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루씨 Nov 28. 2022

커리어는 사다리가 아닌 정글짐

갈지자 횡보 커리어를 리스펙합니다

연말 인사철, 대기업의 흉흉한 분위기


11월 말, 한창 대기업들이 12월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술렁일 시즌이다.

당사자들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겠지만,

임원 인사에 따라 조직 개편도 달라지기 때문에

그냥 민초들의 마음도 함께 심란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후보에 올랐다는 소문이 난 몇몇 인사들의 표정과 멘트에 따라

주변에 소문을 퍼트리는 방자, 향단이들도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한창 패를 쪼는 시기가 지나가면

마침내 결과가 나오고

간택된 소수는 기뻐하지만, 

탈락된 더 많은 다수들은 낙담하게 마련이다.


사다리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것.

함께 시작했던 대다수가 저 아래 까마득하게 멀어지고,

남은 소수가 더 높은 자리를 노리며

끊임없는 경쟁이 일어나는 곳.


그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조직 순화적인 조직문화를 

향유하는 대기업들.


그 조직 속에서,

커리어란 당연히 상향형이라는 

어느 정도의 통념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커리어는 사다리가 아니라 정글짐”이라는 

모 인사의 말은 꽤나 인사이트가 있어 보였다.




스타트업 혹은 중소기업을 다니고 보니


작은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직원들 이직이 잦아, 

새로운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여, 인력을 찾다 보면,

특히 주니어 마케터들의 경우 

한 회사를 3년 이상 다닌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거의 매년이다 싶게 회사를 옮겨 다닌 후보자들도 꽤나 많았다.


한두 회사를 꾸준히 오래 다닌 사람은

실제로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빈번하게 옮긴 사람들’ 이라도 면접을 보기로 결정하고,

몇몇의 사람을 만나 보았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하고 나서야 깨달음이 왔다.


내가 뭐 특별히 잘 나서
한 회사를 오래 다닌 게 아니었구나

대기업이라 다양한 부서와 다양한 직무들이 있어서

이일 저일 혹은 이조직 저조직을 넘나들었던 덕분에

경험도 쌓고 지루함을 이겨낼 수도 있었다. 


사실 나도 한 조직에서 한 가지 일을 지속적으로 한 것은 3년이 최대였고,

1~2년 단위로 팀 구성이나 속하는 조직이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작은 중소기업에서는

주어진 일들을 잘하게 되었다고 해서

뭔가 다른 일을 시도하고 나 스스로 성장을 도모하기란 쉽지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경험과 역량을 쌓기 위한 욕심이 있다면

더 많은 기회를 향해 열린 자세를 가질 수밖에 없는 거고,

그 대안이 결국은 이직 밖에는 없구나.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커리어 전환의 빈번함보다는

하나하나의 경험의 깊이를 알아보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기울이는 쪽으로 면접 전략을 바꾸었다.


남의 돈 받고 일할 때 다양하게 시도해야 하는구나


어차피 내 사업할 것이 아니라면,

월급쟁이는 결국 경험의 다양함과 깊이가 곧 커리어고, 스펙이 되며, 

그게 곧 연봉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쌓아야 할 영역들이 광범위하게 넓어지고 있다.


한 회사가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없다면,

스스로라도 주체적으로 자기 커리어를 설계해 가면서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나.

마치 학생들이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자기 주도 학습”을 해야 더 효율이 있는 것처럼.




공부를 망설이는 후배에게


얼마 전, 아끼는 후배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다.

40 넘어서면서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고,

뭔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고 갑갑하다.

공부를 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지만 별 확신이 없고

미래 커리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헛돈만 쓰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그래서 말했다.

미래 일에 꼭 그 공부가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 일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그 공부가 영향을 주기는 할 거다

돈 계산하면 진학 못한다. 

돈 넣은 만큼 내 연봉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꼭 이직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경험에 투자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여행처럼. 

한 학기 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 두면 된다. 

그만한 가치는 있다. 


사실 나도 40 이후 꽤나 다양한 시도를 했다

예술경영 MBA 인터뷰하러 갔다가 교수님들 자질을 보고 포기하기도 하고,

사이버 대학 심리상담학과 1년만 하고 중퇴하기도 했다.

그렇게 헤매다가 결국 

사이버대학원에서 관광경영학 석사를 겨우 마쳤고 

박사 과정 진학도 결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앞선 그 헤맴의 과정에서

예술경영학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상담심리학 수업 들으면서 

평소에 궁금하던 심리학에 대해 제대로 배워볼 기회를 갖기도 했다.


너무 충동적인 발상만 아니라면,

적어도 몇 달 이상 해 보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든다면,

분명 한번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


나중에 생각하면 그때라도 해볼걸 하고 

분명 후회할 테니.


정글짐처럼, 

내키는 대로 여기저기서 다양하게 경험을 확장하다 보면,


그 헤메임만큼이 내 커리어로 남을 것이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작은 회사를 다녔다면, 엄청 옮겨 다녔을 것 같다.    게자리 여성답게. 앞다리 치켜들고 옆으로 발발발.


이전 04화 리버스 멘토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