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여름이 깊어가며 햇볕은 더욱 뜨거워졌고, 숲 속과 도심 모두 무더위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늘을 제공하며 조용히 서 있던 "은비"는 여름의 더위를 고스란히 견뎌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은비의 그늘을 찾아 들러 앉아 쉬며 더위를 피했고, 은비는 나름대로 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더해가는 더위 속에서, 은비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은비의 잎은 뜨거운 태양 아래 조금씩 시들어갔고, 가지 끝이 무거워지는 듯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벚아"가 다가왔다.
“은비야, 너 괜찮니? 요즘 더위가 정말 심하니까 너도 많이 힘들어 보이더라.” 벚아는 은비의 쳐진 잎을 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고마워, 벚아. 난 괜찮아. 이렇게 사람들에게 그늘을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을 느끼고 있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정말 뜨겁긴 하네. 내 잎사귀들이 타는 느낌이 들 정도야.”
벚아는 은비의 대답에 마음이 아팠지만, 그의 인내하는 모습에 존경심도 느꼈다. 벚아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넌 정말 대단해, 은비야. 그렇게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도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다니. 나는 봄에 화려한 꽃을 피우면 그걸로 내 역할이 끝난 것 같은데, 너는 이렇게 여름 내내 사람들을 위해 서 있잖아.”
은비는 벚아의 말을 듣고 힘을 내며 다시 한번 여름의 태양을 버텨보기로 결심했다. 그에게는 사람들이 이 그늘에서 잠시라도 쉬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며 숲 속 모든 나무들도 지쳐가고 있었다. 그때, "소나"가 은비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걸었다.
“은비야, 너의 그늘이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너도 가끔은 내가 서 있는 숲으로 와서 좀 쉬고 싶지 않니?” 소나는 은비에게 잠시라도 시원한 숲 속에서 쉬어갈 것을 권하며 진심 어린 걱정을 내비쳤다.
은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다. “고맙지만, 나는 여기서 나의 역할을 지키고 있어야 해. 가끔 힘이 들긴 하지만, 이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 나에게는 나만의 자리가 있는 것처럼 말이야.”
소나는 은비의 굳건한 다짐에 감명을 받으며 은비의 곁을 지켜주기로 했다. 그는 은비의 잎을 감싸는 듯 살며시 솔잎 향기를 내보냈고, 은비는 그 향기를 맡으며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도심에서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은비에게 무심코 물을 뿌려주는 것을 본 소나와 벚아는 묘한 감동을 느꼈다. 그들은 사람들이 은비를 보며 그가 얼마나 지쳤는지를 눈치채고 작은 도움을 주기 위해 물을 뿌린 것임을 깨달았다.
은비는 그 물방울을 받아들이며 묵묵히 서서 자신이 주는 그늘이 사람들에게 여름 동안 작지만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느꼈다.
벚아가 다가와 말했다. “은비야, 사람들이 너를 돌봐주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야. 너도 그들만큼 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줬으면 좋겠어.”
은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벚아. 내가 여기서 무더위를 버텨내는 것이 그들에게 작은 쉼을 줄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버틸 수 있어. 이건 나만의 작은 인내이자, 내가 여기 서 있는 이유인 것 같아.”
벚아와 소나는 은비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경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무더위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자신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여름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안식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은비는 그 안에서 자신이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와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며, 더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서 있을 다짐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이렇게 여름의 무더위와 싸우며 인내하는 은비의 모습은, 도심의 한가운데서 묵묵히 사람들에게 쉼을 주고 있는 자신만의 소중한 자리와 역할을 지켜내는 존재로서 더욱 단단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