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마주하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름 애정을 가지고 보살피며 가르쳤던 직원이 어느 날 갑작스레 퇴사를 선언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더 나은 조건의 다른 직장을 염두에 둔 듯 보였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의 결심은 단호했고, 결국 그렇게 떠났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하다 보니, 그의 눈빛과 말투,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그래서인지 그의 퇴사가 유난히 아쉽고, 어쩌면 조금은 서운했다. 하지만 퇴사 후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그가 다시 찾아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게, 정말 저에게 맞는 일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그 말속에는 후회와 스스로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과 자신만의 방식 사이에서 끝없는 갈등을 겪는다는 것을. 세상은 효율성과 성과를 최고의 미덕으로 내세운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약점으로 간주되고, 때로는 지나친 정직마저도 위험한 무기로 돌아온다. 합리성과 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사람과 관계가 쉽게 소비되고, 결과만이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고 믿는 세상이니까.
이런 환경 속에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과연 맞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질 때가 많다. 나는 너무 비효율적인가? 세상과 너무 어긋난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어쩌면 내 방식이 지닌 아름다움을 증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기준에 나를 억지로 맞추기보다는, 나는 여전히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니까.
나는 감정을 숨기기보다 드러낸다. 그것을 통해 사람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으려 하고, 과정에서의 배움을 결과보다 더 소중히 여긴다. 사람을 이용하는 대신, 사람과의 신뢰를 선택한다. 때로는 이런 방식이 세상에서 어리석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게 바로 나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세상이 말하는 효율과 성과만을 기준으로 살아간다면, 그 끝에는 무엇이 남을까? 관계를 소비하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한다면, 진정한 행복과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흔들리기도 하고 불완전하지만,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누군가는 나를 비효율적이라 비웃을지도 모르고, 또 누군가는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믿는 가치를 따라 걸어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잘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의 잣대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다운 방식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 내가 지키고 싶은 원칙, 내가 소중히 여기는 관계들은 내가 나답게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들이다. 비록 세상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나는 내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옳다고 믿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세상이 나를 휘두르기 전에, 나는 내 방식대로 세상에 맞선다. 내가 선택한 길에서 숨 쉬고, 내가 믿는 가치를 따라 살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잘 살아가는 것 아닐까?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용기는 세상을 이기는 힘이다. 흔들림 속에서도 나의 길을 믿고 걸어가라. 그 길이 곧 나만의 세상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