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찾은 식당. 그곳은 늘 고기의 풍미로 입소문이 자자했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이유로 특별하다. 이곳의 상추는 마치 밭에서 막 뽑아온 듯 신선함으로 빛이 났다. 고기 맛도 좋지만, 그런 싱그러운 상추를 입안에 넣는 순간마다 채소의 생명력이 전해져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그날도 상추를 보며 무심결에 말했다.
"여긴 고기도 고기지만, 상추가 진짜 싱싱하지 않아?"
그런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내는 상추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자신의 얼굴 앞에 상추를 펼쳐 들었다. 상추의 커다란 초록 잎이 그녀의 얼굴을 반쯤 가리며 그녀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야, 이거 봐. 내 얼굴도 가릴 정도로 이렇게 크고 싱싱하잖아!"
그 순간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고작 상추 하나에 이런 유쾌함을 만들어내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마치 평범한 하루 속에서 무심코 발견한 선물 같았다. 그녀는 상추의 싱싱함을 자신의 얼굴에 비유하며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어딘가 순수하고 따뜻했다.
"자기야, 잠깐만! 이건 기록으로 남겨야지!"
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아, 진짜~ 뭐 하는 거야! 사진 찍지 말라니까!"
아내는 상추를 얼굴에 붙인 채 웃음을 참지 못했고, 그 웃음은 내게도 전염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소소한 행복을 나눴다.
그저 평범한 상추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평범한 것 속에서도 웃음과 유머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상추를 얼굴에 대며 "싱싱하다"는 단순한 표현으로 나에게 예상치 못한 기쁨을 선물했다. 아내의 이런 모습이야말로 내가 그녀와 함께하는 매일을 특별하게 느끼게 해주는 이유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마음속에서 작은 깨달음을 되새겼다. 아내가 만들어내는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사랑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때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상추 한 장이, 한 끼의 식사가, 그녀의 미소와 장난스러운 표현이 하루를 얼마나 따뜻하게 물들이는지 깨닫게 된다.
아내는 늘 주변의 사소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 발견은 나를 웃게 하고, 우리를 더욱 단단히 연결해 준다. 그런 그녀의 사랑스러움은 마치 봄날의 상추처럼 신선하고도 싱그럽다.
"행복은 거창한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데 있지 않다. 가장 평범한 순간 속에서 함께 웃고,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을 확인하는 데 있다. 상추 한 장이 우리의 하루를 빛내는 이유는, 그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우리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