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견뎌온 시간
사람들은 종종 아내를 보며 말한다.
“사람이 보기보다 다르네?”
아내는 겉으로 보면 그저 여유롭고, 편안하며, 팔자 좋은 사람처럼 보인다. 점심 한 끼도 계란 한 두 개로 해결이 충분하고, 작은 요구르트 한 병도 다 마시지 못하는 연약한 모습. 아이들 앞에서 장난으로라도 욕 한마디 못하고, 직장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완전히 방전된 배터리처럼 쓰러져 잠드는 모습. 여기에 정기적으로 네일을 받고, 마사지로 피로를 풀며, 일주일에 세 번은 헬스장에서 꾸준히 몸을 관리하는 모습이 더해지면, 누군가는 그녀를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사는 팔자 좋은 여자’라고 쉽게 단정 지어버린다.
하지만 나는 안다. 아내는 보기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작은 손으로 열 명이 넘는 손님을 위해 음식을 뚝딱뚝딱해내는 모습을 나는 수도 없이 보았다. 조금만 무거워도 힘들다며 시장 보따리를 쉽게 들지 못하는 아내지만, 정작 우량아였던 아들을 키울 때는 유모차 한 번 제대로 쓰지 않았다. 그 시절 아내는 아이를 포대기로 업고, 등을 펴지도 못한 채 묵묵히 걸었다. 아이의 무게가 곧 자신의 삶의 무게처럼 어깨를 눌러왔을 텐데, 아내는 그 무게를 웃으며 견뎠다.
내가 군 생활 22년을 보내는 동안, 아내는 단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이사, 수없이 많은 불편과 외로움이 있었을 텐데, 그녀는 묵묵히 인내하며 내 곁을 지켰다. 누군가는 화려한 손톱 끝만 보고 그녀를 가볍다고 오해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 손톱 아래 새겨진 굳은살과 세월의 흔적을 안다.
장손 며느리로서 수없이 많은 제사 음식을 준비해야 했을 때도 아내는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수많은 반찬을 능숙하게 만들어 내놓으며, 집안의 막내딸이지만 아내이자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감당했다. 누군가는 쉬운 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 모든 과정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것인지 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아내의 자기 관리다. 아이들을 낳고 3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체중이 1kg 이상 늘지 않았다. 매 순간 자신을 관리하고 절제하며 살아온 아내의 의지와 강인함은 감탄을 넘어 존경스럽다. ‘보기와는 다르다’는 말은 아내를 두고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일 것이다.
나는 가끔 아내를 바라보다가 생각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그 깊은 내면의 강인함과 단단함. 그것이야말로 아내라는 사람을 온전히 설명하는 본질이 아닐까. 세상 사람들은 그녀를 팔자 좋게 보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임을 알고 있다.
아내는 내 인생에서 늘 나를 일깨워주는 거울 같은 존재다. 겉과 속이 다르고, 보이는 것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은 어쩌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내는 그 간극이 더 크다. 겉은 여리고 가볍게만 보이지만, 속은 그 누구보다 단단하고 무겁다. 그리고 나는 그 단단함에 수없이 기대며 살아왔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아내를 오해해도 괜찮다. 그들은 아내의 하루를 살지 않았고, 아내의 눈물을 보지 않았으며, 아내의 고단한 어깨를 짊어지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 모든 것을 곁에서 지켜본 유일한 증인이자, 감사할 줄 아는 남편이니까. ㅎㅎ
앞으로의 날들에도 아내는 여전히 ‘보기와는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더욱 자랑스럽게 바라볼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안다. 아내의 삶이 얼마나 빛나고 존경스러운지.
한 줄 생각 : 사람의 진짜 모습은 눈에 보이는 겉모습이 아니라, 묵묵히 견뎌온 시간 속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