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색깔
한여름의 더위가 절정에 다다른 어느 날, 숲 속은 무더운 공기로 가득했다. 이때, 숲 속 가장 깊은 곳에서 서 있는 "소나"는 자신의 솔잎이 내뿜는 시원하고 상쾌한 향기를 자랑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여름철에 솔잎에서 풍겨 나오는 청량한 향은 숲을 감싸 안으며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주는 듯했다.
"벚아"가 숲을 지나가다 소나의 곁에 다가오며 말했다. “소나야, 네 솔잎 향기가 정말 좋다. 이 향기만 맡아도 시원해지는 것 같아.”
소나는 겸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마워, 벚아. 내 솔잎 향기가 사람들에게도, 나무들에게도 더위에 작은 위안이 될 수 있다면 기쁠 뿐이지. 여름이 되면 내 잎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향기니까, 나도 그저 자연의 일부로서 그 향을 맡기고 있을 뿐이야.”
벚아는 소나의 겸손한 태도에 감탄하며 말했다. “나는 봄에 꽃향기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었지만, 여름이 되니 그런 화려한 향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대신 네가 여름을 대표하는 듯한 이 향기를 가지고 있어서 정말 멋지다.”
소나는 벚아의 말에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는 봄의 벚꽃처럼 화려하게 피어나지 않더라도, 여름을 맞이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숲 속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던 중, 숲을 지나 "은비"가 소나의 향기에 이끌려 다가왔다. 은비는 도심 속 가로수로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늘 아래에서 쉬는 모습을 자주 봐왔지만, 소나의 자연스러운 솔잎 향기에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소나야, 너의 솔잎 향기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향기로 알려져 있지 않니? 도심에서 자라는 나 같은 가로수들은 그런 향기를 가지지 못해서 부러워.” 은비가 조용히 말했다.
소나는 은비의 말에 담담하게 대답했다. “맞아, 은비. 사람들은 가끔 숲에 와서 이 솔잎 향기를 좋아해. 하지만 난 도심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네 그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네가 주는 평온함이 부러울 때도 있어. 네 그늘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쉼터가 되는지 알잖아.”
은비는 소나의 대답에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비록 자신이 솔잎 향기를 내지 못하더라도, 도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그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날 저녁, "느티"가 소나의 곁을 지나며 말했다. “소나야, 네 솔잎 향기는 숲 속의 더위를 식혀주는 마법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 난 항상 이 솔향기를 맡으면 여름이 온 걸 실감하곤 하지.”
소나는 느티의 말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느티 형님, 나도 형님의 넓은 그늘 아래에서 편안함을 느껴. 각자 다른 역할을 하면서도, 함께 숲을 지켜가고 있다는 게 참 감사할 따름이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소나의 향기에 이끌려 숲 속을 찾아왔다. 그들은 소나무 곁에 다가와 솔잎을 손으로 만지며 신선한 향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벚아는 조심스럽게 소나에게 말했다.
“소나야, 저 사람들이 네 솔잎을 꺾어가려는 건 아니겠지?” 벚아는 조금 긴장한 듯 물었다.
소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사람들이 나의 향기를 좋아해서 가져가고 싶어 할 때가 있지. 하지만 내가 줄 수 있는 만큼만 주고, 나머지는 나를 위해 남겨 두었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듣고 있던 느티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흔들리는 잎사귀로 경고의 신호를 보냈고, 다행히 사람들은 소나의 솔잎을 꺾지 않고 그저 향기를 맡으며 그곳을 떠났다. 소나는 느티의 도움에 감사하며 말했다.
“형님,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있어서 저도 제 향기를 더 마음껏 나눌 수 있어요.”
그날 밤, 소나는 여름철 밤바람에 실려 나가는 솔잎 향기를 느끼며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의 향기는 숲 속 나무들에게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작은 쉼과 안식을 주고 있었다. 소나는 자신이 가진 소중한 향기를 통해 이 여름을 더욱 뜻깊게 보내기로 다짐했다.
벚아와 은비, 느티, 그리고 메타까지 모두 소나의 향기를 느끼며 자신들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여름을 맞이하고 있었다. 소나는 그들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우리 각자에게 있는 고유한 향기와 역할을 통해 이 여름을 함께 즐겨보자.”
나무들은 서로의 존재가 그들만의 향기를 풍기며 숲을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간다는 것을 느끼며, 여름밤의 고요함 속에서 자연의 숨결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