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부터라도

제도보다 의식

by 서담

길가에 버려진 전동 킥보드, 덤불에 파묻힌 쓰레기, 인도에 걸쳐 세워진 불법 주차 차량. 누구도 명확하게 ‘이건 잘못된 행동이다’라고 말하지 않지만, 누구나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다. 이것이 분명히 불편하고, 어긋나 있다는 걸. 그런데도 그것들을 그냥 지나치게 되는 건, ‘나만 아니면 된다’는 무심함 때문일 것이다.


이따금 ‘공공’이라는 단어 앞에서 사람들은 이상하게 자신을 제외해 버린다. "나는 어차피 한 명이니까", "설마 이 정도가 무슨 큰 문제겠어", "다들 그러니까 나도"라는 식의 자기 합리화. 그 결과, 우리 동네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무너져간다. 정돈되지 못한 거리, 불편한 통행로, 불쾌한 냄새와 지저분한 시선들. 언제부턴가 내가 사는 곳의 질서가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럴 때 나는 선택한다. 참지 않고, 그냥 넘기지 않고, 작은 실천이라도 해보기로. 신고하고, 민원을 넣고, 불편함을 표현한다. “귀찮다”는 말 대신 “당연하다”는 마음으로. 처음엔 나 혼자만 하는 것 같아 허무했다. 티 나지 않고, 변화가 더뎠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달라졌다. 거리에 쌓였던 낙엽이 어느새 정리되어 있었고, 방치된 물건들이 사라졌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곳에 ‘정비 완료’라는 푯말이 붙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 목소리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걸. 한 사람의 실천이 생각보다 큰 파동을 만든다는 걸. 세상은 어느 날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다만 묵묵히 지켜낸 ‘나부터’의 태도가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바꿔간다.


살아보면 안다. 공공질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보다도, 한 사람의 의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결코 어렵거나 거창한 일이 아니다. 자리를 지키는 것,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는 것, 타인의 불편을 상상하는 것. 그 단순한 상식들이 모일 때, 동네는 더 살기 좋은 공간이 된다.


누구나 공정하고 정돈된 세상을 원한다. 하지만 그 시작을 자신이 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불편함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그 무질서의 일원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불편을 줄이려 행동하는 순간, 우리는 질서를 회복하는 첫 사람이 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동네를 걷는다. 눈을 피하지 않고, 손을 놓지 않으며, 무심한 흔적들을 발견하면 잠시 멈춰 선다. 그리고 작게라도 실천한다. 누군가는 모른다 해도, 그곳이 내가 사는 곳이니까. 그리고 나는 안다. 이 반복되는 작고 조용한 행동이 결국 우리 동네를 바꾼다는 것을.


한 줄 생각 :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부터라도. 공공질서는 그런 시작으로 지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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