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서야 알게 된 옛 동료의 가치
공유 오피스에서 우연히 만난 후배
지난 3월부터 역삼역 인근 공유 오피스로 출근하고 있다.
그러다 한 열흘만엔가, 그곳 일층 로비에서 우연히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후배를 근 10년 만에 만났다.
편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짐이 잔뜩 실린 카트를 밀고 있길래 깜짝 놀라서
“너 알바하냐?” 했더니,
그게 아니고 회사를 하나 새로 시작하는데
아직 직원이 없어서 오만 가지 일을 자기가 다 하고 있다며 웃었다.
반갑게 식사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일주일 후 만난 그 후배는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업무를 하다가
최근에 또 다른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지사장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테헤란로 인근에서 일하고 있는
오비들 이름을 줄줄 읊었다.
우와, 반가운 이름들.
대행사에서 나간 후 다시는 대행사 언저리로 돌아오지 않고,
클라이언트 사이드에서
잘 자리를 잡은 든든한 후배들이었다.
마케팅 의사 결정자가 된 후배들
사실 종합광고 대행사에서 마케팅 일을 25년 이상 했으니, 아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이제는 50대 중후반의 선배들보다는
오히려 40대 초중반의 후배들이
웬만한 회사에서 마케팅 의사 결정자로 일하고 있다.
가끔 만나면 훈훈한 옛날이야기에 더해
알짜배기 정보를 얻기도 하고
실질적인 제휴가 일어나기도 한다.
가장 일상적인 도움으로는,
단톡방을 만들어서 중요한 의사결정 전에 그들의 의견을 물어본다.
다들 대행사 출신답게 오지랖이 넓은 편이라,
감 놔라 배 놔라 자기 일처럼 신경을 써 준다.
동병상련이라고,
비슷한 고민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럴 것이었다
또한 마케팅 업무라는 게 다양한 회사들과 제휴하는 일도 다양하다 보니,
이런 관계가 소소하니 실제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혼자 속으로
‘휴, 다행이다’를 외친다.
그래도 옛날에
내가 이 자들에게 모질게 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특별히 밉보이지 않아서
지금 이런 모임에도 끼워주고,
말도 섞어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광고 촬영 현장에서 힘이 되어준 동기
가장 든든했던 경우는, 광고 촬영 현장에서였다.
촬영 현장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은 결국 촬영감독인데,
나의 입사 동기였던 친구가 그 분과 꽤나 끈끈한 관계였다.
현장에서 우리 쪽과 감독 쪽 사이에서
효과적으로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해 주었다.
밤늦게까지 현장에서 사소한 일, 궂은일 가리지 않고
“야, 나한테 다 말해”
라고 하며 든든히 옆을 지켜주니,,
나중에는 뽀뽀라도 해 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나중에 귓속말로
“내 대학 동기 ** 어제부로 짤렸대.
우리 이제 멀쩡히 있다가도 하루아침에 정리되는 나이야.
서로 회사에서 오래갈 수 있도록
나쁜 일만 아니면 도와줘야지. 안 그래?”
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지금 동료가 결국 미래의 네트워크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세상이 이렇게 좁은 줄을.
어차피 지금 하는 이 일을 계속할 거라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된다는 걸 꼭 기억해야 한다.
있을 때 잘 하자.
지금 잘 하자.
괜히 밖에서 인맥을 만들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냥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나중에 다 인맥이고 네트워킹이다.