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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명철 Feb 12. 2020

열심히만 해서 그래

열심에도 방향과 전략이 필요해

누군가는 승리의 축배를 들고 있을 때, 누군가는 패배의 쓴잔을 마신다. 


취업의 성공과 실패가 번갈아 가며 발표될 때마다 내 자존감도 같이 요동친다. 간절히 원하고 바라던 회사에 서류부터 광탈한 적도 있었고, 예상하지도 못한 회사에 합격해 면접 기회를 잡은 적도 있었다. 다행히 면접이라도 볼 기회가 생기면 그야말로 하늘을 날 듯한 기분이었다.


누구는 가고 싶은데 딱 세 군데만 지원했는데 붙었다더라, 누구는 서른 군데를 써는데 한 군데도 못 붙었네, 등등 심심찮게 들려오는 취업 성공과 실패에 대학 동기들은 모두 귀를 쫑긋 세운다. 


누가 대기업에 붙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내 우르르 몰려가 비법은 무엇인지 어떤 스펙이 있는지 등 조금이라도 취업에 도움될 이야기가 있을까 하며 온갖 질문을 쏟아낸다. 그 성공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나였으면 좋으련만 결과는 나쁘다 못해 처참하다. 벌써 30번째 서류 탈락이다.   

   


“제발 면접 기회라도 한번 주세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며 자소서를 쓰지만, 불안함은 가시지 않는다. 열심히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에도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여러 회사에 지원하기 위해 잠도 줄여가며 끝없이 자소서를 쓴다. 많은 곳에 지원하면 어디라도 한 군데 붙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하다 보니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내 자체가 문제인지 의심이 든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준비를 하던 시절엔 어느 곳 하나 붙으면 내 28 청춘을 바치리라는 생각 하나로 보냈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린 생각이었다. 


떨어진 이유는 정확했다. 기업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마치 로또 번호 찍듯이 생각 없이 하나 걸려라 라는 도박심리였다. 당시 전공과 맞는 직무에는 대부분 ‘아몰랑’, ‘일단고’라는 집념으로 지원을 했었으니 참 지금 와서 생각하면 부끄럽다. 


취업은 무턱대고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었다. 연속된 참패에 울고불고 술 마신다고 풀리는 것도 아니었다. 취업 광탈은 마치 인생의 패배감이 느껴지는 임팩트 있는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무너진 자존감과 불안함에 가만히 있다 해서 상황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눈물을 훔치고 정신을 차려 다시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한다. 


먼저 지원할 수 있는 남아있는 회사를 추리기 시작한다. 직무를 분석하고 근무하게 될 지역은 어딘지, 연봉이나 복지는 어떠한지, 미래가 있는 사업인지, 입사하게 된다면 성장할 기회는 주어지는지 등등등 엄청난 조사를 마친다. 

특히 회사를 대표하는 사장 관련 인터넷 기사까지 기업에 관한 정보는 티끌까지 빼놓지 않고 깡그리 모았다. 이후 기업의 자기소개서 문항을 확인하고 무엇을 알아보고 싶은지 질문지의 의도를 파악한다. 그리고 나를 분석한다. 어떤 프로젝트를 했는지, 차별화될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이 있는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까지 세세하게 분해한다. 그리고 경험과 회사의 입맛에 맞게 잘 섞어 소설을 쓴다. 


드디어 처음으로 서류가 통과된다. 


모든 동기가 다 지원했지만 유일하게 나만 붙는 기적이 일어나고 갑자기 우르르 동기들이 몰려와 물어본다. 비법이 무엇인지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 어떻게든 캐내려고 한다. 


재밌다. 


평범하다 못해 대학 성적도 상위권도 아닌데 특별한 비법이 있을 리 만무하다. 분명 얼마 전까지는 서류에서 광탈하던 내게 찾아와 비법 따위 물어보는 사람 하나 없었다. 그런데 이제 꼴랑 한 군데 붙었다고 나에게 비법을 물어보다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처음 느껴보는 신기하고 재밌는 상황을 즐긴다. 수많은 동기에게 둘러싸여 어떻게 혼자만 붙었는지 비법을 알려준다.     


“얘들아. 생각 없이 무작정 열심히만 해서 그래. 취업에도 전략과 방향이 필요해. 잘 들어봐!”     


꼰대 납셨네.


그래도 오늘은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련다.     




#노력은시간에비례하지않아

#취업은로또가아니야

#엉덩이오래붙이고있다고성적이잘나오니

#오래일한다고일잘하는직원이아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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