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

나를 잃지 않기를

by 서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어릴 적 자주 들었던 이 말이, 이제는 너무나 느리게 느껴진다. 요즘 세상은 열 달도 아닌, 열흘이면 세상이 달라진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달라진다. 어제 쓰던 도구가 오늘은 낡은 방식이 되고, 뉴스는 하루도 못 가서 ‘어제 일’이 되어버린다.


변화는 두렵지만, 피할 수 없다. 인공지능, 데이터, 알고리즘, 메타버스… 처음엔 생소하기만 했던 단어들이 이제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섞여든다. 업무에서도, 대화 속에서도 어느새 자리를 잡고 있다. "AI를 모르면 대화가 어렵다"는 말이 웃어넘길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 빠른 흐름 속에서, 나는 묻는다. ‘나는 얼마나 따라가고 있나’, ‘무엇을 더 배워야 하나’,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없는가’. 그렇게 불안함을 안고, 필요한 공부들을 다시 시작한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낯선 용어들을 외우며, 적어도 나의 자리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들을 조용히 이어간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변화에 발맞추는 것만큼, 지켜야 할 것도 있지 않을까?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서 있으려면, 분명 변하지 말아야 할 기준이 필요하다. 무엇이 옳은 일인지, 어떤 태도가 바람직한지, 어떤 삶이 내가 지향하는 삶인지를 놓쳐서는 안 된다.


기술은 바뀌고 도구는 진화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 신뢰, 정의, 배려 같은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를 보는 눈, 유행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나다움,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들이다.


빠르게 달리는 시대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다는 건 쉽지 않다. 수많은 자극과 비교, 앞서가는 누군가의 발걸음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분명히 말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지키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


변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구분하는 일, 그것은 생각보다 더 많은 성찰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무작정 바꾸는 것도 위험하고, 무조건 고집하는 것도 위험하다. 균형이 필요하다. 유연하게 배우되, 고유함을 잃지 않는 것. 시대에 맞게 유연하되, 스스로에겐 정직한 것. 그렇게 우리는 변해가면서도, 동시에 지켜내야 한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가치는 생존 그 너머의 인간다움을 지키는 힘이다. 기술이 인간을 이끌게 될 날이 올지라도, 그 기술을 바르게 사용할 사람은 결국 인간이다.


나는 오늘도 변화에 익숙해지려 애쓰면서, 그 안에서도 나만의 중심을 다시 세워본다. 내가 지켜야 할 것,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것들. 흐름을 읽되, 그 흐름에 나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한 줄 생각 : 흐름을 타되, 나를 지키자. 바람이 불어도 뿌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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