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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명철 Dec 26. 2019

과장님 술 먹을 때 회사 얘기는 그만하시죠?

회식 불변의 진리

또 시작이다. 저놈의 회사 이야기. 


술 먹을 때 일 얘기 하지 말자고 하지만 어김없이 우리는 모두 회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왜 이렇게 회식 때 회사 이야기 하지 말자고 하는데 결국 회사 이야기로 귀결되는 것일까 정말 미스터리하다 못해 짜증이 난다. 회사 얘기 아니면 정치얘기다.


‘아니, 이러려면 회식은 왜하나?’


회식은 문자 그대로 다 같이 모여 밥 먹는 것을 의미한다고 녹색 창에 나와 있긴 하다. 그런데 사전적 의미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어려서부터 익숙한 터. 가장 놀라운 연관 기사는 최근 근로시간이 개정됨에 따라 회식이 업무의 연장인지에 대한 정부의 지침이 나왔다는 기사인데, 결론적으로 보면 노동시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무슨 말이냐 방구냐? 상사의 지시나 승인이 있어야 노동시간으로 인정이 된다는데. 나 원 참. 회식을 좋아하는 상사의 눈치 때문에 참석하는 것이 대부분이지 좋아서 참석을 할까 싶다. 

물론 회식을 원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집에 일찍 들어가도 반겨줄 사람이 없는 분들이나 본인 돈 안들이고 회사에서 사주는 고기를 하나라도 더 집어먹으려는 분들이 그럴 것이다. 그럼 모여서 같이 먹기만 하면 되지 왜 업무얘기를 할까. 다년간 공식 비공식적 회식을 대부분 참여해본 내가 내린 결론은 바로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는 사실 외에 서로에게 별로 관심이 없거나 공통분모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회식의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되는 시기에 회식문화는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는데 녹색 창 연관기사는 남의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점차 바뀌어 가는 회식문화에 대한 기사내용을 대충 훑어보면 이렇다. 

술 마시며 노래하는 단합행사에서 문화를 즐기는 시간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래서 회식 후에 그렇게 당구장을 가나보다) 함께 영화를 본다거나 맛집을 간다거나 회식시간도 짧아지는 추세이다.(녹색 창 기자 뇌피셜 인정?ㅇㅇㅈ!) 많은 기업들이 올바른 회식문화를 전파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가는 추세이며……. (왜 우리 회산 아닐까?) 술을 강요하지도 않고, 참석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 회사 말고 저 회사 얘기하나?) 시대가 변한만큼 더 이상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이야기... (죄송하지만 전 할 수가 없어요)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내가 다니는 회사만은 변하지 않을 것만 같다. 여하튼 일주일에 한 2~3일은 회식을 하며 항상 느끼지만 회식 때 한 이야기는 결국 오피셜이 아니기에 사람들 기억 속에 남지도 않을뿐더러 아무리 얘기한다 한들 현실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 태반이다. 물론 이렇게 간단히 회식이 끝이 나면 다행이건만 꼭 오버해서 알코올을 흡입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평소에 말이 없던 한 상사가 워크숍에서 거하게 술에 취해 나에게 큰소리를 치며 똑바로 하라고 했다. 이미 술에 잔뜩 취한 걸 안 나는 매우 예의바른 어조로 걱정하는 마음에 이렇게 말을 건넸다.     


“저기 과장님 많이 취하셨어요~ 숙소로 들어가서 쉬세요~” 
“아니~ 나 지금 멀쩡한데? 2차 가즈아!”
“지금 눈 풀리셨는데요? 혀도 꼬이셨구요...”
“나 시력 좋은데? 1.0이야~”
“?”     


술에 안취했다고 하면서 비틀거리며 호프집 간판도 제대로 못 읽는 과장을 부축하며 숙소로 돌려보내려는데 갑자기 내 엉덩이를 발로 찼다. 화가 났지만 그리 아프지 않았고 술 취한 사람 때리면 안 된다고 하기에, 윗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했다.     


“과장님 지금 이거 폭행입니다~ 그만하세요~ 아무리 취하셨다고 해도 이러시면 안 됩니다.”
“다 네가 좋아서 그러는 거야~”
“저는 좋지 않습니다~ 아무리 술에 취하셨지만 이러는 건 아니죠.”
“싫어 계속할 거야~ 선배가 이런 것도 못하니?”
“과장님 이런 말씀 드리고 싶지 않는데. 저 싸움 잘합니다. 한 대 더 때리시면 저도 똑같이 발로 차겠습니다.”
“............”     


다행이다. 많이 취한 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다음날 아침 담배 한 대를 입에 물며 어제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우물쩍거리는 과장의 얼굴을 보며 난 썩소를 날렸다. 

회식 이야기하면 밤새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신입사원부터 퇴사 할 때까지 참석한 여러 번의 회식경험을 통해 느낀 몇 가지 술자리 에티켓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첫째 절대로 필름이 끊길 때까지 억지로 먹지 좀 말자. 술자리에서의 실수는 상사나 동료들에게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내 엉덩이를 걷어찬 과장은 술만 먹으면 갑자기 타노스처럼 빙의가 돼 말도 많아지고 힘자랑을 하려고 했다. 그런 경험이 계속되자 사람들은 회식자리만 되면 그 과장 근처에 가지도 않으려고 한다. 일은 잘할지 몰라도 본인 주량도 절제하지 못하는데 누가 믿고 따를까. 술자리에서만큼은 반드시 본인 주량을 믿지 말고 즐길 정도만 마시길 간곡히 부탁합니다. 


둘째론 남 험담이나 비판은 안하면 안될까? 이야기에 껴있는 본인의 이미지가 나빠질 뿐 아니라 우리만 알고 있는 그 이야기는 무조건 퍼지게 되어있는건 기정 사실이다. 그리고 뒷담화 한다고 바뀌는 게 있을까. 내 스트레스만 높아지고 신경 안 써도 될 일들만 머리에 떠오른다. 특히 그 뒷담화의 주체가 상사라면 더더욱 바뀔 일이 없다. 정말 충고나 조언을 하고 싶다면 차라리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씩 들이키며 허심탄회하게 하는 것이 낫다. 술 없이 하는 게 더 진정성 있다는 걸 제발 알아줬음 한다. 


셋째 정치, 종교 이야기는 절대 입밖으로 꺼내지 말자. 가족끼리도 정치 이야기는 하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이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닌 게 확실하다. 절대 정치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우리네 높으신 상사 분들께서는 본인들만의 정치 신념이 확고해 말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답도 없는 정치 이야기하다가 괜히 조용한 침묵 속에 긴긴 설교가 진행 될 수 있으니 정치 이야기는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도 말기를 바란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술자리에서 종교 이야기를 하는 순간 소주잔을 앞에 두고 경건의 자리가 되고 만다. 아니 술 놓고 공양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엄숙하게 되고 죄짓는 기분이 든다. 술자리에서 종교 이야기라니 분위기 어색해지는 건 순식간이다.


넷째 제발 신입사원들이 말을 많이 하게 기회 좀 줍시다! 수백 수천 번의 회식을 경험한 상사분들의 이야기는 항상 같은 말이 반복된다. 열심히 해라. 최선을 다해라. 잘해야 한다. 매우 어려운 미션들이다. 가장 힘든 것은 지난 회식 때 했던 이야기를 또 듣는 것이다. 이것만큼 힘겨운 것도 없다. 새로운 뉴페이스들 아니면 말단 직원들이 이야기를 많이 하게하자. 새로운 주제, 새로운 경험, 새로운 시야를 듣는 것이 몇 년째 바뀌지 않는 반복된 레퍼토리의 지루한 이야기를 듣는 것 보다야 낫지 않을까.


다섯째 술자리 마무리는 1차에서 깔끔하게 하자. 1차에서 마무리 된 적을 본적이 없다. 보통 2차까지는 무조건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술을 더 마시며 친목을 다지는 것도 좋지만, 억지로 2차로 끌려가 꽐라가 되는 사람을 종종(아니 자주) 보았다. 1차에서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고 2차는 원하는 사람들끼리만 가도록하자. 강요하는 분위기가 높은 만큼 2차가 그렇게 재밌던 적은 없었다. 1차는 누구나 참여하지만 2차부터 강요하게 되면 굉장히 어색해진다. 더 이상 할 얘기도 없단 말이다! 일 얘기는 이제 지긋지긋하단 말이다! 1차를 마무리로 회식을 끝내주기를 바란다.     


뉴스에서는 요즘 술 먹는 회식문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 여전히 많은 회사들이 술 없이는 대화가 안 되는 문화인 것 같다. 영화나 뮤지컬 관람 후 저녁식사를 하기도 한다는데, 이게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으면 뉴스에 나오기나 할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술 없이 하는 회식은 회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꼭 회식문화는 바뀌었으면 한다. 결국 문화는 사람이 만드는 거니까. 회식은 단합의 자리기도 하지만 그보다 일 얘기만 하는 회사를 벗어나 소통을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중요하다. 하지만 과하면 문제가 된다. 회식 안 가는 법이 인터넷에 검색 되서 나올 정도니 그만큼 스트레스인 것이다. 


결국 회식도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해야 즐겁다. 회식 전에 회사에서 소통이 된다면 굳이 회식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 


그래서 당당하게 말하자.     


“저 오늘 회식 못 갑... 아니 안갑니다!”    

 


#회식이라는단어는영어로도없어

#술없이소통가능한회사좋은회사

#회식으로는뮤지컬도영화도보지말자

#취중진담개뿔내일이면기억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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