소리를 내며 무를 씻고 다듬고 있었다.
"자기야, 이거 다 뭐야? 이 많은 무는 어디서 온 거야?"
놀라 물었더니 아내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당신이 무김치 먹고 싶다며. 그 말 듣고 시장에서 바로 사 왔지."
그러면서 웃으며 덧붙였다.
"밤새 만들어 놓을 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당신이 좋아할 맛으로 해줄게."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무김치는 단순히 김치 그 이상이었다. 알타리 무를 하나하나 손질하며 싱크대를 채운 그녀의 정성, 재료 하나하나에 담긴 그녀의 사랑이 김치로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묵묵히 감사함을 느꼈다.
그날 밤, 아내는 쉼 없이 움직이며 오전이 다 되어서야 무김치를 완성했다. 매운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향이 부엌을 가득 채우고, 그 속에는 그녀가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담고 있었다. 퇴근해 집에 돌아와 맛보는 김치는 그녀의 정성과 사랑을 고스란히 전했다. 한 입을 먹어보니, 감칠맛과 깊은 맛이 완벽히 어우러져 있었다. 단순히 음식을 넘어선, 그녀만의 진심이었다.
아내는 내가 그저 말로 표현한 작은 욕심조차 놓치지 않고, 그것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그녀의 외모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 판단했던 사람들에게는 알 수 없는, 진짜 그녀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사람을 대할 때나, 김치를 만들 때나, 그녀는 언제나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대한다.
“진짜 매력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작고 소소한 순간들 속에 담긴 정성과 사랑으로 빛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음을 다하는 사람의 손길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