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썩거리는 소리가 귀에 익어갈 때
주변은 고요에 잠기고
까마득한 해변의 끝을 바라보게 만들어
몰아치는 파도에 모래알이 휩쓸려 갈 때면
모든 것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
마치 나의 무언가도 함께 휩쓸리는 듯한 감각.
내 것이 아님에도
잘게 부서지는 포말, 함께하는 모래 같은 일
이런 일은 정말로 필요한 걸까
몰아치는 파도에 모래가 휩쓸려 나가고
잘게 부서진 포말은 또 다른 흐름을 만들며
끝내 바다로 흩어지게 돼
남아있던 흔적과 그어진 선은 곧 무너져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모양만이 남게 되지.
파도는 모래를 빼앗고,
모래는 파도에 삼켜지며,
서로를 허물고, 서로를 완성하는—
해변엔 아무 소리도 남아있지 않고
오직 고요뿐인 세상엔 무엇이 존재하는지
파도는 왜 제멋대로 무너졌다 흩어지고,
모래를 삼켜내고야 마는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흔적이 지워지고
흔적마저 사라질 때
나는 그 자리에 오래 머물며,
고요의 소리를 가만히 들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