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남아있는 건

들리는 매미 소리, 정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 부채질로 생기는 바람

by ㄱㄷㅇ

지금은 8월의 마지막 금요일, 오후

올해 여름은 유독 매미소리가 늦게 까지 남아있습니다.

서울에서는 듣기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주변 소리를 막은 체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그때의 내가 참 안쓰럽기도 하고요.


지나쳐온 모든 여름마다 나는 어디에 있었나

싶은 마음에 거리를 걸었습니다.

푸른 나무와 풀들 사이마다 이슬이 남아있는

시간부터 모두 메말라갈 때까지.


필요한 만큼 행복해. 그 이상은 쓸모없어.

라고 말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조용히 두 손을 감싸던

그의 손은 마치 간절한 부탁이라도 하는 듯했지요.


필요한 만큼 행복할 수 있다면 불행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친구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나의 행복을 빌어주었기 때문이고

나는 그의 바람을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나의 여름에 남아있는 건

나무에서 들려오던 매미 소리, 정자에 앉아 부채질을 하던 사람들,

그들의 시선 끝에 닿아있던 나와, 친구의 바람.


그렇게 오래 걷다 집으로 돌아갈 때

또다시 되뇌입니다.


필요한 만큼만 행복하면 돼.

그렇다면

불행도 필요한 만큼만 존재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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