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오늘 하루가 천국이다

간절한 기회

by 서담

눈을 떴다. 어제와 같은 방, 어제와 같은 창, 어제와 같은 공기. 하지만 오늘 아침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살아 있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 숨 한 번이 얼마나 기적 같은지, 건강하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마음속 깊이 새겨보게 되었다.


요즘 나는 자주 생각한다. 어쩌면 천국은 저 멀리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천국은 아침에 마신 공기 속에 있고, 걸어가는 출근길의 초록 그림자 속에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현실 속에 숨어 있는 게 아닐까. 마음이 바빠 자주 지나쳐왔던 것들이지만, 그 모든 것들이 오늘은 천천히, 조용히 내게 말을 건다. “너는 이미 충분히 누리고 있어.”


사람들은 대단한 성취나 특별한 사건에서 행복을 찾으려 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젠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출근길에 내 두 다리로 걷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멀쩡히 보이고, 듣고, 말하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이 세상을 오롯이 내 감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매일 느낀다.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도 그렇다. 일이 때론 버겁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건 내가 여전히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다. 나를 필요로 하는 자리가 있고, 그 자리에서 내 몫을 다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기회이고 권리다.


하루의 끝, 퇴근 후 돌아갈 집이 있다는 사실.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안정감. 문을 열었을 때 “왔어?”라고 말해주는 누군가의 존재는, 때로는 한낱 일상의 그림자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풍경이다. 함께 밥을 먹고, 같은 소파에 앉아 하루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하루 속에 숨어 있는 천국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감사의 마음을 품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바쁘고 힘든 하루 속에서도 작은 기쁨들이 보이고, 사소한 것들이 고마워진다. 고마움은 마음을 단단하게 만든다. 덜 흔들리게 하고, 덜 휘청이게 한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은 곧 살아가는 힘이 된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게 무슨 천국이냐고.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고, 피곤한 몸으로 일하고, 평범한 삶을 반복하는 것이 무슨 낙이냐고. 하지만 천국은 특별함 속에 있는 게 아니다. 매일 반복되지만 잊지 않고 느끼면, 그 평범함이 가장 비범한 기적이 된다.


오늘도 그런 하루였다. 아침에 눈을 떴고, 출근했고, 일했고, 집에 돌아왔고, 가족과 밥을 먹었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숨 쉬고, 내가 느끼고,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이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간절한 ‘기회’였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안다. 지금 이 하루가, 얼마나 큰 은혜인지.


한 줄 생각 : 천국은 멀지 않다. 오늘 하루, 내가 살아 숨 쉬는 이곳이 곧 천국이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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