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태양이 빛을 발하며 숲을 더욱 짙은 초록으로 물들였다. "느티"는 풍성하게 자란 잎사귀를 넓게 펼치고, 드문드문 불어오는 여름 바람을 맞으며 잎을 흔들고 있었다. 여름이 되면서 더욱 강해진 그 바람은 느티의 잎사귀 사이로 들어와 부드럽게 지나갔고, 느티는 그 바람을 느끼며 고요하게 자신의 몸을 맡겼다.
그의 잎사귀들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는 마치 속삭임 같았고, 지나가는 바람이 할 말을 다 한 뒤에야 조용히 숲을 떠났다. 느티는 가만히 서서 바람을 즐기는 그 순간, 한없는 여유와 평온을 느꼈다. 그의 넓은 가지와 잎사귀들은 마치 바람과 함께 춤을 추듯 자연스레 흔들리고 있었다.
느티의 모습을 보고 "벚아"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느티 형님, 여름의 바람이 참 좋지 않아요? 저는 봄에 꽃잎을 날리던 바람이 그립긴 하지만, 여름엔 여름 나름대로 그 여유로움이 있는 것 같아요.” 벚아는 봄의 화려한 순간을 그리워하면서도 여름이 주는 고요함을 느끼고 있었다.
느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맞아, 벚아. 여름은 내 몸을 바람에 그대로 맡기며 흘러가도록 하는 시간이야. 서두르지 않고, 잎사귀들이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걸 느끼다 보면,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알게 되지.”
벚아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전히 봄의 기억이 남아 있었지만, 느티의 말을 들으면서 점점 더 여름의 고요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메타"가 느티에게 다가왔다. 그는 여전히 키가 쑥쑥 자라고 있었지만,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약간 지친 기색을 보였다.
“느티 형님, 저는 바람이 부는 게 좋긴 하지만, 자꾸 자라다 보니 이 높이에서 느끼는 바람이 너무 강해서 종종 힘들 때가 있어요. 이렇게 높이 자라다 보면 바람이 두렵기도 해요.” 메타는 자신의 걱정을 드러내며 느티에게 조언을 구했다.
느티는 메타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진정시켰다. “메타야, 바람은 네가 견딜 수 있는 만큼만 불어오는 거야. 자라면서 불안함도 있겠지만, 그 바람에 맞서려 하기보다는, 그저 네 몸을 맡겨보렴. 바람이 부는 방향에 너를 맡기다 보면 어느새 너도 바람과 함께 흔들릴 수 있게 될 거야.”
메타는 느티의 말에 용기를 얻었고, 스스로 바람에 몸을 맡기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차츰 바람이 주는 저항에 덜 긴장하게 되었고, 높이 자란 자신을 편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숲 속의 고요함을 깨고 "이팝"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이팝은 늘 조용하고 겸손한 나무였지만, 여름이 되자 그의 가지도 무성하게 자라난 잎들로 가득 찼다. 그는 여름 바람이 줄 때마다 잎을 흔들며 조용히 서 있었다.
이팝은 느티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느티 형님, 형님은 참 여유롭게 바람에 몸을 맡기시네요. 저도 가끔은 그렇게 바람과 함께 흔들리고 싶은데, 늘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느티는 이팝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팝아, 바람을 맞는 건 네가 원하는 만큼만 하면 되는 거야. 자연에 몸을 맡긴다는 건 억지로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거지. 네가 조금씩 바람을 느끼고 싶다면 천천히 시작해 보렴.”
이팝은 느티의 말을 듣고 천천히 바람에 자신의 잎을 맡겨 보았다. 그러자 그의 잎사귀들이 잔잔하게 흔들리며, 바람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팝은 비록 소소한 움직임이었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속도와 여유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날 오후, 숲에는 더욱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느티는 자신의 굵은 가지를 타고 지나가는 바람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묵묵히 서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와 벚아의 잎사귀들이 흔들리고, 메타의 가지마저 크게 휘청거렸다.
벚아가 다급하게 느티에게 외쳤다. “형님, 이렇게 강한 바람을 맞아도 괜찮아요? 저는 왠지 이대로 다 떨어져 버릴 것만 같아요!”
느티는 벚아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 때일수록 우리 모두 더욱 뿌리를 깊이 내리고 마음을 편안히 해야 해. 바람에 맞서기보다는 그저 몸을 맡기면 바람은 우리가 견딜 수 있는 만큼만 지나갈 거야.”
메타와 이팝도 느티의 말을 들으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바람에 맡겼다. 세찬 바람이 지나가고 난 뒤, 나무들은 서로의 잎사귀가 바람을 이겨낸 것에 대한 안도감과 평화를 느꼈다. 그 바람 속에서 더 단단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람이 잦아들고, 다시 고요가 찾아온 숲. 느티는 이제 고요한 바람에 자신을 맡기며 조용히 속삭였다. “바람은 언제나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만 불어주는구나. 때로는 강하고 때로는 부드럽게, 하지만 늘 우리 곁에서…”
벚아와 메타, 그리고 이팝은 그 말을 들으며 바람에 몸을 맡기는 느티의 여유로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각자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우리도 언젠가 그렇게 자연에 몸을 맡길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