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의 한낮, 창문 너머로 따스한 햇살이 스며들고, 집 안에는 고요한 평화가 깃들었다. 아내와 함께 있으면 늘 그렇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그녀의 존재만으로 집 안에는 잔잔한 활기가 감돈다. 그런데 가끔, 아니 자주, 그녀는 나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웃음 짓게 만든다. 그것도 아주 엉뚱한 방식으로 말이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집안의 이곳저곳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내가 부엌 쪽에서 무언가를 정리하며 혼잣말을 하듯 말을 꺼냈다.
"자기야, 집에 있는 콘서트가 낡아서 새로 사야 할 것 같아."
그 순간 나는 그녀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콘서트?'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다가 곧바로 머릿속에서 해답이 떠올랐다. 아내가 말한 ‘콘서트’는 분명 ‘콘센트’를 뜻하는 말이었다. 웃음을 참으려 했지만 결국 터지고 말았다.
"푸하하하, 자기야, 콘서트가 아니고 콘센트라고. 크크크..!"
나의 웃음소리에 아내는 순간 멋쩍어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표정은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천연덕스럽게 반응했다.
"아, 그래? 뭐, 그게 그거 아니야?"
그 말에 나는 더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런 실수를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입가에 번지는 미소와 눈빛에서 자신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그녀도 함께 웃기 시작했다. 우리 둘의 웃음소리가 집 안에 울려 퍼졌고, 그 순간의 즐거움은 다른 어떤 이벤트보다도 더 큰 행복을 안겨주었다.
아내의 이런 엉뚱한 순간은 한두 번이 아니다. 평소에도 사소한 대화 속에서 예상치 못한 단어를 섞어 나를 당황시키곤 한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롭고, 그 속에서 나는 늘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한다. 세상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도 그녀의 천연덕스러운 유머를 따라올 수 없다.
어쩌면 아내는 자신이 이런 엉뚱함으로 나를 얼마나 웃게 만드는지 잘 모를 것이다. 그저 자신의 실수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그러한 순간마저 함께 나눌 수 있는 우리가 있어 감사할 뿐이다. 그녀의 엉뚱함은 단순히 재미를 넘어서, 우리 삶에 작은 색을 더해주는 사랑스러운 요소다.
함께 웃고 나서야 문득 생각했다. 삶이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순간들 속에서 빛나는 것이 아닐까. 사소한 실수도, 엉뚱한 표현도 결국 함께 웃음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가 아닐까.
“사랑은 완벽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실수와 허점을 따뜻한 웃음으로 감싸 안는 것이다. 삶 속의 작은 유머와 웃음을 선물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