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입니다만..
“아니 젊은 놈이 왜 이렇게 흰머리가 많아?”
“아……. 유전입니다. 유전. 저희 부모님이 흰머리가 많으세요.”
그렇다. 우리 부모님은 염색도 안 할 정도로 매우 고농도 흑발이시다.
“윤대리 머리 가운데가 텅 비었다?”
“아…. 저희 할아버지께서 머리숱이 많이 없으셨어요. 유전입니다. 유전.”
그렇다. 할아버지는커녕 어머니 아버지 모두 머리숱이 풍성하시다.
탈모의 ‘ㅌ’자도 걱정 안 하던 내가 한방샴푸를 쓰기 시작한 건 머리카락이 계속 빠졌기 때문이다. 그 좋다는 친환경 샴푸, 한방샴푸, 카페인샴푸 등등 써봤지만 머리숱이 줄어드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여름만 되면 머리에 숱이 많아 두피가 뜨거워질 정도로 더위를 잘 타는 내 머리카락들이 어느 순간 한 가닥 한 가닥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처음 머리카락이 한 가닥 두 가닥 빠질 때는 곧 괜찮아질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책상에 수북이 쌓인 머리카락을 보며 심각성을 깨달았다. 녹색 창에 탈모 원인을 검색해보니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란다. 이놈의 망할 스트레스가 뭐라고 내 소중한 머리카락을 가져가다니 참 답답할 노릇이다.
책상에 수북한 쌓인 머리카락을 보니 그간에 느껴왔던 피곤, 우울, 짜증, 분노 모든 것이 담겨있는 듯하다. 하지만 일을 그만둘 수 없는 법. 눈치 보며 책상 위 모니터만 보고 있는 나에게 변화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잠시 머릿속을 비우는 시간을 가졌다. 직업의 특성상 갈등이나 긴장되는 상황이 연속되다 보니 항상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했다. 상황이 끝나고 나서도 잊어버리기보다는 머릿속에 계속 그 상황을 담아두려는 습관이 있었다. 계속해서 생각하고 멈추지 않았다. 멈춘다 해도 계속 생각이 났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보고 잠시 멍을 때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멍 때리는 게 뇌가 휴식하는 시간이라 하니 꼭 한 번 해보길 추천한다.
다른 방법은 집중해서 1~2시간 일을 하고 나면 반드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머릿속의 고민과 생각을 잠시 멈추고 환경을 바꾸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였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쉬러 갑니다.’를 꼭 느낄 수 있게 노오란 커피를 꼭 한 잔 타서 휴식을 취했다. 커피 스틱을 하루에 어찌나 많이 마셨는지 입에 물리지만 마시지 않아도 잠시나마 환경을 바꿈으로 압박받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일에 집중하고 몰두하는 만큼 몸과 마음이 잠시나마 쉴 수 있게 강제로 라도 ‘휴식’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스케줄 관리처럼 생각도 마음도 관리가 필요하니까.
#흰머리에탈모까지
#스트레스는빠지는데가없어
#뇌도쉼이필요합니다
#한번쉬면계속쉬고싶어져
#빨리일한다고퇴근이빠른것도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