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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반드시 자리를 되찾는다

세상의 이치

by 서담



어느 겨울, 대한민국의 거리는 비통한 기운과 동시에 묘한 해방감이 감돌았다. 최고권력이라는 이름으로 군림하며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던 한 인물이 체포되어 권좌에서 내려오게 된 날이었다. 그 길목을 오가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도심의 가로수들은 말없이 그 풍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느티"는 그 풍경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오랜 가지를 흔들며, 그는 친구들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드디어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진실이 너무 오래 눌려 있었지. 거짓으로 세상을 다스리려 했던 사람이 결국에는 자신의 길로 떠나고 마는구나.”


"벚아"는 느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대답했다. “형님, 저도 봄마다 그가 걸어가던 길을 봤어요. 사람들은 그를 믿고 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의심과 분노가 쌓였지요. 오늘 그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얼마나 복잡한 감정을 느낄지 상상이 가요.”


길을 지나는 사람들 중 한 아이가 부모의 손을 잡고 걸어가며 물었다.


“엄마, 저 사람은 왜 나쁜 짓을 했어?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 아이의 목소리에 "은비"는 작게 흔들리며,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은비는 벚아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벚아야, 그 아이의 말처럼 나도 어릴 때는 지도자라는 사람이 꼭 좋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우리가 보는 세상은 꼭 그렇지 않더라. 사람들도 배신감을 느끼겠지?”


벚아는 은비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다 답했다. “맞아요. 하지만 저 아이가 물은 것처럼, 이렇게 역사를 보고 배우면서 사람들은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적어도 오늘처럼 진실이 드러나고 거짓이 무너지는 날을 기억하면서 말이에요.”


멀리서 "메타"가 웅장하게 서서, 그 혼란스러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느티에게 물었다.


“형님, 저 사람은 정말로 자신이 옳다고 믿었을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다 거짓으로 덮어놓은 채 살았던 걸까요?”


느티는 깊은 눈으로 길을 바라보며 답했다. “모르지. 어쩌면 진실과 거짓이 섞여 스스로도 혼란스러웠을지도 몰라. 하지만 중요한 건, 그가 사람들의 삶에 상처를 줬다는 사실이야. 지도자라면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알아야 했겠지.”


메타는 그의 말을 곰곰이 곱씹으며 바람에 자신의 가지를 흔들었다. “거짓이 이렇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니, 나도 뭔가 깨닫게 돼요.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은 나무가 바람에 쓰러지는 것처럼, 거짓으로 쌓아 올린 권력은 결국 스스로를 무너뜨릴 뿐이라는 걸요.”


잠시 후, 바람이 조금 세차게 불자 "소나"가 가지를 흔들며 조용히 말했다.


“오늘 보면서 내가 드는 생각은 이거야. 거짓이 무너질 때는 그 무게를 이겨내기 어려운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거지. 사람들이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나무처럼 묵묵히 서서 진실을 기다리는 일도 때론 너무 힘들어 보이더라고.”


느티는 소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소나야. 하지만 진실은 결국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놔. 우리는 긴 시간을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보고 있잖아. 사람들도 그걸 배워가고 있는 중일 거야.”


그날, 도심의 나무들은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복잡한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희망, 분노, 슬픔, 그리고 안도. 그 모든 감정이 뒤섞인 하루였다. 나무들은 말없이 그 길목을 지키며 서로에게 속삭였다.


“거짓은 결코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오늘 다시 한번 배웠다. 이곳에서 우리는 묵묵히 진실을 기다리며 사람들의 세상을 지켜볼 거야. 진실은 비록 시간이 걸리지만, 반드시 그 자리를 되찾는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도심의 가로수들은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그들보다 더 오래 서서 진실의 힘을 증명하는 존재가 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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