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라는 마음

by ㄱㄷㅇ

나도 모르게 난 상처에 놀랄 때가 있지.

술에 가득 취한 어느 날, 취기에

몸도 쉬이 못 가누게 되었을 때

나를 지탱해 줄 누군가도 없을 때

그대로 길가에 주저앉는 서러움.


언젠가, 어느 순간에 나를 걱정하며 달려오던

네 얼굴이 떠올라

잠시 미소 짓다가도 결국 지금 집에

조심히 가야만 한다는

그래야만 내일을 조금이라도 편안히

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지.


양손, 두 발은 어딘가에 할퀴어지고, 부딪혀

얇은 핏줄기와 푸른 멍이 존재해

나는 나의 몸에 용서를 구하지.

나의 몸을 함부로 써서 미안하다는 고해 같은 것.

혹은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함에 있어

너의 노고를 치하한다면서.


그렇게 상처 난 몸을 바라보다 불현듯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져

살아남기 위해 여기까지 온 존재가

이토록 무모하게 망가져 있는 광경이

나를 속절없는 슬픔으로 빠지게 하지.


피와 멍이 가라앉은 자리에 남는 것은

고통이라기보다는 공허 같은 것.

공허의 마음을 생각하자,

상처에 파고드는 모습이 떠올라.

나는 나를 부축하듯 허공을 더듬다가

손끝에 닿는 것은 허공뿐인데도

그것만으로 버틸 수밖에 없음을 알아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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