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아~ 진짜 아깝다. 한판만 더해보자! 천 원만 줘봐”
“이제 포기하세요. 이러다 전 재산 올인 하시겠어요!”
“에이 괜찮아. 고작 몇 천 원인데 뭐”
거하게 취한 아재들이 열심히 스틱을 돌리고 버튼을 누르며 즐겁게 인형 뽑기를 하고 있다.
“벌써 만 원째 쓰고 계세요. 이럴 바엔 그냥 직접 사시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요?!”
“아니. 이건 달라. 완전히 달라! 그렇게 돈 주고 사는 것과 직접 노력해서 뽑는 건 가격은 같을지 몰라도 가치는 다르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어렵게 얻은 만큼 기쁨도 크다는 거지.”
이글거리는 눈빛과 비장한 표정으로 무조건 성공하겠노라는 단호한 말에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아싸! 좋았어! 드디어 뽑았다! 자 이거 애기 갖다 줘~”
“에이~ 어렵게 뽑았는데 선배님네 애기 갖다 주세요~”
“이제 우리애기는 이제 다 커서 인형 안 좋아해. 그러니까 어여 가져가~!”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어렵게 뽑은 피카츄 인형을 손에 꼭 움켜쥔다. 선배가 괜한데 돈을 쓴 것 같아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한마디 툭 던진다.
“근데 선배님 인형 뽑기는 대체 왜 하시는 거예요?”
“별 이유 없어. 그냥 인형 뽑기 기계를 보면 쉽게 뽑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전부 낚이는 거 아시잖아요. 저 흐물거리는 집게 좀 보세요. 이건 뽑힐 확률이 극히 낮아 보이는데요.”
“누가 그걸 모르고 하겠니. 별거 아닌 일이긴 한데 그래도 딱 뽑을 때 느껴지는 쾌감이 있어. ‘소확행’이라고나 할까? 회사에서 행복할 일도 없는데 이런 걸 통해서라도 한번 느껴봐야 하지 않겠니?”
소확행이라.
소확행이 과연 인형 뽑기 같은 건가? 어쩌다가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게 됐을까? 라는 단순 궁금함에 퇴근길 스마트폰으로 서칭을 해본다.
사전적인 의미의 소확행이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이란다. 계속해서 서칭 해보니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처음 소확행이라는 단어는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랑게르한스섬의 오후(1986년작, 국내엔 1999년 출시)’라는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책 내용을 보면 ‘서랍 안에 돌돌 말려진 잘 정리된 팬티가 잔뜩 쌓여있는 것을 보는 것도 소확행 중 하나’라고 표현하고 있다. 저자의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확행이라는 것은 특별히 달라진 행동을 하지 않아도,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아도, 눈만 뜨면 느껴지는 일상에 대한 행복함이다. 특별한 액션을 하거나 돈을 들여 느낄 수 있는 행복하고는 거리가 먼듯하다.
그런 뜻에서 한창 열풍인 인형 뽑기가 저자가 말한 진정한 의미의 소확행은 아닐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유독 국내에서만 ‘돈을 적게 쓰고 좋은 물건을 산다.’의 개념이 들어있는 것 같다. ‘돈’을 제외하고도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
이게 진정한 소확행 아닐까?
인형 뽑기를 한다거나,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독서를 한다거나, 만 원짜리 한 장으로 1000원짜리 제품 10개를 사며 즐거워하는 것에서 느껴지는 행복이 아닌 것이다.
산책로에 피어있는 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감사함, 출근길 버스 창밖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 시끌벅적 사무실을 잠시 떠나 옥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는 것. 화장실 거울로 비춰지는 출근 전 내 모습.
굳이 돈이 아니어도 느낄 수 있는 기쁨.
이것이 진정한 소확행 아닐까? 그래서 오늘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레알 소확행
#인형뽑기를통한성취감향상
#1000원짜리물건사며탕진잼
#돈없는사람은소확행도못하나
#최신휴대폰으로바꾸고소확행이래
#회사일에소확행따윈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