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명철 Jan 13. 2020

이제 부모님 뒤에 숨지 마세요.

어른은 없고 다큰 아이만 있어

신입사원 연수 중 동기 1명이 갑자기 실종됐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것이다. 전화기는 켜져 있으나 신호만 갈 뿐 받지를 않는다. 다들 난리가 났다.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인원이 총동원되어 주변 상가, 식당, PC방, 심지어 당구장까지 사라진 동기를 찾기 위해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결국, 이 사실을 인사팀 담당자에게 보고를 한다.     


“갑자기 B 사원이 사라졌습니다!”

“교육 기간 중 저녁에 숙소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말씀드렸었는데. 나가는 거 못 보셨어요?”

“네, 저녁 먹고 나서 각자 자유 시간을 가졌었는데... 사라졌습니다.”

“네. 일단 저도 확인해보겠습니다. 계속해서 찾아보세요.”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뒤 걸려온 인사팀 담당자의 전화.      


“B 사원은 다른 회사에 합격했다고 부모님이 데리고 갔다네요. 방금 B 사원 부모님과 연락이 돼서 전달받았습니다. 저녁이 늦었으니 되도록 외출은 삼가시고 숙소로 돌아가세요.”   

  

밤 11시가 너머 걸려온 생사확인 전화에 모두가 안도했지만, 긴 시간 사라진 줄 알았던 동기를 찾으러 다닌 헛수고 때문인지 다들 허탈해했다.

 “아 C…….” 


여기저기서 탄식이 들려온다.

분명 오전까지만 해도 함께 교육받고 있었고 커피 한 잔하며 웃고 있던 동기였다. 앞으로 회사에서 헤드(head)라고 불리는 기획팀으로 갈 친구였기에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인사도 했고, 특히 다른 동기들의 선망과 인기를 동시에 누리던 친구였기에 더더욱 실망감이 컸다. 물론 다른 곳에 합격해서 간 것은 이해하지만 갑자기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잠적해 버린 사실이 모두에게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더 심각한 것은 부모님이 픽업을 해갔다는 사실인데, 사라진 지 4시간 가까운 그 시간 동안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뒷골을 당기게 했다.


왜 당당하게 하지 못할까? 입사 후에 다른 곳에 좋은 결과를 받아 나간다는 것이 꼭 도망가야만 하는 일일까? 전화통화로 걱정하고 있을 동기들과 회사에 전화한 번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일까? 왜 부모님이 대신 그 친구 상황을 대변해 줘야 할까? 


이를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 아직 성인이 되었음에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어린아이 같은 성인이 너무 많이 보인다.


비록 요즘은 키덜트(kidult)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성인이 되어서도 유년시절 갖고 놀던 장난감을 수집하거나 소비를 하는 뜻의 좋은 이미지를 뜻하는 단어가 생기긴 했다. 


어른이 무슨 장난감이나 피규어 같은 것들을 모으느냐는 부정적 인식은 이미 사라지고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자리매김은 물론 요즘은 긍정적인 의미로 더 쓰인다. 어떻게 보면 어릴 적 순수한 시절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을 것이고, 어릴 적 가지지 못한 소유의 부재를 성인이 된 지금 소비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장난감을 사는 성인들을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없어졌다. 소비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직도 주위를 둘러보면 가까운 곳에 이런 어른아이가 많은 것 같다. 사회에 진출한 성인들이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생각과 사고로 행동하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느낀 것 중 하나가 어린 시절 몸에 밴 습관이 커서도 바뀌기 힘들며, 누구 하나 그 잘못된 점에 대해서 조언이나 충고를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출처 : someecards.com

사회에는 수없이 다양한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성인이 된 어른이 아직도 성숙하지 못한 행동과 말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많다. 이거 무슨 젊은 꼰대가 하는 얘기야?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어른아이를 너무 많이 보았다.     


제일 꼴보기 싫은 어른아이 타입은 바로 타인에게 지나치게 시키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 무엇인가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무조건 시켜야 하는 타입니다. 웃프게도 보고서를 가져갔다가 오타 지적을 당한 적이 있었다.     


“윤대리 이거 오타 너무 심한거 아냐?”

“네? 오타가 있나요?

“진짜 쪽팔려서 진짜! 상무님한테 보고하는거라고 꼼꼼히 보라고 했잖아! 여기 봐바! ‘상세’를 왜 ‘상새‘라고 쓴거야?  ”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실수 없게 꼼꼼히 보겠습니다.”

“얼른 수정해서 다시 파일 보내줘! 이거 다시 출력해서 보고해야돼!”

“네? 수정 바로 하시면 안되실까요?”

“뭐?!!!! 나보고 수정하란 소리야? 건방지게! 얼른 수정해서 파일 다시 보내!”     


그렇게 25번째 버전을 만들어 파일을 보내자 한숨과 함께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이따위 일을 왜 시키는 걸까? 이런것까지 내가 해줘야 하나? 물론 오타는 잘못됐지만 스스로 수정하면 되지. delete키 누르는게 그리 어렵던가? 꼭 누군가를 시키고 잘못됐을 때 다른 사람한테 잘못을 뒤집어 씌우는 행동에 진절머리가 난다. 이런 사람은 옆에 있는 사람이 피곤하다. 자기가 일한 것처럼 포장 할려면 먼저 스스로 검토해보고 가야지 남이 한일에 마침표 하나 찍고 묻어가려는 모습에서 정말 어른이 맞나 싶을정도로 실망한다. 


나이와 직급이 꽤 되는 상사지만 일을 지나치게 다른 사람에게 미룬다. 물론 자신은 후배들의 성장을 위한다지만 후배들은 다 알고 있다. 본인이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어서 나에게 미루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나의 성장을 위해서 미루는지. 평소의 모습을 보면 쉽사리 알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온갖 그럴싸한 명분을 들이대며 일을 시키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작은 일도 남에게 미루는 사람들은 꼭 일 잘하는 부하직원들의 이탈을 두려워한다. 시킬 사람이 있어야 되는데 눈앞에서 없어지니 본인이 스스로 일하는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이고 또 생색은 엄청나게 낸다.


그리고 자신의 업적만을 엄청나게 강조하고 잘난 척을 좋아한다. 안타깝게도 주변에 일명 샤바샤바를 시전하며 아첨하는 사람들은 뭐 이리 많은지. 함께 고생하는 동료나 직원들은 생각하지 않고 잠깐한 자신의 고생만 생각한다. 주변을 보지 못하고 오직 나만이 잘났다는 둥 듣기 싫은 소리가 가득하다.


특히 자기 혼자 조직을 다 이끌어 간다는 망상에 빠져 자기계발은 뒤로한 채 껍데기뿐인 본인 능력에 자아도취 되어 휘파람을 불며 회사생활을 한다. 


어깨의 잔뜩 들어간 뽕이 빠지려면 스스로 부족함을 깨달아야 하는데 누구 하나 뼈있는 한마디를 하지 않는다. 다 큰 어른한테 누가 조언이나 할까 싶다. 


 스스로 높아지려고 허세만 늘어놓는 사람은 절대 높아질 수 없다하지만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높아지면 나도 같이 높아진다는 것을 왜 모를까?      


회사에 가면 꼭 감정 컨트롤이 안 되는 어른아이가 있다. 스스로 넘쳐나는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 뿜어져 나온다. 감정이 격해져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내뱉는 경우가 허다하다. 불만에서 나오는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냉정하게 사태파악을 하지 못하며 직원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어 버리니 답답할 노릇이다.     


“지금 이게 상황보고서야? 내용작성이 제대로 안 되어 있잖아?!”

“부장님 지금 이거 고객사 양식에 맞춰서 작성한 겁니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이렇게 달랑 한 장 들고가서 무슨 얘기를해? 빽업 데이터가 더 있어야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전에도 이 양식으로 전부 작성해서 고객사에 전달했었습니다.”

“지금 내가 틀렸다는거야?”

“아니요. 지금 급하게 보내줘야 하는 문서인데 더 이상 추가할 데이터도 없습니다.”

“일을 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전부 니들 멋대로야?”

“......”


그렇게 부장님은 씩씩거리며 입으로 연식 쌍욕을 내뱉었다.     

냉정하게 상대방의 말을 듣지 못하고, 감정 컨트롤이 안되다 보니 주변에 아군이 없다. 분노조절 장애가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들 만큼 불같은 성격을 가진 이런 어른아이를 상사로 둔 시간은 고통 그자체였다. 용의 입에서 불이 나오듯 마구 쏟아내는데 그 어떤 대꾸도, 그 어떤 변명도 할 수가 없다. 침묵하면 왜 말이 없냐며 화를내고, 말을하면 말대꾸 한다고 화를내니 뭐 어쩌란 말인가.. 


그렇게 받아내다 보니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조직 분위기는 말이 없는 생동력을 잃어버린 껍데기 마냥 쥐죽은 듯 조용했다. 대화가 없어지고 일을 적극적으로 처리하기보다 소극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본인 감정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이런 ‘아이’ 같은 상사 한 명 때문에 팀을 떠나고 싶어서 안달난 팀원들도 적잖게 많아졌다.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분과 함께했던 시간을 모든 직원은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회사에서 어른아이같은 사람은 따지고 보면 더 많은 유형이 있을 것 같다. 더러운 농담을 던지거나, 나이나 직급이 높다고 밑에 직원 하대하는 사람, 욕을 달고 사는 사람, 바쁜데 본인 일만 중요하고 내가 하는일은 하찮다고 생각하는 사람, 남이야 죽던말던 나만 살고 보자는 사람 등등. 


이런 어른아이가 스스로 성숙한 어른이라고 생각할까봐 소름돋는다.     

사회적 위치가 있고 성인인 만큼 더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잘못이 있으면 책임질줄 알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 솔직한 사람. 

남 탓하는 사람보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을 우리는 진짜‘어른’이라고 부른다.     


역시 어른은 나이만 먹었다고 아무나 되는 게 아닌가 보다.      


#몸은다컷는데행동은아직어린이

#꼰대보다어른아이가더힘들어

#어른되기쉽지않아

#주변에왜이렇게어른이없냐

이전 11화 어린놈이 무슨 흰머리가 그렇게 많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