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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명철 Jan 07. 2020

워워…. WAR라벨

Work and Life Balance

지금은 익숙하지만 워라벨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한창 일에 푹 빠져 살던 30살이다. 평범한 퇴근 후 저녁 11시 뉴스에서 처음 마주한 신조어는 매우 생소했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신조어를 빠르게 녹색 창에 검색해본다.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이자 ‘Work & life balance’의 준말이란다.


[진짜 대단하다. 요즘 신세대들은 별걸 다 줄여버린다]. 이 말도 줄여서‘별다줄’이라고 한다니 내가 점점 늙어가긴 하나 보다.


그래 뭐 좋은 신조어다. 무슨 뜻인지 알겠다. 그러다 검색결과 아래로 주르륵 쓰인 블로그 글들을 본다. 세상에 마상에. 4일을 일하는 회사가 있다느니 점심시간이 2시간인 회사가 있다느니 하는 내용의 포스팅이 나열되어 있다. 


인터넷에서는 이렇게 워라밸이니 주4일 근무니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회사만 콕 집어 소개를 한다. 대체 같은 하늘 아래 있는 회사가 맞나. 마치 딴 세상 이야기하는 듯하다. 

상상은 자유라 했던가. 우리 회사가 과연 저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나마 꿈같은 상상을 해본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절대 바뀌지 않을 게 분명하다. 상상은 망상이 되고 한숨을 크게 내쉬고 이불을 뒤집고 잠을 청해본다.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처음부터 내가 이런 삶을 꿈꾸던 것은 아니었다. 취업이라는 단어 앞에 젊음과 청춘쯤이야 회사에 갖다 바칠 각오가 되어있었다. 오로지 뽑아주시기만 한다면 영혼까지 팔 기세였다. 그리고 지금 감사하게도 나를 뽑아준 회사를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니 헛웃음이 나온다. 


월급만 많이 주면 최고로 좋은 회사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회사가 돈을 많이 주는 이유는 다 따로 있었다. 돈만 주면 참 좋은데 직원들이 아쉬워할까봐 그에 걸맞은 스트레스도 덤으로 같이 준다. 물론 저녁 시간도 진공청소기처럼 인정사정없이 빨아들인다. 그러니 일과 삶의 균형은 상상만 해도 헛웃음이 나올 일이다.

대체 이렇게 일주일에 5일, 하루 8~10시간을 꼬박 일해도 왜 내 일은 줄지가 않는지 미스터리하다. 


농땡이 피지 않고 전 직원이 효율적으로만 일해도 칼퇴는 물론이거니와 워라밸도 참 쉬워지지 않을까 싶다.

왜 워라밸을 누릴 수 없는지 생각해보니 적은 내부에 있었다. 먼저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유형이 있다. 잠도 없는지 새벽부터 일찍 출근해 얼굴도장만 찍고 하루 종일 커피와 담소를 즐긴다. 핸드폰 주식 창만 하루 종일 쳐다보다 퇴근이 가까워지는 오후가 돼서야 야근모드를 켠다. 대체 주식으로 얼마나 벌었는지 모르겠다만 장 마감 시간이 되면 대충 분위기 파악이 될 정도다. 

그러니 당연히 야근하고 눈치 보느라 퇴근 못 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시간을 금이 아니라 똥처럼 쓰니 워라밸이 가당키나 한가 싶다. 그래도 이 정도면 봐줄 만하다. 야근모드로 돌입한 상사는 칼퇴하는 직원에게 이렇게 드립을 친다.     


“요즘 일 없나 봐?” 

“요즘 한가한가 봐? 일 좀 더 줄까?”     


어색함에 썩소를 날리지만, 온몸이 오그라드는 어색함과 정적이 흐른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농담으로라도 이런 말은 제발 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런 분위기에 워라밸? 당연히 불가능하다.


물론 최악은 따로 있다. 

이 워라밸 방해꾼은 시간을 엄청나게 들이고 고민하는 척하며 본인의 능력과 열정을 보여주려 한다. 정말 일이 많아서 늦게 하는 경우도 아주 가끔 있긴 하다. 하지만 분명 능력이나 실력으로 보면 단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일을 신기하게도 4~5시간 정도로 늘리는 초능력을 보여준다. 이 정도면 능력 향상이 아니라 능력 퇴보가 맞는 거 아닌가? 거꾸로 진화하다니 놀랄만하다.


내부 적들의 방해를 물리치고 쟁취해야만 하는 칼퇴라니.

워라밸은 개뿔, WAR라밸이 어울린다.     


#워라밸이불가능한이유

#자유로운칼퇴후저녁시간을쟁취하자

#워라밸은먹는건가요

#일부러야근하는능력없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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