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우리 삶
아내가 내게 말을 건넨다.
“요즘은 사람들 만나기가 조금 거북해. 대화에 잘 끼어들기가 힘들어.”
왜 그런가 했다. 알고 보니 대화의 중심이 늘 비슷하다. 아파트 값이 얼마가 올랐는지, 재건축 단지가 몇 배로 뛰었는지, 자녀가 어느 대학에 들어갔는지, 혹은 어느 대기업에 취업했는지… 심지어는 국산차와 외제차의 탑승감을 비교하는 이야기까지.
아내는 이런 주제에 마음을 얹기가 쉽지 않다. 관심조차 없는 이야기들이고, 자신과는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라 듣다 보면 괜히 에너지만 쭉 빠진다고 했다.
“나는 그냥, 큰 아파트도 필요 없고 외제차도 부럽지 않아. 우리 아이들이 각자 열심히 살아주고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지. 그게 다인데… 정말인데”
아내의 말은 소박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에겐 자랑할 만한 스펙이 삶의 척도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들이었다.
우리의 대화는 다르다. 오늘 하루 먹은 점심이 어땠는지, 퇴근길에 본 하늘이 유난히 붉게 물들었는지, 내일은 비가 온다는데 우산을 챙겨야 할지… 지나가는 어린아이가 너무 앙증맞고 귀여웠다든지 하는 소소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작은 행복을 공유한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진짜 중요한 대화는 거창한 주제가 아니라, 일상 속 사소한 이야기들 속에 숨어 있는 것이라고.
“오늘은 왜 이렇게 피곤해 보여?”
“새벽에 잠을 설쳤어. 자기가 코를 고는 바람에.. 점심때 커피 한잔 했는데 기운이 좀 나네.”
그 짧은 대화 속에는 관심과 애정이 스며 있고, 서로의 하루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너무 큰 것에 집착하느라, 지금 내 앞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표정 하나, 말 한마디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파트 값이 오르고 내리고, 누군가가 성공했다는 소식은 잠시의 흥밋거리일 뿐이다. 하지만 오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눈 대화는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나는 아내와 함께하는 대화를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굳이 누군가에게 자랑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 그러나 우리에겐 세상 무엇보다 값진 시간이다.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건 비록 성격은 너무 다르지만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가지는지, 지금 우리가 함께 미래의 우리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인 거다."
서로가 이렇게 말하며 웃을 때, 공감하며 미소 짓는다. 우리 부부의 대화는 겉보기에 사소해도 가장 본질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건강을 챙기자, 하루를 소중히 살자,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자.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이 어디 있을까.
우리의 대화는 집 한 채 값도, 외제차 한 대 값도 담지 못하지만, 삶을 지탱하는 힘을 담고 있다. 서로의 하루를 묻고, 서로의 안부를 살피며, “고맙다”라는 마음을 나누는 그 대화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묶어주고 있다.
삶이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사소한 이야기 속에 진짜 행복이 숨어 있다는 걸,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매일 배운다.
한 줄 생각 : 진짜 중요한 대화는 남들 앞에서 자랑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지켜주는 사소한 이야기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