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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나무에서 좋은 열매가 열린다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

by 서담


아이를 키운다는 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무 한 그루를 정성껏 가꾸는 일이다. 그 나무가 자라 언젠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를, 튼튼한 가지를 뻗어 하늘을 향해 나아가기를, 부모는 매일 바라고 또 바란다.


그래서 부모는 때로는 다그치고, 때로는 설득하며, 아이에게 좋은 길을 안내하고 싶어 한다. "좋은 학교에 가야 해", "공부 열심히 해야 해", "이왕이면 1등을 해야지." 마음속에는 오직 하나, 그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간절함뿐이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 본다. 그 열매가 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연 아이에게만 있는 걸까? 정말 그 아이만 잘하면 되는 걸까?


아니다. 열매는 혼자 열리는 게 아니다. 열매는 나무에 맺힌다. 가지에서, 줄기에서, 뿌리에서 자양분을 받고, 햇살을 모으고, 비바람을 견디며 열린다. 결국, 나무가 건강해야 열매도 건강하다. 그 아이를 키우는 부모, 그중에서도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는 바로 그 나무다.


아내는 우리 아이에게 있어 가장 가까운 세상이다. 아이는 엄마를 통해 첫사랑을 배우고, 엄마의 표정을 통해 세상의 온도를 느낀다. 엄마가 웃을 때 아이도 편안해지고, 엄마가 위축되어 있을 때 아이는 알 수 없는 불안을 품는다. 그러니 아이가 좋은 열매로 자라길 바란다면, 그 나무인 엄마가 먼저 편안하고,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한다.


가장 쉬운 가르침은 말이 아닌 모습이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엄마와 아빠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어떤 말투로 이야기하고,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는지. 부부 사이에 흐르는 공기는 고스란히 아이의 마음 안에도 흐른다.


그래서 나는 깨달았다. 진짜 교육은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아내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마음을 나누는 일. 그것이야말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교육이라는 걸.


가끔은 일이 힘들고, 세상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무뚝뚝하게 굴고 싶을 때도 있고, 괜히 짜증을 내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내가 기억해야 할 건 하나다. 지금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우리 아이의 마음에 어떤 나무의 모습으로 새겨질지를.


아이에게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면, 우리는 그 세상을 집 안에서부터 만들어야 한다. 아이가 보고 자랄 가장 가까운 사랑의 형태가 바로 나와 아내의 모습이니까.


오늘도 나는 아내에게 말한다. "고마워. 당신이 있어서 참 좋아." 아이들이 그런 사랑의 언어를 듣고 자란 듯해서. 그렇게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따뜻한 가지 하나가 자라 있는 듯해서.


한 줄 생각 : 좋은 열매를 원한다면, 먼저 좋은 나무를 가꾸는 사랑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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