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세컨드라이프를꿈꿀 나이
또래 모임은 역시 마음 편해서 좋다.
젊은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그 나름대로 재미있지만,
그래도 제일 마음 편한 건 역시 또래 언니들과의 만남이다.
몇 년 전부터
우연한 기회로
같은 회사 50대 언니들과
분기에 한 번 정도 모임을 하게 되었다.
며칠 전 저녁,
오랜만에 코로나를 뚫고 주력 4인방이 모였다.
최근 회사에서 화제가 된 사건들과
몇몇 단골 메뉴인 인물들 이야기를 돌아서,
갑자기 헤어 관리 이야기에서 빵 터졌다.
유난히 머리숱이 많고 흰머리가 나지 않는 한 언니가
자신만의 모공 관리법과
좋은 드라이기의 필요성을 역설하자,
또 한 언니는
다른 미용 관련 서비스에는 전혀 돈을 안 쓰지만
두피 관리는 꼭 클리닉에 가서 제대로 관리를 받는다고
나름의 노하우를 이야기했다.
나도 사실
다른 미용에는 그다지 부지런하지 않지만
헤어 팩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지라
공감을 하면서 이야기는 이어졌다.
40대까지는 피부가 중요하지만,
50대가 되면 피부는 어차피 거기서 거기. 도긴개긴.
정작 머릿결의 상태와 머리숱으로
전체 외모가 큰 영향을 받는다는 데
모두 큰 끄덕임으로 만장일치 동의.
그런데, 잠자코 가만히 있던 마지막 한 명이
가발 이야기를 꺼내면서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어차피 자신은 머리숱이 적어서 관리는 포기했다며,
갑자기 예전에 사놓은 가발을 최근에 다시 꺼내 보았다고 고백했다.
긴 머리, 단발머리 등 3가지 종류가 있으며,
진짜 사람 머리라
꽤 비싸게 주고 산거라나.
항상 남자처럼 쇼트커트를 하고 다니는 톰보이 스타일의
그 언니가
긴 머리 가발을 쓰는 상상을 하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빵 터졌다.
어쨌거나, 머리가 내 문제만은 아니군 하는 포인트에서 다 같이 안심.
하다못해 손가락 어느 하나가 고장 나서 아프다는 것도 다 비슷했다.
요새는 나이 들어도 다 실무를 챙겨야 하다 보니,
다들 무리해서 컴퓨터 작업을 하는 거다.
손목이든 손가락이든 어디 한 군데는 성하지 못했다.
끌끌.
그것도 나만 그런 게 아니라니 덜 억울하다.
이야기는 돌고 돌아,
가장 즐거운 세컨드 라이프 이야기로 향해 간다.
매체 콘텐츠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모두 요즘 TV에서 많이 소개되는 지방 생활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서울엔 우리 집이 없다
https://tv.jtbc.joins.com/trailer/pr10011237/pm10060668/vo10474215/view
나의 판타집
https://programs.sbs.co.kr/enter/myfantasyhouse/main
한 명은 제주도에 이미 땅을 샀다.
집을 지어서 살면서, 방 하나는 에어비앤비를 할 계획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을 열심히 꼬시는 중이다.
같이 있어야 안 심심하지, 그러면서.
또 한 명은 원주와 강릉 중에서 고민 중이다.
젊은 사람이 많고, 종합 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병원이야 여기저기 아픈 노년을 대비해서 필수라고 치고,
젊은 사람들 이야기는,
북까페를 하든, 에어비앤비를 하든, 이들과 교류하며 살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마지막 한 명은 군산을 이야기한다.
낚시가 취미인 그녀는
군산 근처에 낚시터가 많아서 좋다고 한다.
주말마다 땅 보러 가는 재미로 산다고.
다들 그 얘기를 할 때면 눈이 반짝반짝,
침이 튀도록 열심히 이야기한다.
사람은 역시 젊으나 나이 드나,
미래, 하고 싶은 거 이야기를 하면 재미가 난다.
어느덧 10시,
방역 지침에 따라 다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들 무렵,
예상 못한 사진 3장에 다시 한번 빵 터졌다.
톰보이 스타일의 그녀가
집에 도착해서
가발 착용샷을 날린 것이다.
아,,, 웃겨.
늘 밝고 에너지 넘치며
개그우먼 같은 재치로 우리를 늘 웃겨주는
그 언니는
시니어 유투버를 하면 성공하지 않을까.
어느 동네로 가건.
어느 가발을 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