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갈등 극복
매일의 삶이 웃음으로만 채워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살아보니 그럴 수는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 좋은 날이 있으면 나쁜 날도 있고, 화창한 날이 있으면 비 오는 날도 있다. 부부의 관계도 그렇다. 늘 다정하고 온화하게만 흘러갈 수는 없다.
아내와 나는 큰 다툼이 거의 없다. 서로의 성향을 잘 알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려 애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대개 아주 사소한 곳에서 시작된다. 웃어넘기면 그만인 일을 괜히 집어내고, 불필요한 말이 불쑥 튀어나온다. 그리고 그 말 한마디가 때로는 화살처럼 상대의 마음을 건드린다.
얼마 전 모처럼 휴일 집에서의 식사자리였다.
“자기는 먹던 수저나 젓가락을 꼭 상에 그냥 놓더라. 지저분하잖아, 그러지 마.”
아내의 말에 순간 나도 모르게 발끈했다.
“그럼 수저, 젓가락 받침대를 놔주면 되잖아. 사다 놓기만 하고 왜 쓰지도 않아?”
별것 아닌 대화였다. 사실 서로 마음을 다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분위기는 싸늘해지고,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식탁이 조용해진다. 말없이 밥을 마저 먹는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식사는 예정보다 빨리 끝났다.
하루라는 시간이 침묵으로 지난 후, 우리는 각자의 서운함을 조심스레 꺼내 놓는다. “자기야.. 어제는 내가 괜히 예민했던 것 같아.” “아니야.. 내 말투가 좋지 않았지 뭐. 미안해" 예전 같으면 며칠씩 냉랭하게 지내며 서로 기를 죽이고 마음을 닫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사소한 다툼을 오래 붙들고 있을수록 상처만 깊어진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작은 원칙 하나를 세웠다. 다툼이 생기면, 한 발짝 물러서자. 말이 더 길어져 상처가 깊어지기 전에, 잠시 거리를 두자.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화해의 순간이 찾아온다. 서운함도 결국 말로 풀고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다툼조차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치 돌이 부딪히고 깎이며 반짝이는 보석이 되듯, 우리의 관계도 그 작은 충돌 속에서 빛을 얻는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의 본성은 평탄할 때가 아니라 어려움에 처했을 때 드러난다’는 말처럼, 부부 사이의 진짜 힘도 갈등의 순간에 드러난다고. 그때 서로를 향해 마음의 문을 닫을지, 아니면 조금의 틈을 남겨둘지. 그 선택이 우리 관계의 방향을 결정한다.
아내는 이런 순간마다 늘 현명한 선택을 한다. 다투고 나면 먼저 차를 내오기도 하고, 일부러 가벼운 이야기를 꺼내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나 또한 이제는 고집을 내려놓고, “내가 미안했어”라는 말을 조금 더 쉽게 내뱉게 되었다.
삶은 매일 즐거울 수 없다. 하지만 매일 함께할 수 있다. 그것이 부부가 주는 가장 큰 축복이다.
아내와의 다툼이 우리를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단히 묶어주는 매듭이 된다. 사소한 말다툼 속에서도, 그 안에 담긴 서로에 대한 애정을 본다면 결코 헛된 싸움이 아닐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조금 더 지혜로워지고, 조금 더 단단해진다.
한 줄 생각 : 부부의 사랑은 갈등이 없는 데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지혜롭게 넘기는 데서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