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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명철 Jan 06. 2020

모두가 스티브잡스가 될 순 없지

무덤에서 가장 부자가 되는 일 따윈 내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전 사원 모두 열정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똑같은 말이 반복되고 다들 으레 당연하다는 듯 핸드폰을 보고 있다. 대표이사의 연설을 원격으로 틀어놨지만 관심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매번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며 결론은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이야기일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설은 조금 달랐다.


그간 매번 똑같은 연설과는 다르게 창의성과 도전을 강조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설마 했지만 실패는 감싸고 새로움에 계속해서 도전하는 창의적인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 연설을 듣고 실질적으로 변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월급을 주는 입장과 받는 입장은 차이가 크다. 사장과 직원의 마인드 차이가 하늘과 땅 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간 수많은 리더들이 사장 마인드로 일하라고 귀가 아플 정도로 얘기했지만 회사에서 우리의 끝은 사장이 아님을 모두가 알기에 대표이사의 창의성에 관련된 연설 또한 언제나 그래왔듯 그냥 듣고 흘리고 만다. 

연설이 종료되고 심히 감명 받은 부장님이 부서원들을 모아놓고 한마디 한다.     


“우리가 그간 너무 안정적으로만 업무를 해온 것 같습니다. 매년 같은 내용을 말만 조금씩 바꿔서 하는 사업계획도 그렇고 새로울 것 없는 아이디어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사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창의적으로 일하고 실수하더라도 비난보다는 다시 도전 할 수 있도록 격려를 하는 조직이 되었으면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업무할 때 스티브 잡스처럼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하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스티브 잡스란다!'


부장님 입에서 스티브 잡스라니. 개벽이 천지할 일이다! 평소 작은 일에도 문서보고를 중요시하는 분. 보고서에 문구로 트집 잡아 직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달달 볶아버리는 스킬이 100단이신 분. 자화자찬하면 끝도 없이 온종일 하실 수 있는 그런 분의 입에서 스티브 잡스라니. 온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에 와서야 애플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그에 따라 지금은 고인이 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유명해졌다. 하지만 굳이 스티브 잡스의 두꺼운 자서전을 열어보지 않아도 연설이나 인터뷰를 본다면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스티브 잡스의 명언 중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혁신은 연구개발 자금을 얼마나 갖고 있냐와 상관없습니다. 애플이 매킨토시를 출시했을 때 IBM은 연구개발에 최소 100배 이상의 비용을 쏟고 있었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인력을 갖고 있느냐,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 결과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관한 문제입니다.”     

돈으로만 창의성을 낼 수는 없는 것이다. 언론이고 인터넷이고 잡스, 잡스 하니까 아무데나 창의성을 표현할 때 갖다 붙이지만, 잡스처럼 창의력을 가지라고 말만 한다면 과연 누가 스티브 잡스같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잡스드립을 하신 부장님도 하루가 지나면 혁신은커녕 안정적인 것을 더 선호하고 새로운 제안을 해도 본인 경험의 틀에 갇혀 이건 리스크가 크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누가 잡스처럼 일하려고 하겠냐는 말이다. 생각의 전환이나 변화를 시도하기는커녕 아직도 20년 가까이 된 본인 영웅담 이야기를 꺼내며 ‘라떼는 말이야’드립을 계속 치는데 무슨 직원들이 잡스가 되기를 바라느냔 말이다.  


실제로 잡스는 이런 말을 했다.


 “가끔은 혁신을 추구하다 실수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빨리 인정하고 다른 혁신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직원들이 조그만 실수라도 하면 호랑이 같은 눈과 함성으로 열정적으로 화를 내는데 당연히 잡스의 창의성이 나올 틈조차 없다. 정말 스티브잡스가 들으면 울고 갈 일이다. 창의성을 말할 때 감히 스티브잡스를 함부로 입에 담지 말아야 할 이유다.


잡스의 수많은 명언은 스티브 잡스가 잡스처럼 살아왔으니까 할 수 있는 거다. 애플이 이렇게 될 수 있던 것은 결국 잡스가 리더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너도 나도 잡스처럼 생각하고 살지 않는데 직원에게 잡스의 창의력을 바라는 건 말도 안 되는 허황된 바람 아닐까?


나는 잡스가 아니니까.

#직원이잡스가되길원한다면

#회사가먼저애플이되세요

#잡스도울고갈희대의망언

#잡스의창의력을갖고싶다

#잡스인생보면달라질걸

#잡스는잡스고나는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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